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더 떨어져도 할 말 없다"
KBS의 야심작 '트웰브'에 대한 시청평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8.1%로 시작해서 4회만에 반토막(8.1%->5.9%->4.2%->3.1%)이 났다.
바닥을 찍은 걸까. 이대로라면 바닥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기세(?)다. 스토리는 뻔하고, 연출은 산만하고, CG는 '백터맨' 급이라는 혹평이 줄을 잇고 있다.
마동석, 박형식, 서인국, 성동일, 고규필... 이 훌륭한 배우들이 왜 '트웰브'에서 힘 한 번 못쓰고 추락할까.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배우가 아니라 이야기다.
총체적 난국의 시발점은, 잘못된 기획에 있다. 한국형 히어로물을 꿈꾸는 마동석, 글로벌 IP를 원하는 LG유플러스(스튜디오X), 장르 다각화를 시도하는 KBS가 만나 '디너지'를 냈다.
사실, 소재는 신선했다. 동양의 십이지신을 한국형 히어로로 만들겠다는 것.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십이지신, 여기에 악귀의 봉인, 결계의 해지 등 서양적 요소들을 버무렸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우선, 제작사들은 이 드라마를 시즌제로 기획했다. 최대 시즌4까지 만들 계획을 세웠다. 드라마 전개를 엿가락처럼 늘린 것도, 시즌제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십이지신의 서사를 푸는 데 4회를 소비했다. 전체(8회)의 반을 천사 8명의 현재와 과거를 (두서없이) 설명하는데 할애한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4명의 천사는 수천 년 전에 죽었다로, 끝냈다.
게다가 십이지신은 히어로라고 하기엔 무능하다. '천사들이 힘을 잃었다'는 초반 설정 때문일까. 대부분의 천사들이 (물)주먹을 들었고, 악귀 추종자들의 공격에 맥없이 쓰러졌다.
드라마 관계자는 '디스패치'에 "시즌 1에서 힘을 잃은 천사들이 시즌 2에서 힘을 찾는다"면서 "애초 시즌제로 기획된 드라마다. 지금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트웰브'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다. LG유플러스에서만 약 180억 원을 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 돈으로 부족했던 모양이다. 드라마는 매회 치킨과 떡볶이 먹방에 집중했다. ("바삭하다"는 천사들의 감탄사가 안쓰럽다.)
물론, 주인공이 십이지신이다. 마동석, 박형식, 서인국, 성동일 등 주연급 배우만 8명이다. 개런티 비중이 엄청나다. 특히 마동석의 출연료만 회당 5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정작 중요한 CG에 힘을 못쓴 느낌이다. '백터맨'과 비교될 정도다. 어린이 드라마에서 볼 법한 수준이라는 것. 오귀의 등장, 마록의 지팡이, 미르의 장풍 등에서 실소가 터졌다.
해외 판권을 노린 캐스팅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방울 역을 맡은 레지나 레이(대만)가 그 경우다. 그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 묵언 수행 중이다. 그녀의 말문은 시즌 2에서야 열리지 않을까? (시즌2가 제작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드라마는, '원맨쇼'가 아니다. 톱스타가 이끌 수 없다. 촘촘한 대본, 생생한 연출, 리얼한 연기,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마동석이 보장할 수 있는 것은 1회 시청률 뿐이다.
그러나 '트웰브'는 안일했다. 마동석이 나오면 '범죄도시'가 될 거라 판단했다. 영화 '황야'와 '거룩한 밤'은 간과한 것일까. 그 태평함이 지금, 반토막 시청률로 나타나고 있다.
시청자들은 기획된 드라마보다 준비된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사진출처='트웰브' 스틸·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