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전에 없던 돌연변이 같아. 오답을 고른 게 정답"('더티 워크' 가사 中)
에스파가 돌연변이 더티 워커(Dirty Worker)를 자처했다.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레지스탕스. 프랑스어로 '저항'을 뜻한다.
치아에는 그릴즈를 장착하고, 온몸에 타투를 새겼다. 굴착기 장비에 올라타고, 먼지 구덩이에 뛰어들고, 진흙탕에서 거침없이 굴렀다.
노래에도 더티 코어를 입혔다. 묵직한 비트에 목을 긁는듯한 거친 창법을 합쳤다. 퍼포먼스에는 농도 짙은 걸스 힙합을 녹였다.
이토록 거친 반항아라니. 보통의 걸그룹이 추구하는 흐름을 거부했다. 더티 코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기 복제가 아닌, 새로운 콘셉트를 소화한 것.
에스파는 그동안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 등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칠(Chill)하고 쿨(Cool)한 바이브의 힙합을 선보였다.
정체성인 쇠 맛을 가져가되, 장르를 확장했다. 루즈한 곡으로도 쇠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시각으로, 또 청각으로 '에스파 코어'를 완성했다.
◆ 쇠맛 바이브 (보컬)
도입부부터 무게감 있는 소리로 특유의 사운드를 강조했다. 공격적인 비트에 비해 멤버들은 보컬에 레이백(layback, 박자보다 살짝 뒤로 밀어서 부르는 기법)을 사용, 여유로운 바이브를 강조했다.
저음역대 보컬을 보여줬다. 끝 음도 일부러 떨어뜨리면서 부른다. 전체적으로 로우(Low)한 느낌을 낸 것. 힘을 빼고 툭툭 무심하게 부르는 보컬로 바이브를 만들었다.
의도적으로 거친 소리를 만들었다. 그로울링(growling) 창법을 시도했다. 목을 긁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것. 멤버별 앙칼진 추임새와 닝닝의 고음이 다이내믹을 완성했다.
낮고 반복적인 코러스가 다소 단조롭다는 평가도 있다. 대신, 에스파는 다양한 톤으로 곡의 듣는 맛을 살렸다. 브리지와 댄스 브레이크 구간은 약 40초를 배치했다.
실제로 에스파는 '더티 워크'를 녹음할 때 여러 버전을 시도했다. 위스퍼 버전, 저음 버전, 화음 버전, 애드리브 버전, 높은 옥타브 버전 등을 유려하게 쌓았다.
카리나는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꼽은 최애 곡"이라며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잘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녹음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더티 워크'는 19금, 영어, 리믹스 버전으로도 선보였다. 특히 미국 래퍼 플로 밀리와 협업한 버전과 원곡을 비교해 보길 추천한다. 멤버들의 느긋함과 대비되는 속도감 있는 랩핑이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 나른한 섹시 힙합 (퍼포먼스)
'더티 워크'를 위해 레난, 송희수, 위댐보이즈, 리헤이, 이바다, 라트리스 등 6팀이 안무에 참여했다.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225명의 엑스트라가 등장했다. 거대한 중장비, 드넓은 공간 등 스케일을 키웠다.
안무가가 생각한 무브 콘셉트는 에스파 2막. 안무 창작에 참여한 '위댐보이즈' 인규는 '디스패치'에 "에스파만이 할 수 있는 힙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핵심 키워드는 '정복', '자존감', '스웨그'(SWAG). 칼각처럼 짜여진 군무보다, 각자의 바이브를 표현할 수 있는 구간을 강조했다. 멤버들은 프리스타일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새로운 에스파를 표현하고자 했다. 인규는 "음악을 들었을 때 기존 에스파와 다른 결이었다"며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한 힙합 베이스의 농도 짙은 섹시함으로 해석했다. "관념을 깬 스타일, 새로운 시즌의 에스파를 고대하며 제작했다. 개인적으로 에스파의 분기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의 안무 해석력도 높이 평가했다. 카리나는 가장 안무를 맛있게 소화하는 멤버로, 윈터는 자신에게 맞는 디자인을 잘하는 아티스트로 꼽았다.
지젤은 이해도가 가장 높은 멤버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바이브, 스웨그가 남다르다는 것. 닝닝은 동작의 태와 몰입도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 "It girl? Hit girl!" (비주얼)
'더티 워크'의 핵심은 'Do Dirty Work'. 먼저 비주얼로 더티 콘셉트를 제대로 소화했다. 멤버들은 크롭탑에 헤비 아우터를 걸쳤고, 그릴즈와 타투 등으로 힙합 바이브를 살렸다.
원프로덕션이 비주얼을 코치했다. 비주얼 디벨롭먼트 담당자는 '디스패치'에 "에스파만의 기준(행동강령)을 정립하고, 자유와 결속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것. "자기표현에 주저하지 않고, 자기 책임을 다하는 주체적인 사람의 행동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감한 의상,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 웻헤어로 자유분방한 반항자의 모습을 그렸다. 비주얼 담당자는 "퍼포먼스의 역동성과 날 것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비주얼을 넘어,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 비주얼팀은 "에스파의 정체성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고 싶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표방하는 에스파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That's Dirty Work
에스파가 '슈퍼노바', '아마겟돈'으로 미지의 미래를 그렸다면, '더티 워크'로 날 것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이 통했다. '더티 워크'는 공개 전 이미 선주문량 101만 장을 돌파했다. 초동은 96만 장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역대 걸그룹 초동 톱 20에 들었다.
중국 QQ 뮤직에서 4개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일본 AWA 실시간 급상승 1위를 찍었다. 한터차트 미국, 일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멜론, 벅스, 지니 등에서 최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에스파는 지난해 전자 음악 '위플래시'로 한 획을 그었다"며 "이번 '더티 워크'로 흑인 음악에 가깝게 바뀌었다.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다"고 봤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의미 있다. 멤버들의 캐릭터를 연장해 나갈 수 있는 곡"이라며 "앞으로 광야, 쇠 맛 등의 표현을 배제하고도 에스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사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에스파는 다음 달 29~31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3번째 월드투어 '싱크 : 엑시스 라인'(SYNK : aeXIS LINE)을 시작한다.
<사진출처=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