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기자] "멱살을 잡고, 망치를 들고, 폰을 부쉈습니다" (증인 A 씨)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전 연인 A 씨에 대한 보복 목적 폭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A 씨는 자수를 제안하자, 오재원이 망치로 폰을 부수고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한대균)는 11일 오재원과 A 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A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3월 9일 경찰에 필로폰 투약을 자수했다. 112 신고 전, 오재원이 운영했던 '볼야드' 야구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이날 검사는 방문 이유를 물었다. A 씨는 이틀 전 오재원과 결별했고, 자신의 차에 있던 오재원 짐을 돌려주기 위해 '볼야드'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자수를 결심했다. A 씨는 "오재원 약 사주느라 돈을 다 탕진했다. 오재원을 위해 내 가족과 지인들에게까지 수면제 대리처방을 부탁했다. 멈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여자 문제. 당시 '볼야드'에는 오재원이 다른 여성 B 씨와 있었다. A 씨는 B 씨를 피해, 자신의 차에서 오재원과 대화를 나눴다. B 씨는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났다.
"오재원은 저와 교제 당시에도 다른 연인이 있었어요. 저를 속이고 만났어요. 그런데 헤어진지 이틀 밖에 안 됐는데 또 다른 여자가 있었어요. 또 나를 속였구나…"(A 씨)
두 사람은 '볼야드'로 돌아왔다. A 씨가 자수를 꺼내자, 오재원은 망치를 들었다. "갑자기 망치를 들고 저를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망치로 휴대전화를 5회 내리쳤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아이폰은 박살났다. "휴대폰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오재원이 쫓아와서 제 멱살을 붙잡았다. 저를 끌고 내려갔다. 도망가기 위해 한 칸 올라가니, 야구 방망이를 바닥으로 치며 한 발짝만 더 올라가봐 죽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재원 변호인 측 차례. B 씨의 경찰 진술을 읽었다. "B 씨에 의하면 A 씨가 소리를 지르고 오재원을 불렀다.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컸다. 당시 A 씨는 흥분된 상태"라고 전했다.
A 씨는 언성만 높였고, 흥분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오재원과는 자신의 차에서 대화했고, B 씨가 그 사이에 떠나 당시 상황을 목격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재원 변호인은 B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오재원이 보복 목적으로 저지른 게 아니다. B 씨를 증인으로 신문해서 A 씨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거부했다. "A 씨가 술도 안 마시고, 흥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쨌든 A 씨가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 때문에 신고를 결심한 건, 저희도 확인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선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A 씨에게만 구형을 내렸다. 징역 2년형. A 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성실히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A 씨 변호인도 "피고인은 무엇보다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초범이고, 피해자 지위에서 수동적으로 이 사건에 이르게 된 점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오재원은 필로폰 투약과 A 씨 폰을 부순 건 인정했다. 그러나 보복 목적의 폭행은 부인 중이다. 그는 A 씨 증인 신문 내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다음 공판은 7월 19일에 진행된다.
<사진=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