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구 기자] '맞아야 사는 남자' 배우 김동규.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조비서가 바로 그 배우다.
주단태 회장(엄기준 역)을 모시며 온갖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조비서. 현실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 났다면 '레전드급 갑질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다행히(?) 조비서는 맞아서 드라마 속에서 살고, 맞아서 대중들에게 존재를 알렸다. 시즌1에 이어 방영되고 있는 '펜트하우스2'는 4월 2일 막을 내린다.
조비서는 '펜트하우스3'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조비서의 전직은 뭐였을까? 아니 배우 김동규는 누구일까?
∇ '펜트하우스'에서 조비서는 어떤 역할?
주단태 회장님의 비서로 이제 음지에서 일하죠. 모든 악행을 다 저지르는 그런 인물 입니다.
∇ 조비서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인기를 언제 실감했나?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제가 맞는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악역인데도 안쓰러워 해주시고.
불쌍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응원글들을 많이 봤을 때 '아, 그래도 이제 나라는 사람이 눈에 보이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뿌뜻함을 느꼈어요.
∇ 드라마 속 폭행 중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제게는 폭행 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손짓' 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시즌1에서 차에 쫓기면서 제가 자갈밭을 도망가는 장면이 나와요. 거기서 제일 많이 맞았고, 과격하게 맞았죠. 정말 리얼하게 맞기 위해서 몸을 가장 많이 날렸었던 기억이 나요.
∇ 맞는 연기는 연습이나 준비를 어떻게 하나?
복싱장을 다니면서 스파링도 하고 그러죠. 맞았을 때 목이 돌아가는 위치 라든가 각도, 이런 것도 연구를 좀 했고요.
일단 실제로 맞으면서 연습을 많이 해봤어요. 배를 맞았을 때, 발로 차였을 때 얼마나 아픈지 직접 몸으로 느껴봐야 하니까요. 현장에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실제처럼 하려고 노력했어요.
∇ 삭발은 본인 아이디어 라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주동민 감독님께 처음 제안을 드렸죠. 음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머리를 넘기고 멋있게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몸 쓰는 사람들은 머리를 안 잡히기 위해서 오히려 밀지 않을까 생각했죠. 역할에 있어서 머리를 미는 도전 역시 '배우의 멋' 아닐까요.
∇ '펜트하우스' 이전 모습은?
저도 머리도 기르고 멋있게 다닌 적 있었죠. SNS에 보면 지금 제 모습 말고 다른 사진들도 많이 돌아 다니더라고요.
'전혀 다른 사람이네' '머리 안 밀었을 땐 20대 맞네' 이런 반응들이 좀 많았어요. 전 94년생 28살 입니다.
∇ 주단태 회장 같은 사람을 실제로 모신다면?
하아... 제가 솔직히 말씀 드리면 현실에서 회장님을 모신다면 힘들지 않을까... 아마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 주 회장에게 모질게 당하면서 왜 그렇게 충성을 하나?
일단 드라마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끝까지 봐주시면 아마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까요?
∇ 조비서의 전직은 뭐였을까?
전직에 대해 딱히 드라마에서 구체적으로 나온건 없어요. 저만 갖고 있는 생각인데요.
어두운 세계에서 막내나 중간쯤에서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우연찮은 계기로 주회장을 만나지 않았을까.
∇ 배우가 된 계기는?
누나가 주말에 뭐 할거 없으면 '연기학원이나 다녀라' 해서 가게 됐어요. 사실 아버지가 군인이시다 보니까 감정 표현에 있어서 많은 제약이 있었어요.
연기학원 다니면서 감정을 표출했을 때 희열을 처음 맛보게 됐죠. 그때 예술고등학교도 알게 되서 진학을 하게 됐고요.
∇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다는데?
24살 때부터 바로 오디션을 보고 바로 대학로 생활을 시작했죠. 사실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약간 좀 이상한 놈 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로망이 있었나봐요. 이 모든 일이 20대 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김밥 한줄 먹고 연극하러 가는 내 자신이 청춘이다.
∇ 연극을 하다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
선배들이 추천을 많이 해줬어요. '시대에 맞게 흘러가야 된다' 연극이나 드라마나 연기는 같은 일이니까요.
∇ 잊을 수 없는 오디션?
연극 '에스' 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의 역할 이었죠. 한쪽 귀를 때리면서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연기를 준비했어요.
너무 붙고 싶은 욕심이 강했던거죠. 갑자기 앞이 안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준비했던 대사들을 다 했어요. 뭘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오디션장을 딱 나왔을 때 제 자신이 너무 뿌듯했어요.
오디션에 붙긴 했는데 제작사 문제로 무대에 올려지진 못했어요. 대학로에는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아요.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감정 표현이 힘든 시대 라고 생각을 해요. 울고 웃는 것도 편하게 못하죠. 저 역시 그럴 때 영화나 드라마, 짤막한 영상들을 보곤 하거든요.
제가 그렇게 도움을 받은 만큼 저도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끔 도와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꿈을 향해서 전 달려갈 겁니다.
한 분이라도 저를 보고 행복하게 웃었다면, 아니 한 분이라도 속에 있는 울음을 좀 비워내서 개운해 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