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미겸기자] "패션퀸, 섹시퀸? 결론은 이효리"
흔히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비가 온 다음의 태도다. 비에 젖었다고 땅이 굳는 건 아니라는 사실. 흙탕물이 된 땅을 천천히 다지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땅은 단단한 토양이 된다. 즉, 시련은 극복하는 사람만 성장시킨다.
이전까지 대중이 알던 이효리는 '섹시 퀸'이었다. 감각적인 스타일, 강렬한 퍼포먼스. 그의 가사는 늘 '천하무적 이효리'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앞으로 해도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인, 그는 스스로를 트렌트 세터로 규정했다.
그랬던 이효리가 절치부심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0년 발매한 정규 4집 '에이치-로직' 표절 사태 이후 3년. 끊임없이 음악에 대해 고민했고, 내실을 다졌다. 그리고 찾은 대답은, 진정성이었다. 가사와 음악에 진짜 이효리를 담아냈다.
그 결과는 정규 5집 수록곡 '미스코리아'로 드러났다. 강렬한 전자음도, 과격한 댄스도 사라졌다. 대신 이효리의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 한껏 힘을 뺐다. 보여주는 음악을 고집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힐링 뮤직', 결국 이효리 자신을 음악으로 가사로 들려주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진 않아 /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 그렇지 않아요 / 이리 와 봐요 / 다 괜찮아요' (미스코리아 가사 中)
가사 안에는 이효리가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 신기루 같은 인기를 더이상 신경쓰지 않고 싶다는 외침. 수많은 실패에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고자 하는 말들. 소박하지만 진실했다. 이효리의 지금 상황과 꼭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반성도 있었다. 과거 섹시 아이콘으로서 외모 지상주의에 일조했던 점을 스스로 풍자했다. '명품 가방이 날 빛내주나요 / 예뻐지면 그만 뭐든 할까요'라고 노래했던 것. 뮤비에서도 이 부분이 반영됐다. 선글라스를 끼고, 얼굴에 붕대를 감았다. 의사로 보이는 노인 옆에서 쓸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멜로디 역시 이효리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데 충실했다. 목소리를 가릴 화려한 전자음도, 파격적인 실험도 없었다. 대신 레트로 풍의 단순한 리듬이 곡을 채웠다. 밴드 연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조하며 한층 분위기를 살렸다.
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이전의 내지르는 창법 대신 읊조리는 듯한 방식을 택한 것.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을 빼고, 담담한 목소리로 툭툭 내뱉듯 노래했다. 그 결과 청중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줘 한층 공감대를 높일 수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진짜 이효리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절치부심했다. 물론 그동안 생각하던 섹시한 이효리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이효리다운 모습이 드러났다. 그래서 '미스코리아'는 이효리 그 자체, 새로운 도약이다.
대중에게도 이 진정성이 통했다. 데뷔 15년 만에 드디어 이효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성적도 놀랍다. 지난 6일 '미스코리아' 음원을 공개하자마자 '멜론', '엠넷', '소리바다'를 비롯한 국내 9대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를 올킬했다. 이 기세는 7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틀째 9대 차트의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사진='미스코리아' 뮤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