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유하늘기자] "밀실 소재라고 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조영준 감독)
배우 조여정과 정성일이 일대일 밀착 스릴러를 선보인다. 각각 기자와 연쇄살인범이 되어 밀폐된 공간에서 숨막히는 인터뷰를 진행한다.
배경은 호텔 스위트룸. 두 사람은 오직 이 방 안에서만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가 끝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대부분의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하는 걸 지양한다. 화면 구성이 단조로워지기 쉽기 때문. 밀실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말렸다.
그러나 조영준 감독은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기존에 보지 못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 측이 2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조여정, 정성일, 김태한, 조영준 감독이 자리했다.
'살인자 리포트'는 밀착 스릴러 영화다.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단독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여정은 '백선주'로 분했다. 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냉철하고 당당한 인물이다. 그러나 연쇄살인범과의 인터뷰로 점점 이성을 잃는다.
전작 '히든페이스'와 '기생충'에서도 밀실 소재가 활용됐다. 특히 조여정은 '히든페이스'에서 밀실에 갇혀 약혼남과 후배의 은밀한 관계를 목격했다.
조여정은 "배우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선택한다. '밀실'이라는 포인트를 의도하고 선택한 건 아니었다"면서도 "갇힌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확실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성일은 '이영훈' 역을 맡았다. 정신과 의사이자,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범이다. 선주에게 일대일 인터뷰를 요청하고, 살인 동기를 차분히 설명한다.
그는 과거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고, 삶의 목표가 뒤틀렸다. 살인을 '정의'로 포장하며, 선주에게도 자신의 논리를 증명하려 한다.
또 다른 주인공은 두 사람이 마주앉은 호텔 스위트룸이다. 극중 장소 변화는 거의 없다. 등장인물 역시 한정적이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다.
영화는 오히려 그 단점을 파고들었다. 조 감독은 "밀실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스위트룸을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방 안의 모든 오브제를 설계했다. 조명을 수시로 바꾸고, 벽난로를 활용했다"며 "심지어 클래식 음악의 박자 하나까지 신경썼다"고 말했다.
공간이 정적인 대신, 배우들의 연기는 역동적이게 구성했다. 여백 없는 대사량을 자랑한다. 조여정과 정성일은 역대급 분량에 곤혹을 치렀다.
정성일은 "하루 만에 벌어지는 일이어서 대사 톤과 힘 조절이 관건이었다. 대본을 통으로 외워야만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여정은 "초반에는 선주가 절대 지지 않으려 버티지만, 결국 영훈에 의해 심리적으로 무너져간다"며 "실제로 촬영 내내 긴장감과 압박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조 감독은 "두 배우가 대본을 통째로 외워왔다. 한 번은 15씬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며 "대사뿐만 아니라 한숨, 눈빛, 사소한 디테일까지 감정을 끌어냈다"고 칭찬했다.
이어 "'한놈만 팬다'는 말이 있지 않나. 가둬놓고 할 수 있는 만큼 뽑아낸다면 기존에 보지 못한 이야기의 형식을 구성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조여정과 정성일은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니, 둘 사이의 딜레마는 더욱 극대화 됐다.
영화는 관객이 두 배우와 함께 밀실 안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여정은 "관객도 스위트룸에서 둘의 인터뷰를 지켜보는 영화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영화를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기기로 봤다. 극장에서 보는 게 가장 재밌다"며 "이 영화가 한국 영화 산업을 살리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살인자 리포트'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