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김수지기자] "음원 사재기? 얼마면 돼?"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시무룩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사재기 때문이란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어딜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요. 그런데 (음원) 순위를 보면 한 숨만 나옵니다. 사장님은 돈으로 올리는 순위, 필요없다고 말씀하지만…. 멤버들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이 그룹 역시 데뷔 초에는 브로커의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 돈만 주면 순위를 올려주겠다는 유혹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거절하고 나니, 아웃사이더가 됐다. 음원 브로커와 일부 기획사가 카르텔을 형성, 그들만의 '판대기'에서 소외되고 말았다.
가요계에 떠도는 공공연한 비밀. 바로 음원 사재기다. 문자 그대로, 특정 시간에 특정 음원을 무더기로 사는 행위를 말한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진 않았다. 일부 기획사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순위를 올린다는 소문, 그리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
음원 사재기, 어떤 식으로 진행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디스패치'가 음원 사재기에 나섰다. 음악방송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멜론', '벅스', '올레', '엠넷' 등 4대 음원 사이트를 노렸다. 타킷은 98위에 랭크된 곡. 과연 그 곡의 순위는 올랐을까.

① 단계 : 특정 음원, 반복 다운 받아볼까?
과정 : 일단 타킷을 골랐다. 숙희의 '나쁜놈'. 7일 오후 8시 기준, '멜론' 실시간 차트 98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선 멜론 분석에 들어갔다. 실시간 차트 순위는 1시간 단위의 이용량을 계산해 산정한다. 이 때 비율은 다운로드 60%, 스트리밍 40%다. 그렇다면, 무작정 다운로드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 일단 사고, 또 사기로 했다.
결과 : 결론부터 말하자면, '멜론'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반복구매 실패. 이유를 살펴 보았더니 <구매일로부터 1년간 무료 재다운이 가능>했던 것. 노래를 지우고 다시 다운을 받아도 캐시 차감은 없었다. '멜론' 뿐 아니라 '벅스', '올레뮤직', '소리바다', '엠넷뮤직' 등도 마찬가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② 단계 : 회원탈퇴, 재가입, 반복하면 어떨까?
과정 : 음원 사재기, '라면 사재기'가 아니었다. 음원 사이트가 회원의 구매 목록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만약 회원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면 어떨까. 새로 아이디를 만들어 동일 음원을 다운받기로 했다. '멜론'과 '올레'는 휴대폰 인증, '엠넷', '소리바다', '벅스'는 이메일 인증을 거쳐 탈퇴와 가입을 반복했다.
결과 : 역시나 한계에 부딪혔다. '멜론'의 경우 3번이 최대였다. <1개의 휴대폰으로 3번 탈퇴와 재가입>을 할 수 있었다. '벅스'는 <한 IP당 4번까지 재가입>이 가능했다. 같은 노래를 중복해서 다운받을 경우 휴대폰 결제를 제한하고 있었다. '올레'는 최대 8번까지 탈퇴, 재가입, 반복구매가 가능했다. 단, 9번째 시도중에 원인 모를 에러가 발생했다.
'소리바다'의 경우 회원가입은 자유로웠다. 가짜 이메일 사용도 가능했다. 하지만 <곡당 결제가 불가능>했다. '다운로드30'(4,200원)이상 정액제를 사용해야 했다. 즉, 사재기를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 '엠넷'은 이메일 회원가입만 받았다. <가짜 이메일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메일 계정이 많지 않다면 회원가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③ 단계 : 캐시를 선물하자! 친구에게 티켓 발사
과정 : 중복구매도 실패, 회원 재가입도 실패,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만약 친구에게 캐시를 '선물'하면 어떨까. 선물 기능은 일단 '멜론'만 가능했다. 일단 본인 인증 후 캐시를 충전했고, ''스트리밍 티켓 30일'(가격 5,400원)을 김효은 인턴기자에게 보냈다. 스트리밍은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 : 스트리밍 티켓도 한계가 있었다. <한 ID당로 보낼 수 있는 선물은 최대 5번>. 게다가 SKT끼리만 선물이 가능했다. 만약 브로커가 대량의 아이디에 5번씩 선물을 돌린다면 어떨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선물을 받을 때도 수락자의 본인인증이 필요했다. 즉, 수 천개의 아이디와 휴대폰이 없다면 선물을 뿌려도 받을 수가 없다.

④ 단계 : 문화 상품권, 인증이 필요없지 않을까?
과정 : 음원 사재기의 가장 큰 난관은 본인인증이다. 다운을 받을 때도, 재가입을 할 때도, 선물을 뿌릴 때도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다. 브로커가 대량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본인인증 없이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문화상품권은? 상품권에 있는 고유번호로 결제를 시도했다.
결과 : 급히 편의점에서 5,000원 짜리 상품권을 구매했다. 타킷은 49위 더원 '잘있나요'(9일 6시 기준). 이 역시 본인인증의 벽에 부딪혔다.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경우 '컬처랜드' 아이디와 비번이 필요했다. <'컬쳐랜드' 미가입 경우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상품권 결제는 사재기에 있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었다.

사실상, 원시적인 방법으로 음원을 사재는 건 불가능했다. 본인인증의 벽에 막혔다. 모든 시도가 허사였다. 소문의 진원지인 가요 관계자들은 어떤 방법을 알고 있을까.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우리도 브로커로부터 금액 제안만 받았다. 방법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에서 해커들이 스트리밍을 조작한다는데 어떤 식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다음은 가요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①번째 추측 : 주민등록 생성기 이용?
가설 : 가요 관계자들이 음원 사재기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주민번호 도용이다. 중국에서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해 다량의 아이디를 만들어 구매한다는 것. 즉, 수 만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특정 음원을 다운받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검증 : 주민번호가 있다고 회원가입이 되는 건 아니다. 모든 음원 유통사들은 반드시 휴대폰 또는 이메일 인증을 거쳐 본인 여부를 화인했다. 즉, 브로커들이 주민번호를 생성했다고 해도 본인 명의의 휴대폰 없이는 회원가입이 불가능했다.
②번째 추측 : 선물하기로 음원 결제?
가설 : 관계자들은 '선물하기'를 의심하기도 했다. 브로커들이 본진 아이디로 수 억원의 캐시를 보유한 뒤 가짜 아이디에 음원을 선물한다는 것. 상품권을 이용한 결제 역시 막연히 추측하는 사재기의 방식이었다.
검증 : 선물하기와 상품권 결제는 충분히 그럴 듯한 가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상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선물을 받을 때도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하고, 상품권을 구매할 때도 본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③번째 추측 : 자동 정액제 ID를 활용?
가설 : 자동 정액제 아이디를 활용한다는 정보도 있다. 중국에서 해커를 고용, 자동 정액제를 사용하는 회원 정보를 빼낸다는 것. 다운로드의 경우 캐시가 차감되지만, 스트리밍은 이용자 모르게 돌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스트리밍은 순위 반영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검증 : 관건은 동시 접속 여부다. 만약 이용자가 플레이어를 사용할 경우 브로커들이 중복 사용을 할 수 있냐는 것. '멜론'의 경우 음원 다운로드는 등록 된 PC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최대 3대까지다. 하지만 개별곡 스트리밍은 PC 등록없이 사용 가능했다. 만약 해커들이 로봇 PC에서 스트리밍을 돌려도 고객은 알 수가 없다.
④번째 추측 : 해킹으로 스트리밍 조작?
가설 : 전문 해커들을 이용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주장이다. 해커들의 경우 좀비 PC, 로봇 PC등을 이용해 음원 사이트 유저의 컴퓨터를 자유 자재로 조종한다는 것. 한 가요 관계자는 "보통 브로커들은 조종 가능한 아이디가 수백에서 수천 개라고 말한다"며 해커의 존재를 시사했다.
검증 : 웹이벤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해커들이 스트리밍을 돌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실례로 4분짜리 음원을 24시간 반복 재생할 경우 최다 스트리밍 횟수는 360회다. 하지만 최근 음원 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곡의 경우 한 아이디로 1만회 이상 스트리밍이 반복 재생됐다. SM, YG, JYP등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이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 '디패'의 미션 실패, 사재기 불법성 반증
분명, 음원 사재기는 존재한다. '빅3'의 검찰 제출 자료에 따르면 음원 사이트 내에서 비정상적인 흐름이 포착됐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디스패치'가 직접 사재기에 나섰지만, 가수 '숙희'의 '나쁜놈'은 오히려 순위가 내려갔다.
하지만 이는, 음원 사재기의 또 다른 반증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음원수집이 불가능하다는 것. '디스패치'기자 3명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한 음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최대 5회 이상 다운을 받지 못했다.
즉, 음원 사재기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불법성'에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생성하거나, 정액제 아이디와 비번을 수집하거나, 해킹을 통해 스트리밍을 강제적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 음원 순위를 급등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다.
▶ 대안없는 대책, 감시와 가치 재정립 필요
분명 가요계의 악이다. 우선 가수, 작사, 작곡가의 창작의지를 꺾는 일이다. 특히 정직한 뮤지션이 입는 피해도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음원 사재기는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결국 K팝의 발목을 잡는 꼴이다.
YG의 수장인 양현석 대표는 "가요계에는 언더와 오버를 통들어 좋은 뮤지션이 많다. 그러나 사재기가 등장한 이후 '돈이 없으면 밀린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순위권 밖이니 창작자의 상실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음원 사이트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유통사의 경우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특정 음원의 비정상인 스트리밍을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재기가 적발될 경우 이상 수치를 제외시키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멜론' 홍보팀은 "음원 사재기와 관련해 해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이상 음원을 걸러내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디스패치' 확인 결과 해외 접속은 가능했다. 게다가 우회 아이피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 속수무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지난 9일 추천 제도를 폐지하고, 차트 비율을 조정하는 등 음원 사재기 금지 조항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요 관계자들은 '언발에 오줌누는 식'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음원의 가치 조정이다. 국내 1곡의 구매 가격은 600원이다. 게다가 일정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면서 "지금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싸게 음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쉽게 사재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