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돌이켜보면, 참 고단했다.

“데뷔했을 때, 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어요. 춤추는 기계 같았죠. 처음부터 끝까지 힘으로만 밀어붙였어요. 생각이나 고민을 할 겨를도 없었죠.”

그의 20대는 참 열정적이었다. 온 힘을 다해 몸을 내던졌다.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이 그저 달렸다. 그러다 큰 시련이 찾아왔다. 감당할 수 없었다. 숨어야만 했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었다. 어렵게 내놓은 노래가 히트를 쳤다. 그렇게 다시 인생 역전을 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백지영의 이야기다.

'디스패치'가 지난달 24일 백지영을 만났다. 가수 인생 20년을 되돌아봤다. 엄마가 된 이후로는 음악도, 마음도, 생각도 모든 것이 변했다. 그의 레미니센스(추억담)를 들어봤다.

♬ Track 01. "나를 찾아서"

백지영은 지난 1999년, 라틴 댄스곡 ’선택’으로 데뷔했다. 2번째 정규 타이틀 ‘대쉬’로 각종 음악 차트 순위 1위를 석권했다. 이후에도 ‘새드 살사’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큰 시련이 찾아왔다. 구설수로 인해 가수 인생에 첫 위기를 맞았다.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야 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 기회가 왔다. 2006년 발표한 발라드곡 ‘사랑 안 해’가 히트를 쳤다. '대쉬' 이후 6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총 맞은 것처럼’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OST 여왕으로도 불렸다. ‘잊지 말아요’(아이리스), ‘그 여자’(시크릿가든), ‘봄비’(구가의 서), ‘울고만 있어’(굿닥터), ’시 유 어게인’(미스터 션샤인)…. 특유의 애절한 보이스가 가슴을 울렸다.

“데뷔 후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성숙해진 단계라고 생각해요. 단련하는 기간이었거든요. 20주년을 맞고 되돌아보니 (지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갖게 됐죠.”

♪ Track 02. "데미지"

오롯이 홀로 견뎌낸 시간들이다. 그 위기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것. 그래서일까. 지금의 백지영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힘든 시간의 무게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주는 데미지는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그 아픔들이 비수같이 꽂혔다면요. 지금은 스며들어요. 빨리 증발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됐어요."

감정의 폭도 넓어졌다.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딸 하임을 낳은 후 더 생각이 깊어졌다. 딸을 위해 노래를 하게 됐다. 그래서 가사 한 줄, 진심을 담았다.

“아이를 낳고 제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많이 생겼어요. 제 감정 상태가 충만하니까 음악도 따뜻해졌어요."

욕심도 버렸다. 싱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로 했다. 의미 없이 음악을 찍어내기보다, 의미 있게 음악을 표현하겠다는 것. 그의 롤이 더 선명해졌다.

"저는 아티스트와는 거리가 먼 사람 같습니다. 제가 쓴 곡을 지금도 못 들어요. 자신이 없거든요. 저는 아름다운 노래를 제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거로 만족해요.”

♩ Track 03. "나의, 레미니센스"

백지영은 세월과 함께 단단해졌다. 그의 시간을 담은 앨범 ‘레미니센스’다. 자신이 걸어온 스무 해를 추억하고 회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백지영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추억을 노래했다. 타이틀곡은 ‘우리가’. 사랑했던 연인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G.고릴라가 작사·작곡했다. 

“G.고릴라가 만든 엄정화의 ‘She’라는 곡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찾아갔죠. 회의를 거듭해 나온 곡이 ‘우리가’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5번 트랙 ’하늘까지 닿았네’를 눈여겨봐야 한다. 선우정아와의 콜라보 곡이다. 알앤비로 흐르다 후렴에 재즈 왈츠로 넘어간다. 마치 동화 같다. 

“그동안 대중이 바라는 색깔에 저를 맞춰갔어요. 그래서 선우정아 씨에게 일부로 제가 안 부를 것 같은 곡을 받았어요.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아 노래를 이렇게 해도 되구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불렀어요.”

Thanks to. 백지영

백지영은 ‘2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조심스러워했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사실 20주년을 그냥 넘기고 싶었습니다. 더는 할 일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봐요. 그런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교만이었어요. 앞으로도 더 다질 게 많은데 말이죠."

20년 후 백지영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가 목표다. 롤모델은 가수 엄정화. 그러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꾸준히 단련할 계획이다.

“40주년에 ‘앨범의 모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 정도로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건강하게 공연 많이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백지영은

“이제는 대중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팬들에게 선물 같은 노래가 됐으면 좋겠죠. 늘 무대에서 이런 마음으로 노래하겠습니다."

<사진제공=트라이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