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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의 음감] 날카롭게 벼려낸 욕망, 엔하이픈의 송곳니

"욕구라. 그거야말로 절대 떨칠 수 없는 거죠". 영화 케언즈 형제의 '악마와의 토크쇼'와 닐 조던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닮은 세트장에서 인간과 뱀파이어의 위험천만한 대화가 열린다. 필멸자와 불멸자가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관, 인간 세계의 뜨거운 한낮이 지나가고 깊어지는 어둠 가운데 일곱 뱀파이어들의 눈이 형형히 붉게 타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하고 싶어진다면, 무엇을 사랑할 수 있죠? 그건 저주 아닙니까?" 인간은 비범한 존재를 두려워한다. 뱀파이어는 태연하다. "욕망이죠.". 억누른 갈망이 깨어난다.

엔하이픈의 시간이 왔다. 여섯 번째 미니 앨범 '디자이어: 언리시'(이하 '디자이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랜드'의 선발 과정을 거쳐 결성된 그룹과 데뷔 초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빌려 부여된 뱀파이어 서사가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하며 하나로 결속되는 순간이다. 다수의 단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한 박민수 감독의 콘셉트 필름부터 화려한 프로듀서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음악, 다수 월드 투어와 코첼라 페스티벌을 거치며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성기의 그룹이 동일한 목표 지점으로 수렴하며 빈틈없이 매끈한 앨범을 완성한다.

욕망은 뱀파이어 엔하이픈의 세계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다. 앤 라이스의 설정을 따르는 흡혈 미소년부터 인기 시리즈 '다크문'에서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는 초능력 기사단까지,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분한 엔하이픈은 끝없이 우리 곁에 머무르고자 투쟁했다. 현실에 머무를 수도 있었던 소년들이 치열한 서바이벌을 거쳐 '보더(Border)' 시리즈로 케이팝 보이그룹의 경계선을 넘고, '디멘션(Dimension)'에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관심을 정면 돌파했다. '다크 블러드(Dark Blood)'에서 본능의 이끌림에 몸을 맡기며 무거운 운명을 자각하다가도, '오렌지 블러드(Orange Blood)'와 '로맨스 : 언톨드(ROMANCE : UNTOLD)'에서 유한하지 않은 감정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을 담는 의지를 환하게 빛내 보였다. 흔들리고 괴로워할지언정 엔하이픈은 언제나 무언가를 갈망했다. 그것이 일탈이든, 파괴든, 사랑이든 말이다.

경력을 훑다 보면 '디자이어'는 엔하이픈이 자연스럽게 당도해야 했을 해방구처럼 느껴진다. 빌리프랩과 산하 제작진, 구성원들마저 앨범에 감도는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서사의 완성을 위해 모든 부분에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 앨범을 여는 'Flashover'부터 저돌적이다. 꿈결같은 퓨처 베이스 비트와 보컬 샘플 및 사운드 드롭으로 세련된 뱀파이어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소리로 옮긴다. 위켄드의 히트곡 'Starboy' 작사 및 프로듀싱에 참여한 캐나다 프로듀서 서쿳(Cirkut)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배드 디자이어(Bad Desire)'는 엔하이픈의 다크 판타지 로맨스의 꼭짓점을 장식한다. 위켄드가 선사한 신스웨이브와 알앤비의 유행을 치명적인 케이팝 보이그룹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엔하이픈은 다양한 요구에 순조롭게 대응하며 표현의 폭을 넓혀온 그룹이지만, '바이트 미(Bite Me)'와 '페이탈 트러블(Fatal Trouble)'로 이어지는 '배드 디자이어'에서 다크 콘셉트를 입었을 때 가장 매혹적이다. 이번 타이틀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균형 잡힌 곡이다.

이어지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다. 힙합 그룹 스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의 노래를 샘플링하여 완성한 '아웃사이드(Outside)'가 상대를 나와 같은 종족으로 만들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묵직한 힙합 장르로 풀어낸다. 앨범 가운데 나레이션의 역할을 맡고 있는 곡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노래 자체로 즐길 수 있다. 단출한 베이스 리프와 하이톤의 가성을 교차하는 섬세한 'Loose' 도 흥미롭다. '배드 디자이어'와 '아웃사이드'에서 감춰둔 송곳니를 드러내며 어둠이 내린 도시를 질주하는 멤버들이 인간 세계에서 정체를 감추고 도도하게 상대를 끌어당긴다. 엔하이픈의 장기인 질주하는 록과 신스웨이브의 매력은 '헬륨(Helium)'에서 정점을 찍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해필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를 연상케 하는 하늘하늘한 팝 '투 클로즈(Too Close)' 역시 앨범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점으로 향하며 분위기를 고조하다 불현듯 툭 건반만을 남기는 구조가 내면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이질적인 생명체의 감정선을 투영하고 있다. 

BTS 이후 등장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 보이그룹에는 차근차근 따라갔을 때 커지는 서사의 감동이 있다. 다른 단어로는 세계관이다. 최근 몇 년간 20세기 중반 경음악을 통칭하던 이지 리스닝이 '듣기 편한 음악'이라는 뜻으로 가요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팬덤 중심의 소비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면서 세계관은 케이팝의 낮아진 대중 호응도와 스트리밍 플랫폼 차트에서의 성적 저하의 모든 원흉으로 지목됐다. 단편적인 해석이다. 서사 없는 케이팝은 없다. 케이팝은 사전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그룹의 주제를 정하고, 청소년기에 데뷔하는 멤버들의 성장세에 맞춰 매 앨범 콘셉트를 지정하고 그에 맞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조립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집적도를 높여 단순하고도 순조로운 결과를 만드느냐에 케이팝의 완성도가 달려있다. 뜨뜻미지근한 케이팝 결과물은 세계관 때문이 아니다. 긴밀하지 못한 소통과 자유롭지 못한 의사 결정 때문이다.

'디자이어: 언리쉬'에서 엔하이픈은 그 균형을 찾았다. 지난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미니소드3: 투모로우(minisode 3: Tomorrow)'를 통해 마법의 세계에서 현실로 추락하며 꿈결 같은 순간을 지켜나갔던 그룹의 역사를 성공적으로 요약했듯이, 엔하이픈도 오래 갈고 닦은 뱀파이어 콘셉트를 통해 다가서고자 하나 주저하고 망설이는 입체적인 케이팝 보이그룹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이랜드'부터 따라온 팬도, '다크문'이라는 IP를 통해 거꾸로 유입된 팬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콘셉추얼한 음악에 기꺼이 목덜미를 내어주어도 모를 일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빌리프랩>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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