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조이현은 이직의 고수다. 파이브돌스(2013), 다이아(2015), KBS-2TV '프로듀사'(2015)에선 아이유 걸그룹 '핑키포'의 리더까지.

그 다음 경력은 연기로 채웠다. MBC-TV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2017), 영화 ‘해피투게더’(2018),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2019) 등 역할은 작아도, 꾸준히 했다.

조이현의 현재(2022) 롤은, 프로듀서다.

지난해, 조이현은 누구보다 바쁘게 뛰어다녔다. MBC-TV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의 제작 전반을 이끈 것. 연습생 관리, 무대 기획, 프로모션 등이 모두 그녀의 몫.

올해는 더 쉴 틈이 없어졌다. '방과후 설렘' 우승자들을 '클라씨'(Class:y)라는 이름으로 데뷔시켰다. 제작자에 이어 매니저, 나아가 기획사 'M25'의 대표 업무까지 병행 중이다.

그러고보면, 그녀의 연예계 생활은 치열함의 연속이다. 파이브돌스에서 다이아 멤버가 됐고, 연기자로 전향해 활동했다. 이제는 K팝 최연소 여성 프로듀서로 맹활약하고 있다.

'디스패치'가 최근 조이현을 만났다. 그녀의 '클라씨' 한 열정에 대해 들었다.

◆ "도전의 설렘"

조이현의 20대 정체성은 아이돌이다. 열아홉 살, 하이틴 뮤지컬 '아이돌'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조이현은 "노래를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본격적인 활동은 '파이브돌스'(2013년)로 시작했다. 본명인 '승희'로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단역과 조연을 따냈고, 예능에 출연하며 팀을 홍보했다.

그러면서 얻은 별명이 '소녀가장'이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멤버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난 것. 결국 파이브돌스는 3년 만에 공식 해체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해(2015년) '다이아'의 일곱 번째 멤버이자 리더로 합류했다. 연기자의 열정도 키워나갔다. 작은 역이라도 하고 싶었기에 계속 오디션을 봤다.

"드라마 '프로듀사' 속 신디(아이유 분) 걸그룹 기억하시나요? '핑키 포'의 리더가 바로 저였어요. 정말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 단역·조연에 도전했죠."

그러다 보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1년 만에 다이아를 떠나게 됐다. 연기 활동도 틈틈이 했지만 생각처럼 잘 풀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무대가 그리웠다.

"재능이 부족한 걸까, 나는 대체 뭘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죠. 건강상 이유로 전향했지만, 사실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했어요. 하고 싶은 걸 못 하니 뭘 해도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인생 2막이 열렸다. 당시 소속사 대표가 "(여자) 박진영, (여자) 유희열이 돼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본업(연기)을 하며, 프로듀싱에도 도전해보라는 이야기였다.

"2017~2018년 정도였어요. 제가 드라마를 동시에 4개 정도 찍고 있었어요. 모든 게 동시에 끝났는데, 공허함이 컸습니다. 진로를 깊게 고민하게 됐죠. 소속사 대표님께서 '너 프로듀서 한번 안 해볼래?' 하시더라고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전에 대답이 먼저 나왔다. "곧바로 해 보겠다고, 감사하다고 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원래 모험을 즐기는 편 같아요. 하하."

◆ "방과후, 프로듀서"

지난 2019년, '프로듀스 X 101'. 조이현은 '국프'가 아니라 진짜 프로듀서였다. 연습생 한결과 도현을 프로듀싱했다. 두 사람을 '엑스원'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BAE173'을 제작했다. 한결과 도현을 포함한 9인조 남자 아이돌이다. 멤버 선정부터 콘셉트, 곡 선정, 안무…. 모든 것에 조이현의 구슬땀이 녹아 있다.

다음은 '방과후 설렘'. 조이현이 매니지먼트 총괄을 맡았다. 기획부터 국내·해외 오디션을 모두 따라다녔다. 83명의 참가자를 직접 뽑고, 곡까지 고심해 골랐다.

조이현은 한동철PD의 특명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PD님께서 제게 '지원자들의 워너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가르치고 이끄는 제가, '워너비'의 모습이어야 했죠. 때문에 24시간 정돈된 모습으로 다녀야 했어요."

비주얼 뿐 아니다. 앨범 파트 분배도 담당했다. "노래를 들으면 무대가 그려진다. '이 파트는 누가 해야겠다', '포인트 안무는 저 친구가 잘하겠다' 등 생각이 난다"며 "스스로도 (프로듀서가) 천직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아이들의 멘탈 관리도 그의 몫. "연습생 평균 나이가 16세, 사춘기 소녀들이다"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매일 컨디션을 체크했다"고 털어놨다.

"같이 밥 먹으면서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요즘 무슨 웹툰 봐?' 등 주로 편한 대화를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아이들이 저에게 작은 고민까지 털어놓더라고요."

"심지어 숙소에 있는 가구 하나, 수세미 한 장 사는 것까지 챙겼죠. 스태프들이랑 숙소에 행거를 설치하는데 너무 피곤한 거예요. 그대로 방에 뻗어서 잠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곱 명의 소녀들이 '클라씨'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조이현은 무대 아래에서, 또 뒤에서 물심양면 서포트했다. 벅찬 심경으로 그들의 무대를 지켜봤다.

"제가 쇼케이스 MC를 봤어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선유 머리를 땋아주는데, 손이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대로 너무 잘 해줘서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후련하기 보다는 더 긴장이 됐죠. '드디어 이제 시작이구나.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 "무대 아래의, 또 다른 설렘"

조이현은 지금, 일상이 '클라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멤버들을 위한 스케줄로 꽉 차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진들이 그녀에게 "왜 그렇게 열정적이냐"고 물을 정도.

그는 "제 한을 애들을 통해 푸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걸그룹으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잖아요? 클라씨는 저와는 다르게, 정말 잘 됐으면 해요. 담임 선생님, 혹은 엄마의 마음이죠. 제 모든 열정을 바치고 있습니다."

제작자로서 자부심도 크다. "저는 걸그룹의 입장을 경험한 유일한, 최연소 여성 프로듀서다"며 "그 어떤 (회사) 출신보다 많은 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만 30세의 나이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연예계에서 탄탄히 내공을 쌓았고, 이젠 자신의 길을 찾았다.

그가 꿈꾸는 클라씨는, 세계적인 걸그룹. "빌보드 차트에 (클라씨가) 진입하는 게 목표다. 아이들을 더 큰 무대로 보낼 것"이라며 "클라씨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이현이 '방과후 설렘'의 타이틀 곡을 언급했다. 바로, '샘 샘 디퍼런트'(Same Same Different). 같지만 다른 걸그룹이라는 뜻이다.

"Same same but different, Nobody like me…. 이 가사가 바로 저희의 마인드입니다. 전, 같지만 다른 제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클라씨 역시 특별한 그룹이 될 거예요."

조이현은 아직, 도전에 목마르다.

사진=민경빈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