[Dispatch=정태윤기자] 배우 공명은 맑고 선한 이미지를 가졌다. 풋풋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녔다. 넷플릭스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의 '한윤석'도 마찬가지.
하지만 실제로 만난 공명은 착함보다, 단단함이 돋보이는 배우였다. 올해만 4개 작품을 연이어 공개한 것도 그 단단함의 증거처럼 보였다.
잘하는 선한 얼굴부터 보여준적 없는 악역, 그리고 30대에 다시 선택한 청춘물까지. 공명은 끊임 없이 도전하며 대중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무리 보셔도) 아직 피로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더 보여드려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조금 더 도전할 수 있었고요."
'디스패치'가 최근 공명을 만났다. '고백의 역사'에 담긴 노력과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직접 들었다.
◆ 19살의 얼굴
'고백의 역사'는 1998년, 부산에 사는 19살 소녀 박세리(신은수 분)가 일생일대 고백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때 서울에서 전학온 한윤석과 엮이게 된다.
남궁선 감독은 풋풋한 청춘물의 남자 주인공으로 공명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공명 역시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매료됐다. 대본을 읽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원작이나 리메이크가 아닌 청춘 로맨스물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너무 하고 싶은 장르였다"며 "윤석은 공명이라는 청춘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윤석은 마냥 풋풋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강압적인 아버지와 극심한 공부 압박을 피해 엄마와 단둘이 부산으로 내려왔다. 수능도 포기했다.
초반에는 시니컬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러나 세리와 친구들을 만나며 점점 제 나이에 맞는 얼굴을 되찾게 된다.
"실제로 윤석과 닮은 부분이 많아요. 감독님도 내성적이만 선한 모습이 윤석과 닮았다고 하시더군요. 가장 신경 쓴 건, 제가 다른 배우들과 나이 차가 나다보니 잘 어우러질 수 있게 하려 노력했습니다."
◆ 현장의 맏형
'고백의 역사'에는 20대 풋풋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공명은 현장에서 맏형이었다. 카메라가 돌면 풋풋한 10대의 얼굴을 꺼냈고, 컷 하면 선배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전 작품에서 함께한 선배님들이 생각났다. '내가 선배들이 만들어주신 분위기 안에서 연기를 했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현장을 어떻게 이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상대역 신은수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반짝이는 워터멜론' 때부터 눈여겨봤다. 배울 게 많은 친구라고 느꼈다"며 "부산 사투리도 처음 도전인데 정말 노력하더라. 저도 뒤지지 않게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세리를 향한 윤석의 사랑엔 120% 이입했다. 공명은 "세리에게 고백했을 때, 처음 손을 잡을 때, 집에 데려다줬을 때, 더 보고 싶은 여운을 오랜만에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어른스럽기만 하던 윤석이 그 나이다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순간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엉엉 울며 갈등하는 장면이다.
"시니컬하던 윤석이 그 순간만큼은 아이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감독님이 상황에 몰입해 연기하라고 맡겨주셨죠. 대본에 없는 '(해외에) 가기 싫어요. 부산에 가고 싶어요.'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정도였어요."
◆ 도전의 해
지난 2023년 제대 후 쉬지 않고 작품을 찍었다. 올해만 무려 4작품을 선보였다.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tvn '금주를 부탁해', 넷플릭스 '광장', '고백의 역사' 등.
공명은 "군대 안에서 앞으로를 그려봤을 때, 많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 공명이라는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장 큰 변신은 '광장'의 '준모'였다. 안하무인 악역을 그리며 '금쪽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준모를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전까지 해왔던 캐릭터와는 아예 다른 결이었어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 재미를 크게 느꼈습니다. 덕분에 느와르와 액션 도전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어요."
공명은 선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는 "저를 찾아주실 때 원하시는 이미지가 그렇다면, 한우물만 깊게 파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하다보면 새로운 것, 더 좋은 걸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깊은 우물에서 진국이 나오니까요. 덕분에 올해는 새로운 역할에도 도전할 수 있는 해가 된 것 같아요."
공명은 아직 스스로의 얼굴이 궁금하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 내년도 열일의 해를 예고했다.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과 tvN '은밀한 감사'를 준비 중이다.
"아직 많이 연기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제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더 명확해 질 것 같거든요. 보여드릴 모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