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저는 오래 노래할 자신이 있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도영이 힘주어 외쳤다. 그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답변 하나하나에, 음악에 대해 쌓아온 고민의 흔적이 녹아 있었다.
그는 특유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벅찬 청춘을 노래해왔다. 그누군가에겐 잠시 쉬어갈 '쉼표'가 되길, 또 누군가에겐 어둠을 밝혀주는 '반딧불'이 되길 바랐다.
서른이 되며 시선도 더 깊어졌고, 내면도 단단해졌다. 자신의 진심을 담아, 두 번째 솔로 앨범 '쏘어'(Soar)를 준비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계획이다.
도영은 "1집 때보다 떨림은 줄었다. 2집은 제게 감사함이 많이 느껴지는 앨범"이라며 "최대한 제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디스패치'가 최근 도영을 만나,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었다.
◆ 'Soar', 꿈꾸게 하는 힘
1집 '청춘의 포말'에서는 20대의 감정을 노래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청춘의 다양한 순간들을 포말에 빗대어 표현했다. 2집에서는 청춘을 초월한다. 전 세대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던진다.
앨범 주제는 '꿈꾸게 하는 힘'이다. 도영은 리스너들이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랐다. 그래서 앨범의 제목도 '쏘어'. 하늘로 솟구친다는 뜻이다.
"포기하려 했던 것이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게 하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겁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이 들었으면 했죠. 그래서 희망찬 분위기의 곡들을 주로 수록했어요."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이 중요했다. 억지로 감정을 끌어내고 싶지 않았다는 것. 서른이라는 나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 지금 하고 싶은 음악들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1집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도영은 "아티스트라면 자기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기존 음악 색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도영은 자신의 음악 정체성을 '벅참'이라고 정의했다. 청량함 위에, 가슴 찡한 감정을 얹었다. 그는 주변인들이 알아주는 '벅참 중독자'이기도 하다.
NCT 멤버들이 청음 테스트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도영에 따르면, 모든 멤버들이 "전작보다 훨씬 좋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마크가 "더 성숙해졌다"고 감탄했다.
"이번에도 만족할 만한 앨범이 나온 것 같아요. 성적보다도, 제가 꿈꿔온 것들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 청춘의 포말, 우주에 닿다
도영은 어린 시절부터 밴드 음악을 선호했다. 데뷔 곡도 밴드 곡이었다. NCT U의 '위드아웃 유'(WITHOUT YOU)에서부터 밴드 보컬리스트로서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 오랜 애정을 담아, 특급 프로듀서 라인업을 완성했다. 윤도현, 김윤아, 김종완 등 유명 뮤지션들을 직접 찾았다. 그들 모두 도영의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타이틀 곡은 '안녕, 우주'(Memory)다. '안녕'이라는 말은, 만나거나 헤어질 때 쓰는 인사다. 우주는 기억들이 모여 있는 상징적인 공간. 이 곡은 그렇게, 오가는 모든 기억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가사는 서정적인데 멜로디는 신나는 곡이에요. 그래서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추억을 회상하거나 기억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윤도현은 수록곡 '고요'를 프로듀싱했다. 그는 도영이 참여한 뮤지컬 '웃는 남자' 커튼콜 영상을 보고, 곡을 건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도영은 "제 노력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김윤아는 '동경'을 작업했다. 김윤아는 도영의 노래를 듣고 푹 빠졌다. "소녀처럼 아름다운 음색"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경' 역시 도영의 보컬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디렉팅했다.
"김윤아 선배님은 '동경하는 세상이 알고 보니 허상이었다. 그래도 낙담하지 말고, 현실을 살아가자'라는 담담한 마음을 가사로 쓰셨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가사를 읽으며 현실보다는 동경을 마주한 행복을 더 느꼈어요. 선배님도 오히려 제 목소리에는 그 해석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존중해주셨어요."
김종완은 '샌드 박스'라는 곡을 만들었다. 도영은 그와 미팅도, 녹음도 가장 많이 했다고 밝혔다. "정말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다. '내가 무언가를 이만큼 꼼꼼하게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제가 욕심이 되게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통해 욕심의 절반 가량은 이룬 것 같아요."
◆ "고마워! 나의 청춘, 나의 127"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또 솔로 가수로서 오랜 시간 걸어왔다.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꿈을 함께 한 동료들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도영은 계속해서 NCT 127 멤버들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벅찼던 순간도, 멤버들이 옆에 있었다. 도영은 '네오시티:서울-더 유니티'(2023) 콘서트 마지막 날을 언급했다.
당시 멤버들은 군백기를 앞두고 있었다. 공연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멤버들이 서로 헤어지는 게 처음이었다. 다들 '우리가 언제 다시 이렇게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감정이) 하나가 됐다"고 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 멤버들이랑 있을 때 더 벅차오릅니다. 마치 저희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고, 하나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NCT 127은 곧, 그의 자부심이다. 현재 멤버 8명 중 5명이 솔로 앨범을 냈다. 도영, 재현, 태용, 마크, 유타 등이다. 신기하게도 각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
도영은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한 그룹으로 같은 음악을 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룹으로 하는 음악은 그것대로 다 같이 잘하고 있어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시즈니'(팬덤 애칭)도 도영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다. 그는 신보 프로모션으로 팬들을 위해 직접 펜을 들었다. 서울 곳곳에 '행운의 편지'를 남겼다.
그는 "팬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한 전시회 '도영의 방'이 그 계기. 당시 많은 팬들이 "나를 꿈꾸게 하는 힘은 도영의 음악"이라는 쪽지를 남겨줬다.
"팬 분들이랑 쌓아온 시간이 오래될수록, 그들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쪽지를 보고서는 '내 꿈을 위해 달려왔던 시간이 누군가의 꿈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제 음악을 들어주는 팬들의 꿈이 되어주고 싶어요."
◆ "내 꿈은, 영원히 가수"
도영은 언제나 음악에 진심이다. 학창 시절에도 노래가 좋았고, 지금도, 앞으로도 좋아할 자신이 넘친다. 그는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벅차오르는 음악이 듣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두되, 대중성도 놓치고 싶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자체보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했다. 들어줄 사람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벌써 다음 앨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3집에서는 나얼 선배님, 일본의 오피셜히게단디즘, 그리고 정말 유명한 콜드플레이 분들한테 곡을 받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어느덧 데뷔 9년 차. 나이는 30대에 접어들었다. 그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나잇대였다. "30대에 대한 두려움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연차가 주는 노련함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코앞에 닥친 군백기에도 담담하다. "지금 우리 팀(NCT 127)을 보면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훨씬 에너지가 크고 멋지다. 이렇게 음악 하면, 오래 폼 안 떨어지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도영의 목표는, 평생 노래하는 것. 그 꿈을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요즘 보컬 레슨을 받으며, 소리를 건강하게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오래 노래할 거에요.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건강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무조건 오래 노래할 테니까요."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