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결국 진실이 이긴다는 믿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기성용)
'가짜' 미투의 누명을 벗기까지, 장장 4년이 걸렸다. "기성용에게 동성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결국 허위로 판명 났다. 더불어, 허위 폭로자들은 1억 원의 배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기성용이 동성 성폭행의 멍에를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정하정 부장판사)는 9일, 기성용이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성용의 초등학교 후배 B씨와 C씨는 지난 2021년, "기성용에게 2000년 1월~6월 사이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회 이상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방송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법원은 B씨와 C씨의 주장을 어떻게 봤을까.
먼저 ① 기성용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살폈다. 재판부는 B와 C 측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A선수'라고 적었지만, 해당 내용을 보면 A선수가 기성용인 것이 특정된다고 봤다.
즉, 사실 적시라는 것. "기성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저하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그 행위는 명예훼손의 전제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② B씨와 C씨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졌다. 피고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기억에 의존했다. 동문의 녹취록을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소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실제로, 녹취록에서 동문은 "(성행위를) 보진 못했다. 목격한 거는 절대 기억이 안 난다", "하는 거는 못 봤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B와 C는)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주장했지만, 소송에서는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성용 측은 B와 C의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했다. 기성용이 제출한 15명 이상의 동문, 감독, 코치 등의 진술이 훨씬 구체적이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기에 충분했다.
'디스패치'는 지난 2021년, 기성용 동성 성폭행 논란을 집중 취재했다. 당시 본지가 만났던 16명은 "B와 C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초등학교) 합숙할 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B와 C는 소송이 진행되는 4년 동안, 성폭력 날짜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성행위 횟수(수십 차례→최소 10회→기억 못 함)에 대한 발언이 달라진 점도 허위 주장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와 C는 기성용에게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성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떨어질 것을 충분히 알고 진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③ 공익성 여부를 따졌다. 피고들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행(성적 행위 포함) 등의 부조리를 사회에 알려 근절하기 위한 공익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와 C가 제출한 증거로는 그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폭로)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B와 C에게 손해배상의 책임도 물었다. 재판부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기성용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다"며 "기성용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범위는 B와 C가 인터뷰에서 한 표현, 허위성의 정도, 사안의 파급력, 기성용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훼손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하여 기성용에게 위자료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기성용은 '디스패치'에 "지난 4년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다"며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긴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없던 사실을 증명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거짓은 영원할 수 없다', '결국 진실이 이긴다'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믿고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기성용)
<사진출처=MBC PD수첩, 기성용 SNS, 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