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프로그램의 거의 모든 것이 문제" (박흥식 교수)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 다시 고증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연말 이집트 편에 이어, 지난달 30일 방송된 흑사병 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벌거벗은 세계사' 흑사병 편을 지적했다. '외과 명의' 장항석 교수가 전문가로 나선 편이다.
박 교수는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라는 것. 일례로, 신뢰할 수 없는 자료(카파 공성전)를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해석했다. 강의 전반에는 중세에 대한 편견이 깃들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며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흑사병 편의 자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박 교수의 자문 내용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며 "아니면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라"고 말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이집트 편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다.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사실 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다"고 성토했다.
진행자 설민석은 석사 논문 표절로 하차했다. 프로그램은 4주 간 중단했다가 방송을 재개했다. 흑사병 편은 재정비 이후 첫 방송이었다.
<사진출처=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