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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ye] "클리쉐를 파괴하라"…정우성, 액션 장인의 역발상

[Dispatch=정태윤기자] 이미 숱하게 소비된 이야기다. 그 뻔함에 도전하고 싶었다. 클리쉐를 파괴해 정우성만의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 

"영화인들이 소재와 스토리를 다루는 관점이 바람직했나.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뻔한 이야기였기에,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하 정우성)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씩 비틀었다. 주인공은 시원하게 때려야만 하는가. 어린아이를 등장시킨다면 어떻게 사용해야 될까. 빌런은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냉혈한이어야 하는가….

물음표를 던지니, 새로운 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빌런은 귀엽게, 아이는 강하게, 그리고 주인공이 꼭 싸울 필요는 없다. 전형적인 누아르에 전형적이지 않은 해석을 덧칠한 것. 

그렇게 '보호자'가 탄생했다. 어둡고 잔인한 분위기에서 툭툭 유머가 튀어나온다. 누아르와 블랙코미디 사이에서 저울질한다. 이게 바로, 감독 정우성의 색깔이다.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빌런 사용법

정우성은 '보호자'를 "귀여운 영화"라고 지칭했다. 정확히 말하면, 빌런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과장된 몸짓으로 약점을 숨기려 하는, 연약함을 포착한 것. 

'보호자'의 빌런즈는 냉혈한과는 거리가 멀다. 극도의 불안을 품고 있거나, 혹은 서사가 있는 미치광이이거나.

"성준(김준한 분)은 암흑세계의 2인자이지만, 수혁(정우성 분)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죠. 폭력의 정점에 있는 총으로, 자신의 불안함을 메꿔요. 그런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감독의 시선은, 관객에게도 닿았다. 수혁이 출소하고, 성준은 자신의 자리를 언제 뺏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자신의 몸 보다 소중하게 총을 관리한다. 

쉽게 흥분하고 열을 내는 모습도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았다. 그런 성준의 모습은 영화 내에서 블랙코미디의 요소로 작용한다.

일례로, 성준의 최후. 죽음을 눈앞에 두고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수혁에게 "집에 좀 데려다주라"고 (떼를 쓰듯) 말한다. 생사 앞에 가장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실소를 터트리게 했다.

우진(김남길 분)은 있는 그대로, 귀엽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개소리'라는 말에 자지러질 듯 웃으며 실제 강아지처럼 '왈왈왈' 짖는다.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해맑다. 살해를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인물. 괴이하고 악랄한 성격은, 무기에서도 드러난다.

일명 '뽑기통 폭탄'. 한 손에 들어오는 둥근 캡슐 안에 폭탄을 설치한다. 그의 구김 없는 미소 안에 숨겨진 광기와 닮았다.

우진은 파트너 진아(박유나 분)와 함께할 땐, 더 강렬하다. 악의 없는 악의가 만나 잔인함을 극대화시켰다.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는 아이러니로 캐릭터의 전형성을 뒤엎었다.

수혁과 묘한 브로맨스도 완성했다. 수혁은 우진을 납치해 여정을 함께한다. 우진은 매사에 진지한 수혁과 대비되며 엇박자로 유머를 만들어냈다.

액션 사용법

사실 정우성의 멋있는 액션을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랐다. 정우성의 격투는 공격보단, 방어에 가까웠다. 피하고, 도망가고, 때론 추격하고….

액션의 방향이 전체적으로 수정된 건, 수혁의 목표 때문이었다. 딸을 위해 조직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겠다'는 꿈. 때문에 싸워선 안 됐다. 

정우성은 "수혁은 폭력적이었던 과거에 대한 후회를 안고 있다"며 "자신을 노리는 세력에도 맞서 싸우면 안 됐다. '평범한 삶'이라는 꿈을 위해 참고 참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장면. 조직의 2인자 성준과 싸우는 신. 수혁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조직에 맞선다. 차에 탄 채로 맞선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무리를 뿌리치듯 몸부림친다. 

"수혁이는 성난 야수가 되면 안 됐어요. 맹수들 앞에서 발버둥 치는 성난 황소처럼 그렸습니다. 살과 살이 닿으면 감정이 끝까지 몰아치잖아요. 그래서 차라는 외피를 입혔고요."

영화 말미, 딸을 구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마찬가지. 보통의 누아르였다면, 러닝타임 중 가장 화려한 액션으로 필날레를 장식해야 했다. 

그러나 수혁은 달랐다. 자신보다 몸집 큰 빌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때도 수혁의 액션은 싸움보다, 몸부림에 가깝다. 결국 또 다른 빌런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맞기만 하는 주인공? (그래도, 정우성이니까) 멋없진 않았다. 결국 수혁이 딸을 구하고, 스스로 자멸한 빌런들을 바라보며 지나갈 때. 수혁이 때려눕힌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감정에 충실한 액션이었습니다. 수혁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임을 고민했죠. 자연스럽게 답이 찾아졌습니다. 덕분에 보호자스러운 영화가 됐죠."

다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도 있다. 관객들에게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빼앗았다는 것. (물론 회상신에서 그의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었다.) 누아르의 전통적인 공식은 '피의 복수'다.

수혁은 그 공식을 벗어난다. 감독 정우성이 택한 건, 제3자의 도움. 의도대로 클리쉐는 피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대리 만족할 만한 액션의 쾌감도 피해갔다.

어린아이 사용법

누아르에 등장하는 어린아이. 흔히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약한 존재로 그린다.

'보호자'의 아이 사용법은 달랐다. 얼개는 비슷하다. 주인공 대신 어린 딸이 타깃이 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폭력과 맞서 싸운다.

때로는 나약함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정우성의 생각은 달랐다.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아이를 나약한 존재의 대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죠. 아이를 등장시키기로 한 이상, 그 자체로 존재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정우성은 아이를 약하지 않게 그렸다. 사나운 사냥개와 우락부락한 어른 앞에서도. 혼자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정우성은 "'보호자'에는 수많은 미성숙한 성인이 등장한다. 그 안에서 아이가 가장 성숙한 인격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감독 정우성은 흥행 공식 대신, 도전을 선택했다. 물론, 그에 따른 어색함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다름이 정우성스러운 영화를 완성했다.

스타일리시한 감각과 예상 밖의 호흡, 천천히 숨을 고르다 터트리는 유머까지. 정우성의 다음 연출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출처=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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