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감사했고, 항상 죄송했습니다"라며 허리를 깊이 숙인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
야구팬들에겐 한때 '찹의 남자'로 유명새를 탔던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안승민이다. '찹'은, 지난 2012년 한 시즌 한화에서 활약했던 '원조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별명. 박찬호와 안승민은 그해 애리조나 투산 전지훈련 때 '룸메이트'였다.
'부처님오신날', 지난 달 30일 오후...!
대전광역시 관저동의 한 건물 입구..
한 눈에 들어오는 그의 이름은..
'전 한화이글스' 안승민..
안승민은 현재..
프로야구 은퇴 후..
아마추어야구선수 출신 '친형'과 함께..
야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친형(왼쪽)은 타자부문을, 안승민은 투수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취미반부터 아마추어, 엘리트 모두 가르쳤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엘리트만 지도하고 있다"는 게 안승민의 설명.
'지도자 변신' 안승민에게..
-은퇴 후 얼마나 지났나.
-2018년 10월 쯤이니까 이제 1년 6개월 정도됩니다.
-야구아카데미는.
-원래는 다른일을 생각했는데, 친형의 권유로 아카데미에 합류했습니다.
-친형.
-친형도 야구를 했어요. 류현진 선배님 동기입니다. 프로진출은 안 했고요.
-가르치는 부분은.
-친형은 타자파트를 저는 투수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원래는 성인 취미반부터 전부 다 가르쳤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엔 엘리트만 가르치는 중입니다.
-옥상에서도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던데.
-대부분 야구아카데미는 정해진 시간에만 훈련하고 귀가를 하는데, 저희는 옥상에서도 자유롭게 추가시간 훈련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그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훈련 분위기도 아주 자유롭고 편한게 이끌고 있습니다.
'안부장' 안승민은 사실..
다시말해,
계속 야구를 했다면 그는 지금이 '전성기'라 할 수 있다. 1991년생 안승민은 만29세가 채 되지 않았다.
[2010년 4월 13일 SK전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 안승민.]
-야구를 계속했다면 지금이 전성기다.
-그렇죠. 제가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이니까 지금이 최 전성기라 할 수 있겠죠. 야구를 계속했다면.
-2년 전, 만27세에 너무 일찍 야구를 그만뒀다.
-야구를 일찍 그만뒀다기보다 솔직히 잘린거죠.(웃음)
-잘렸다.
-기량이 안 되니까, 실력이 안 되니까 저 스스로 그만둔겁니다.
사실...
안승민에겐..
거론하기 부담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도박파문'이 그것. 스포츠토토 배팅 혐의로 그는 4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은퇴 결정에 그 사건이 영향을 미쳤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어떤 영향.
-사실 그 사건은 마무리가 됐어요. 하지만 사건으로인해 2년이란 세월을 법원에 왔다갔다하면서 마음이 붕 떠 있는 상태였습니다. 솔직히 야구밖에 모르던 제가 경찰서가 뭔지, 형사가 뭔지, 재판이 뭔지, 변호사가 뭔지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 시간들로인해 마음이 계속해서 붕 떠있게 되더라고요.
-한화구단에서는.
-한화구단에겐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빨리 사건을 마무리짓고 야구에 전념하자는 게 구단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도 뜻에 따랐고요. 하지만 2년 세월 법원을 오가며 마음이 붕 떠있는 상태로 야구가 잘 될리 만무했습니다. 기량이 올라오질 않았습니다.
-야구를 계속할 마음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습니다. 다른팀으로 옮겨서 계속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 완전히 접었어요.
-왜.
-타팀으로 옮기면 선발은 아니더라도 잠깐 잠깐 등판도 가능했겠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에 대한 이미지가 그팀에 영향을 끼칠걸 생각하니 '그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그만두기로 최종 결심했습니다.
그러니까 8년 전...
박찬호(왼쪽)의 룸메이트로..
그를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안승민의 순수하고 순박했던 그 '착한 이미지'는 여전했다.
비록 야구는 그만두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들. 그런 마음들 말이다.
-지금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을텐데.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아주 아주 가끔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신데 대부분 연령층이 높은 분들입니다.
-은퇴 후 처음엔 어땠나.
-박찬호 선배님이나 류현진형처럼 야구를 잘 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야구 못한 저는 당연히 알아보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요. 한 만명 중에 두 세분 정도 저를 알아봤을까요? 처음엔 그 두 세분도 부담됐습니다. 차라리 모른채하고 지나쳤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두 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소주 한잔 후 안승민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
-그렇다.
-솔직히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가지?
-하나는, 사실 전 현역시절 팬들에게 사인을 잘해주는 선수에 속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면 저는 그때보다 미친듯이 열심히 사인해 드릴겁니다. 돌이켜보면, 그런 부분들이 가장 아쉽고 후회됩니다. 나중에 팬분들과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그렇잖아요. 현역시절에는 그런 거 잘 몰라요. 자기만 최고인줄 알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사인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안승민이 밝힌..
그 두번째 아쉬움..
그건 뭘까?
[언론에 소개됐던 '내 볼이 최고다' 안승민의 글귀.]
안승민의 진심은...?!
-두번째는.
-은퇴하기로 마음먹고 한화 2군 서산에 있을 때였습니다. 2018년 당시 한화가 좋은 성적을 올리다보니 제가 1군에 콜업될 일이 없었습니다. 1군 경기 TV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어떤 생각.
-'내가 더이상 대전 마운드에 설 일은 없겠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공 딱 1개만 던질 수만 있다'면 마운드에 올라 큰절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인사.
-네,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정말 죄송했습니다'라고요.
비록..
잊혀진 이름 안승민이었지만,
그의 진심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렇게나마 인사올립니다. 정말 감사했고, 정말 죄송했습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야구아카데미는 계속.
-지금은 그렇지만, 향후엔 잘 모르겠어요.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대전에 오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저, 시간 정말 진짜 많아요.(웃음)
지난 달 30일 오후, 대전광역시 관저동에서 만난 '전 한화 투수' 안승민이었다.
대전 / 강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