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모든 것이, 기우였다.

SF 판타지는 어렵다? 시간 여행은 복잡하다? 김희선이 1인 2역을? 주원은 다시 흥행할 수 있을까? SBS-TV '앨리스'는 의문부호를 달고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앨리스'는 느낌표다. 방송 2회 만에 두 자리 수를 넘어섰다. 지난 29일, '앨리스'의 최고 시청률 11.2%(닐슨 코리아). 동시간 1위다.

시청률 10%는, 대박의 기준이다. 이민호의 '더킹'은 7~8%, 김수현의 '사이코지만'은 평균 5% 대에 머물렀다. '비밀의 숲2' 역시 6~7% 수준이다.

초반 질주의 '힘'은, 단연 김희선이다.

1회의 결정적 장면은 그의 연기에서 탄생했다. 액션, 모성, 눈물, 그리고 (2역) 등장은 감탄사를 일으켰고, 이는 2회 시청률 증폭의 발판이 됐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김희선은 절도 있는 타격, 유연한 몸놀림, 정확한 총격으로 여전사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2050년 '앨리스' 요원, 윤태이 그 자체였다.

(40대 여배우 김희선, 아니 미녀배우 김희선을 잊게 만들었다.)

김희선의 모성애는 어땠을까. 그는 임신한 사실을 모른 채 '웜홀'을 통과했다. 2050년으로 돌아가려면 다시 '웜홀'을 거쳐야 한다. 이때 김희선의 선택은, '엄마' 박선영.

그리고, 그 엄마는 위대했다. 아들(주원)이 살인자로 몰린 상황. "다른 사람 말 안 믿고 우리 아들 말만 믿을게"라는 한 마디는 눈물 없이 (시청자를) 울렸다.

김희선이 그리는 모성은, '절제'였다. 억울해도 화내지 않았다. 속상해도 울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아들을 지켰다. 아니 견뎠다. 마지막 순간까지.

"진겸아, 다 엄마 잘못이야. 잘 들어. 언젠가 엄마를 다시 보거든 절대 아는 척해서는 안 돼. 반드시 피해야 돼.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다 컸어. 고마워.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김희선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 배우다. 지난 27년 동안, '미모'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적어도 1회에서 그는, 절제의 어머니였다. 인내의 어머니였다.

드라마는, '엄마' 김희선을 잊기도 전에 반전을 준다. 20대 천재 물리학자 윤태이의 등장. 주원과 다시 만나는 (1회) 엔딩신은, 그야말로 '맛집'이었다.

'앨리스'는 분명, 낯선 소재다. '시간 여행'에 대한 부담도 존재했다. (일례로, SBS '더킹'은 평행우주 이론을 들고 나와 참패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어렵지 않았다. 2050년, 1992년, 1997년, 2010년, 2020년, 김희선만 따라가면 됐다. 김희선의 시선이, 곧 드라마의 서사였다.

김희선은 1인 2역이다. 정확히는 3역에 가까운 인물을 소화한다. 2050년 윤태이(1), 1992년 박선영, 그리고 2020년 윤태이(2).

하나의 얼굴로 전혀 다른 셋을 완성했다. 윤태이(1)의 눈빛은 차갑고, 박선영의 표정은 절절했고, 또 윤태이(2)의 말투는 당당하다.

이는 2회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김희선이 김희선 했고, 주원이 주원했다"는 연기평이 쏟아졌고, "소재는 신선했고, 전개는 시원했다"는 작품평이 더해졌다.

'앨리스' 2회 마지막. 백수찬 감독은 또다시 '엔딩 맛집'을 차렸다. 주원의 흔들리는 눈빛, 김희선의 어이없는 표정, 두 배우의 케미가 '찐'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주 금요일로 시간 여행 될까요?"라는 어느 시청자의 반응. '앨리스'는 이제 시작이다.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