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기자] "총은 들면 안 돼요!"
김영광은 거듭 강조했다. 확고한 총기 금지론자였다. 이런 질문도 받았다. "만약에 총을 하나 받으면 어떻게 할거에요?" 떡 벌어진 그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저요? 바로 신고할 거예요. 상상도 한 적 없어요. '트리거'에서 총기를 허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싸우잖아요. 저는 무섭던데,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그러기엔, 그의 화려한 총잡이 액션이 잊혀지지 않았다. 190cm의 압도적인 피지컬로 비비탄을 난사하는 신은 '트리거'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수부대 나온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그런데 (김)남길이 형과 달리 제 캐릭터 문백은 총에 대한 자세가 자유로웠어요. 마음대로 쐈거든요. 시원하게 쏠 때 기분은 좋았어요."
그럼에도, 그는 인터뷰 내내 총기 반대론을 전파했다.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며, 현실의 김영광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다음은 '트리거'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문백의 두 얼굴
넷플릭스 '트리거'는 액션 스릴러다. 총기 청정국인 대한민국에 불법 총기가 배달되며 혼란이 촉발된다. 순경 이도(김남길 분)는 사건을 추적하다, 미스터리한 인물 문백(김영광 분)과 엮인다.
김영광이 빌런 문백 역을 맡았다. 초반에는 엉뚱하고 유쾌하다. 이도(김남길 분)에게도 협조적이다. 그러나 후반부터 분위기가 급변하며,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김영광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문백의 모습에 끌렸다. "소재도 신선하고, 문백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장치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초딩같이 이상한 애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주제가 무겁기에, 문백에게 오락성을 가미했다. "작품 안에서 문백을 재미있게 봐주길 원했다. 에피소드가 진지한데, 문백이마저 그렇다면 쉴 타이밍이 없을 것 같더라"고 부연했다.
정체가 드러나며, 조심할 것들이 많아졌다. 문백은 총기가 세상을 평등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광은 그 서사를 정당화할 수 없었다. "연기할 때,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현란한 스타일링엔 이유가 있었다. "시한부인 문백의 패션이 뒤로 갈수록 화려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메이크업은 초췌해지고, 대신에 의상은 화려하게 입으면서 스스로를 감추려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장발 비하인드도 전했다. "마침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짧은 머리를 많이 했고, 긴 머리를 해보고 싶었는데 작품과 잘 맞겠더라. 새치도 실제로 많은데, 이를 그대로 살렸다"고 털어놨다.
◆ 누구에게나 트리거는 있다
고시생, 학교폭력 피해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간호사, 전세사기로 자살한 딸을 둔 아버지, 직장에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아들을 둔 어머니. 에피소드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트리거'의 범인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다. 매 순간이 벼랑 끝. 이들의 분노와 고통을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얼른 방아쇠를 당겼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넘쳐난다.
그의 의견은 달랐다. 꽤 단호했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로 총을 들면 안 된다. 사연을 보며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총은 절대 안 된다. 총을 받으면 신고를 해야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말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이도는 총 대신 선의와 책임감을 선택한다. 시청자에겐 윤리적 고민을 던져준다. 총기 접근이 인간의 폭력성을 자극할 수 있음도 경고한다.
"저 역시 이도가 총을 들지 않는 선택을 한 게 현명했다고 봐요. 단순 액션보다 총기라는 주제에 대한 질문으로 끝나서 더 여운도 있었고요."
속편도 내심 기대 중이다. "저는 마지막화가 끝나면서 '후속편이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감독님과 '이 사건이 더 확장되면 어떨까?'하는 상상도 해봤다"고 희망했다.
◆ 문이, 백이
'트리거' 이후 차기작들이 몰아친다. 오는 9월엔 KBS-2TV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 10월엔 영화 '퍼스트 라이드'가 공개된다. 곧 넷플릭스 '나를 충전해줘' 촬영에 돌입한다.
액션에 이어 로맨스, 코미디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우연치 않게 작품이 몰아서 나오게 됐다. 솔직히 다작하고 싶다.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가장 편한 건 아무래도 '로맨스'다. "저는 로맨스가 재미있다. 또 저랑 나름 잘 어울린다. 커플 이런 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냐"며 웃었다.
판타지물도 노렸다. "혹성탈출'이나 '판의 미로' 속 염소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판타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더 강한 분장, 모션캡처 연기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실 김영광에게 '트리거'는 작품 외적인 이유로도 의미가 깊다. 촬영을 시작하면서 고양이 두 마리와 가족이 됐다. 이름도 특별하다. 문백의 이름을 따서, '문이'와 '백이'다.
"문이, 백이를 부를 때마다 작품 시작할 때가 생각이 나요. 그래서 부를 때마다 좋고, 문이 백이가 너무 잘 자라고 있는데 그것도 뿌듯해요."
문백처럼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을까. "문이랑 백이랑 여행을 다니며 생을 마감할 것 같다"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