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미겸기자] '이젠 모두 끝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 우리 약속했던 많은 날들을 / 나를 사랑했었나요 / 아닌가요 / 이젠 당신에겐 상관 없겠죠.' ('어떤가요' 가사 中)
1996년 8월 21일. '어떤가요'로 화려한 데뷔를 했다. 그해 약 5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가요차트 5위권 내에 6개월간 머물렀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5년 뒤 박화요비가 리메이크했고, 지난해엔 소찬휘가 MBC-TV '나는 가수다'에서 경연곡으로 선정했다. 그래서일까. 이정봉은 '어떤가요'가 아직도 어제 일 같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간직한다고 하잖아요. 제게 '어떤가요'가 그래요. 첫사랑 같은 곡이죠. 나쁜 기억은 전혀 없고 좋은 느낌만 남아 있어요. 그 시절 음악 방송에 출연하러 부산에 갔는데, 온 도시의 거리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그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해요."
그랬던 그가 7년의 공백기 끝에 돌아왔다. 그 기간 동안에도 꾸준히 음악에 매진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재도약을 준비했다. 이젠 신비주의 콘셉트를 벗고, 대중에게 더 많은 발라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포부다.

◆ "7년 공백기? 늘 음악을 해왔다"
이정봉의 겨울은 길었다. 2006년 '레오'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한 이후, 7년간 신보를 발매하지 않았던 것. 그는 올해 1월에야 '러브 샤랄랄라'를 발표하며 활동 재개를 알렸다. 그 기간 동안 뭘 하고 지냈을까.
"가수로서 직접 부르는 건 정말 오랜만이긴 하지만, 그 7년 동안 아예 음악에서 손을 뗀 적은 없어요. 다른 가수의 앨범을 프로듀싱했고, 영화 음악 감독을 맡았죠. 드라마 OST도 작곡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어요. 더욱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갑작스런 컴백도, 이정봉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늘 해오던 음악 활동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물 흐르듯 곡을 준비했고, 자연스레 녹음실에 들어섰다. 그러다보니 2달 간격으로 두 곡을 선보이게 됐다.
"다시 앨범을 발매한 건 이를테면 습관 같은 거죠. 17년 전 '어떤가요'가 제겐 엊그제 일 같듯이, 녹음실에서 노래를 하는 게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꾸준히 음악하는 과정에서 앨범을 발매한 거라고 볼 수 있죠. 요즘은 1~2곡에 집중해서 단기간에 싱글을 낼 수 있으니까 더 편해진 것 같아요."
◆ "새 싱글, 대중성 염두에 둔 곡"
하지만 고민은 있었다. 대중성을 좀더 확보하고 싶었던 것. 컴백 곡 '러브 샤랄랄라'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나온 곡이 '벚꽃길 그사람' 이다. 누구나 노래방에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대중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한 남자가 봄날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 한다는 내용이에요. 이별은 사계절 언제나 찾아오는 거잖아요? 소재 자체가 공감대가 크죠. 여기에 벚꽃이란 매개체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끔 만들었어요."
곡에 맞춰 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러브 샤랄랄라'에서 8단 고음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절제'를 염두에 뒀다. 가사는 말하는 듯이 읊조렸고, 감정 전달은 담담하게 했다. 깨끗한 미성을 강조하는 대신 좀더 깊이 있는 울림을 담아 냈다. 청중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동안 불렀던 곡들보다 기승전결을 줄였어요. 폭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단 오히려 절제한 거죠. 음역대도 한 단계 낮췄어요. 툭툭 던지는 느낌으로 부르는 동시에 애상적인 감정을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듣기에 한층 편안해지셨을 거예요."

◆ "이정봉 표 발라드, 더 알리고 싶어"
올해부터는 이정봉 표 음악을 좀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각오였다. 분야는 당연히 발라드. 가장 자신있는 분야고, 대중에게도 익숙한 음악이라는 것이 이유다. 목표는 하나였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음악을 선보이는 것.
"전 그냥 대중이 말하는 대로 발라드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다른 욕심은 없어요. 좀 심심하긴 하지만 그게 정답인걸요. 거기에 '실력 있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더 좋겠죠.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되짚어보면, 17년간 음악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우여곡절도 있었고 음반이 잘 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이정봉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평생 걸어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3년은 재도약하는 시점 중 하나가 될 예정이다.
"음악이 주는 특별한 메시지가 있어요. 꿈과 희망이죠. 지금 당장 힘들 수도 있지만, 이런 점 때문에 견딜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후회는 전혀 없어요. 어차피 지금부터 17년 후에도 전,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음악으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지켜봐 주세요."
<사진제공=위프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