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원작의 '도쿄'는, 치명적이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지만, 당차고, 대담하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녀의 매력 덕분에, 드라마는 (때론 피곤해도) 텐션을 유지한다.

그 강렬했던 캐릭터가, 'K-패치'를 붙이니 납작해졌다. 

한국 버전 도쿄(전종서 분)는, 한 마디로 매력이 없다. 그녀가 일으키는 분노 유발은 다른 종류의 것. 관객과의 교감, 혹은 공감은 문자 그대로 '딴 나라'(스페인) 이야기다.

어디, 도쿄 뿐일까. 덴버(김지훈 분), 리우(이현우 분), 나이로비(장윤주 분)…. 그 매력적인 인물들이 K-패치 속에서 잔혹사를 당했다.

스토리는 원작의 에피소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느낌. 메시지는 없고, 연기는 겉돈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도쿄의 대사처럼 '나쁜 짓'과 다름없다.

"난 도쿄. 나쁜 짓을 할거잖아?" (전종서)

◆ 1회, 정주행을 막는 장벽들 

시작부터, 나빴다. '종이의 집' 한국판은, 도쿄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전개했다. 그러나 전종서의 가볍고 개구진 목소리는 (우리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전종서는 '북조선' 아미를 자처했다. 별무늬 추리닝을 입고, DNA 댄스를 시전한다. '종이의 집' 시작을 SNL(Saturday Night Live)로 끌어내린다.

"전 세계 아미와 나의 차이점은? 진짜 군대에 들어가야 했다는 것~". (전종서)

혹시, 총 잘 쏘는 도쿄의 서사를 위해 <BTS->아미->군대(입대)->강도->사격>의 구조를 만들었다면…이는 방탄소년단도, 아미도, 원작도, 모두를 농락한 행위다.

게다가 교수(유지태 분)가 강도단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은, 고민 '1'도 없다. 그냥 지구본 보고, 찍고, 당첨. (시즌 2, 스톡홀름 이름을 지을 때는 지구본을 보고 싶지 않다.)

도쿄가, 도쿄(가명)를 설명하는 장면도 오그라든다. "왜 하필 도쿄인데?"라는 질문에 대한 전종서의 대답. "그야 나쁜 짓을 할 거잖아". 그리고 씨익~, 끝.

◆ 어색한 연기, 배우의 문제일까 

전종서에게 '도쿄'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을까. 아니다. 그보다, 김홍선 감독의 캐릭터 설정과 디렉션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김지훈은 내공이 탄탄한 베테랑 배우다. 그러나 '종이의 집'의 연기는 어딘가 어색하다. 그저, 원작의 '덴버'를 모방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로 사투리는 어색했고, 웃음은 오버스러웠다. '원작' 덴버의 "아.아.아.아.아" 라는 바보같은 (그러나 호탕한) 웃음소리를 아무 개성없이 카피했다.   

이현우의 '리우' 역시 공감 제로. 부유한 부모에게 반항하는 의대 자퇴생은, 1990년대 흔한 설정이다. 도쿄와의 러브라인도 삭제, 캐릭터의 맛이 약해졌다.

장윤주도, '나쁜 짓'의 피해자다. 원작의 나이로비는 다정하지만 냉철하고, 뜨겁지만 합리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장윤주는 "무슨 일이야?" 만 외칠 뿐이다. 

◆ 가장 나쁜 짓은, 서사의 부재 

원작은 조폐국 점거 5개월 전을 섬세하게 교차시킨다. 강도단이 살아온 과정과 범죄 이력도 차근차근 묘사한다. 강도단의 우정, 사랑, 갈등까지 담아냈다.

게다가 배경은 스페인이다. 그래서, 교수의 제안과 강도단의 실행은 설득력을 얻는다. 심지어 "우린 왜 저걸 생각 못했지?"라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종이의 집'은 단순한 하이스트 무비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의) 돈을 훔치는 게 아니라, (새로이) 찍어 낸다. 이는 부패한 스페인의 현실을 꼬집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하지만 K-'종이의 집'은 흉내만 낼 뿐이다. 김홍선 감독이 설정한 '가상'의 한국을 탓하는 건 아니다. 통일 직전의 남북은 (그나마) 새롭다. 다만, 강도짓의 목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강도 행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가상의 한국에선 탈북 여군도, 남한 여자도 살기 힘들다는 것? (실제로 1회 오프닝. '북한 아미' 도쿄는 노래방 도우미로 전락했다. 남한 출신 여직원도 마약을 하다 죽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하층민의 고통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도, 가상 한국 부유층의 부패도 깊이 있게 담지 못했다. 그렇게 사연을 줄이고, 서사는 줄었다. 그들의 강도짓은 그저, 카피캣에 불과했다.

◆ 이 리메이크는, 진짜 나쁜 짓 

그래도, 볼거리는 있다. 우선 이주빈(윤미선 역)과 김지훈의 러브라인 케미는 좋다. 박명훈(조폐국장 역)의 사악한 빌런 연기도 호평 포인트다. 

박해수는 그야말로, 하드캐리다. 찰진 북한말과 광기의 카리스마로 베를린을 재해석했다. 그가 수용소 통치 방법으로 인질들을 대할 때, 잠시나마 참신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그게 전부다. 베를린의 통치 외엔 원작과 다른 전개가 없다. 굳이 꼽자면, 달리 대신 하회탈? 교수가 폐차장을 탈출하는 방법? 뭐... 그 정도다. 

(원작에서) 죽은 도쿄를, 나이로비를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한국식으로 살려내길 바랐다. 하지만 어긋났다. 연출도, 연기도, 모든 것이 다운그레이드다.

한국 버전의 가장 큰 성과는, 원작이 얼마나 명작인지 깨닫게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원작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들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사진출처=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