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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에 승기가 없다…이승기, 배우의 성장곡선


[Dispatch=최인경기자] 스타는 타율이 생명이다. 시청률 한 방으로 존재감을 과시해야한다. 하지만 배우에게는 출루율이 중요하다. 매 작품 전진하며 흥행타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 꾸준히 살아 나가는 것, 배우가 가져야할 첫 번째 미덕이다.

 

이승기는 스타다. 그것도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 등 두 작품 연속으로 시청률 40%를 기록했다. 랑데뷰다. '시청률 보증수표', '믿고 보는 승기'라는 수식어가 생긴 것도 이 때다. 

 

그러나 이승기는 배우가 되고 싶은 스타다. 다음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한 방을 위해 휘두르지 않았다. 잘게 끊어치며 조금씩 전진했다. 비록 시청률이 터지진 않았지만,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까지 스펙트럼의 폭은 넓어졌다.

 

그렇게 이승기는 5편의 드라마로 5번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욕심을 냈고, 히트를 했고, 상처도 났고, 그러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지금, '구가의 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방망이를 곧추 세웠다. 홈런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진루타가 눈앞이다.

 

 

◆ "원 원더 히트라고?"

 

데뷔전은 2006년 KBS-2TV '소문난 칠공주'였다. 당시 이승기는 뺀질거리지만 사랑스러운 '황태자'로 분했다.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첫 타석부터 터졌다. 물론 주연이 아닌 조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휘두른 게 히트로 이어진 셈이다.

 

3년 뒤, SBS-TV'찬란한 유산'에선 당당히 타이틀롤을 맡았다. "'가수가 저 정도면 됐지'하는 말을 듣지 않겠다"며 2번째 타석에 섰다. 이 때, 이승기는 캐릭터라는 방망이를 처음으로 휘둘렀다. '착한 남자' 이승기를 지웠고, '못된 남자' 선우환이 되기위해 안하무인으로 양념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찬란한 유산' 역시 시청률 40%를 돌파했다. 반짝스타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했다. 무엇보다 연기의 폭을 넓혔다. 까칠함부터 다정함까지, 다양한 모습은 변신에 대한 강박을 없애는 촉매제가 됐다.  

 

 
◆ "성장통은 있습니다"


2010년 SBS-TV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2012년 MBC-TV '더킹투하츠'. 성장통이었다. 두 작품 모두 온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상대역인 신민아와 하지원에게 관심이 쏠렸다.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승기는 이 작품을 통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진리를 얻었다.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현장에서 호흡하는 법도 배웠다. 드라마가 끝난 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상대와의 교감이었다"며 작품의 소득을 말했었다.

 

또 하나, 캐릭터 설정에 대한 교훈도 얻었다. 사실 전작에서 이승기가 구축한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한 인물 내에서였다. 반면 '더킹'에서 그는 희노애락을 교차해 분출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입체감있는 묘사에 한 발 다가섰다.

 


◆ "승기 없고, 강치 있다"


'구가의 서'는, 확실히 이전 모습은 아니다. 섬세한 심리 변화의 이음새를 옹골지게 메웠다. 반인반수가 가진 정체성의 혼란을 한층 풍부한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결과, 자신만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구축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인물 그 자체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였다. 이승기는 "같은 대본 속에서도 '서브
텍스트'를 보려고 한다"면서 "강치를 연기하는 승기가 아닌, 그냥 강치가 되려고 한다. 캐릭터 속에서 내 모습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상대를 이끄는 노련함도 더해졌다. 자신을 죽여야 상대가 더 빛나는, 연기의 합을 터득한 모습이다. 이런 완급조절은 극을 이끄는 중심축이 됐다. 파트너인 수지가 더욱 편하게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성숙 역시 이 작품에서 얻은 수확이다.

 

 

'믿보배', 사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은 연기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그의 선구안, 즉 이승기가 고르는 작품은 재미있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 말하는 '믿보배'는 다른다. 바로, 퍼포먼스에 대한 칭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승기의 연기는 믿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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