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자신의 마지막 한 걸음을 결국 채워냈다는 게 너무 기뻤습니다." (하석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기준 기록은 10초 05. 김국영 선수가 지난 2017년 코리아오픈 국제육상대회 결승에서 세운 기록은 10초 07초다.
영화 '전력질주'(감독 이승훈)는 단 0.02초, 단 한발을 줄이기 위해 달려 나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강구영(하석진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길고도 고독한 터널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구영의 여정을 함께 뛰며 각자의 전력질주를 되돌아보게 한다.
배우들도 역할과 하나 되어 달리며 각자의 삶을 되짚었다. 하석진은 "내 안의 한 걸음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영화 '전력질주' 측이 5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석진, 이신영, 다현, 이순원, 윤서빈 등이 참석했다.
'전력질주'는 러닝드라마다. 현재를 달리는 남자와 미래를 달리는 남자, 시간을 달리는 이들의 완벽한 엔딩을 위한 전력질주를 담았다.
하석진이 '강구영'을 연기한다. 구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육상 선수다. 10초 07로 대한민국 100M 최고기록의 보유자다.
그러나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출전 기록인 10초 05에 닿지 못한다. 그는 박수받지 못하는 1위로 불명예 속에서 고군분투 한다.
이승훈 감독은 "스포츠 직관하는 걸 좋아한다. 우연히 100M 달리기를 봤는데, 월등히 빠른 기록으로 1등한 선수가 머리를 뜯으며 괴로워하더라"고 떠올렸다.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기준에 0.02초를 모자랐기 때문. 이 감독은 그 모습을 보며 영화감독을 오래 준비 했지만, 한 스텝이 모자라 넘어졌던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는 "꼭 트랙이 아니더라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자체가 빛날 수 있고 인생의 한 페이지를 멋있게 장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석진은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달리기가 빨라 본 적이 없다. 만 42세에 달리기를 배우게 됐다. 열심히 훈련하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구영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 인물이 될 수 있었어요. 구영이 되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기간이었습니다." (하석진)
함께 선수로 출연하는 이신영(강승열 역), 윤서빈(장근재 역)과 함께 연습했다. 초반엔 부족했지만, 하면 할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걸 체감할 정도였다.
하석진은 "60M를 쟀는데, 100M로 환산하면 12초 후반대더라. 생활 체육대회에 나가면 입상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런 성취가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무동력 트레드밀 신을 찍을 때 20대 스탭들도 뛰어보게 했다. 그런데 하석진의 속도를 못 따라가더라. 성실한 훈련의 결과였다"며 노력을 인정했다.
배우끼리 기록 경쟁을 하기도 했다. 윤서빈은 "무동력 트레드밀 앞에 각자의 기록이 붙어 있었다. 서로의 기록을 보면서 경쟁하며 뛰게 되더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감독은 "배우들이 오후에 스케줄이 있어도 오전에 꼭 연습을 하더라. 육상 선수로서 신체적 표현이 되게 중요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훈련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하석진은 몸으로 구영을 만들며 캐릭터와 하나 되는 경험을 했다. 그는 "촬영할 때코치 준수(이순원 분)와 찍는 장면에서 감정이 과잉되는 경험을 했다. 그 정도로 한 몸이 되는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실존 육상선수 김국영을 모티브로 한다. 그는 100M 달리기 한국 육상 신기록 보유자이자 37년 만에 400M 계주로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동메달 쾌거를 이뤘다.
이승훈 감독은 시나리오 집필 단계에서 김국영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서사를 실제 영화 속에 녹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신기록을 세울 때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생각이 안 들고 발이 되게 가볍게 느껴졌다고 하더라. 그걸 구영의 스토리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9초대를 찍고 싶어서 이름에 숫자 9를 넣고 싶으셨대요. 부모님의 반대로 하진 않았지만, 저희 영화에선 실현하는 걸로 설정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승훈 감독)
구영은 10년을 달리고 전성기의 끝자락에 서 있다. 더 이상 달리는 것이 즐겁지 않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고 마주하며 다시 달리는 이유를 찾는다.
그의 여정은, 각자의 트랙 위를 되돌아보게 한다. 하석진은 "가끔 자기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아 나 이거 좋아서 시작했지'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관객분들에게 내가 해야 되는 한 걸음이 무엇인지, 지금 난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지, 동기부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석진)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동양인으로서 10초 05를 기록하기 어려운데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을 응원하고 싶었고,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아름답다고. 꿈을 위해 달리는 모든 사람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력질주'는 오는 10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