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황)우주를 떠나보내는 기분이요….? 음…." 

때론,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것이 있다. 바로, 진심을 담은 얼굴이다. 

"우주를 떠나보내는 기분이라…."

찬희가 그랬다. JTBC 'SKY캐슬'의 '황우주'에게 안녕을 고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울컥한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남다른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찬희가 배역에 얼마나 몰입했고, 어떻게 노력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주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마음이 복잡하네요. 그래도 한 마디 하자면, '너무 고생 많았다' 정도…." (이하 찬희)

'디스패치'가 최근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찬희를 만났다. 우주로 살아온 지난 5개월의 이야기를 들었다. 

◆ "우주는, 치열하게 만난 친구"  

'SKY캐슬'의 우주는, 초반부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엄친아'가 아니다. 밝음 속에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 아주 섬세한 표현이 필요했다. 

그래서 찬희는, 치열하게 접근했다. 우선 대본을 교과서로 삼았다. 매 신마다 총 4~5번의 예습을 철저히 지켰다. 그 후 (홀로) 리허설을 거쳤다. 

"처음엔 대본을 쭉 보며 내용을 이해했어요. 다음엔 집중해서 끝까지 읽었고요. 세 번째로는 제 신을 공부했죠. 이 행동을 왜 하는지, 여기선 어떤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지…. 네 번째론 대사를 외우고, 그 다음에서야 허공에 대고 연습했습니다." 

찬희는 "그것도 부족했다"고 고개를 젓는다. "감독님께서 '스무 번, 백 번을 봐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하셨다"며 "시간 관계상 더 연습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 "시행착오, 그것도 전부 내 탓"  

물론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완급 조절이 쉽지 않았던 것. "슬픔을 많이 드러내면, 나오지 않은 과거를 '스포' 해버리는 격이었다. 반대로 그저 밝게만 하자니 뭔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사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실제로 극 중반까지 우주의 대사는 다소 평면적이었다. CF에나 나올 것 같은 아들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를테면 "우리 엄마 최고!", "돈까스 투척!" 같은 대사들을 읊어야 했다.  

자연히(?) 시청자 반응이 엇갈렸다. 찬희의 대사가 오글거린다는 것. 연기력이 다소 아쉽다는 댓글도 있었다.

"실은 그런 대사들이 쉽지는 않았어요. 평소 쓰는 말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전적으로 제 탓이죠. 작가님께서 신중하게 쓴 대사를, 시청자 분들이 보기에 이질감이 들도록 소화했으니까요."  

◆ "진짜, 우주가 되는 방법?"

그래서 찬희는, 좀더 몸을 던졌다. 우주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단계별로 감정 변화를 나누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내가 우주라면,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  

그러다보니 몰입도가 점점 높아졌다. 예의바르지만, 속으론 상처를 감췄다는 설정을 제대로 전할 수 있었다. 특히 14회 김혜나(김보라 분) 사망 이후부터는 포텐이 터졌다.

"우주가 '멘붕'에 빠지는 상황을 차근차근 정리했어요. 처음 혜나 떨어졌을 때는 완전히 패닉 상태였고요. 그 다음 병원 신에선 강도를 살짝 낮췄어요. 아빠(최원영)가 살려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혜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다시 100% 슬퍼하는 식이었습니다." 

심지어 15~16회 촬영 중에는 일부러 잠을 별로 자지 않았다. 찬희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우주라면 그 상황에서 절대 잠을 잘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실제로도 밥도 잘 먹지 않고, 입술에 침도 많이 발라 부르트게 만들었다. 더 까칠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그 때 살이 굉장히 많이 빠졌었다"고 회상했다. 

◆ "현장이 곧, 스승이었다"

현장의 '고수'들로부터 조언도 구했다. 이태란(이수임 역), 최원영(황치영 역) 등에게 용기 내 다가갔다.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며 자극받고, 또 가르침을 부탁했다. 

"항상 이태란, 최원영 선배님께 여쭤봤습니다. 두 분 모두 연기 신이시거든요. 대사 하나, 표정 하나가 달라요. 어떻게 신을 준비하시는지 물었고요. 제 대사에 대해서도 질문했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최원영 선배님께선 '네가 강조하고 싶은 것부터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제가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하면, 그에 맞는 호흡을 알려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태란 선배님께선 응원을 해주시고, 힘을 불어넣어 주시는 타입이다. 제 해석을 듣고 '네 방향이 맞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두 선배님께서 신을 마치시면, 항상 '아쉽다'고 하세요. '방금 했던 대사를 오늘 밤 샤워할 때 다시 해봐야겠다'고도 하시죠. 그래서 저도 샤워할 때마다 그날 신을 곱씹고, 또 곱씹었어요." 

◆ "찬희, 우주로 거듭나는 순간" 

그렇게 찬희는, 우주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여자친구의 사망에 절절히 아파하고, 부모님께 반항하고, 화분을 집어던져 깼다. 격하게 감정을 드러냈다. 

단, '절제'라는 단어를 잊지 않았다. "우주는 본성이 굉장히 착한 아이"라며 "그 부분은 계속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화를 낼 때도 살짝 억눌렀다"고 떠올렸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교도소 신이다. 우주가 혜나 살인범으로 몰려, 죄수복을 입었던 때다. 벼랑 끝에 몰려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삶도 되돌아봤다.  

찬희는 "그 때는 절망적인 감정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며 "우주는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거다. 그걸 정말 아프게 표출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이런 말하기 낯간지럽지만, 눈물 신에서 정말 빨리 '컷' 사인이 났습니다. 정말 뿌듯했어요. 염정아 선배님께서 '보통 남자애들은 울기 힘들어 하는데, 우주는 잘 우네'라고 칭찬해 주시기도 했죠. 짜릿한 감동이었습니다."

 ◆ "또 하나, 목표가 생겼다"

5개월 간의 부단한 노력은, 끝내 성장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찬희의 연기에 호평 세례가 쏟아졌다. 제작진 및 성인 배우들로부터도 달콤한 칭찬도 받았다. 

"특히 감독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우주야, 넌 중저음의 목소리랑 선한 미소가 매력적이야. 정말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해주셨어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그보다 행복한 건,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 찬희는 "제가 충청도 출신이다. 때문에 말할 때 좀 템포가 느리다. 교정을 해서 발음도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이런 부분을 상세히 짚어주셨다. 템포와 발음을 개선하면, 훨씬 더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씀을 목표로 삼고, 더 발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주를 만나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당연히 힘들 때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죠. 하지만 한 걸음 성장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하정우 선배님처럼요."

 <사진=정영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