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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로 난, 다시 모험할 시간을 벌었다 (송혜교 인터뷰)

 

▶ 지난 4년이, 내게는 겨울…바람처럼 오영 만났다

 

▶ 그 겨울로 얻은 것?…흥행 부담없이 도전할 기회

 

[Dispatch=서보현기자] 축제는 시작됐다. 그 만큼 5년만의 안방극장 컴백은 성공적이었다. 그 어떤 자화자찬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모두가 들떠있어도 혼자는 침착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는 것, 그 뿐이었다.

 

왜일까 궁금해졌다. 그러자 송혜교는 독백을 하듯 지난 4년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절 변화시켰어요. 전 아팠고, 다쳤고, 경험했고, 배웠죠. 그리고 성장했습니다."

 

한 뼘 더 자랐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칭찬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또 힘들었던 지난 날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던질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숨죽이며, 스스로와 싸웠던 시간들 덕분이었다.  

 

긴 겨울을 보내고 봄날을 맞은 송혜교를 만났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된, 지독하게 외로웠던 지난 4년을 되돌아봤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겨울, 송혜교에게도 바람은 불었더랬다.

 

 

 

◆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연기"

 

그녀의 겨울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작됐다. 2008년, 왕가위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뒤였다. 영화 '일대종사', 단역이었지만 거장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완성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그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던 긴 시간이었다.

 

"사실 몇 번을 그만두고 싶었는지 몰라요. 중국에 갔는데 아무 촬영도 안하는 날도 수두룩했죠. 그게 왕가위 감독 스타일인데 당황스러웠어요. 솔직히 '내가 왜 한국의 좋은 작품을 마다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지?' 싶더라고요. 그렇게 4년을 저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했어요."

 

어렵게 카메라 앞에 서게 돼도 고민은 그치지 않았다. 막상 연기를 해도 문제였다. 오케이 사인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같은 장면을 30번 이상 찍은 적도 있었다. 스스로를 원망하고 탓하며 보낸 시간이 여러 날이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였다. 송혜교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기본부터 다시 다졌다. 온전히 그 캐릭터와 일체되려 애썼다. 송혜교는 "손짓 하나를 연기하더라도 인간 송혜교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도록 했다. 그 시간을 거치며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 "흥행퀸 타이틀 반납하고 얻은 경험"   

 

송혜교가 고민에 빠진 시기, 그의 연기관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출연한 영화는 약 3편. '페티쉬'(2008), '까멜리아-러브 포 세일'(2010), '오늘'(2011) 등이다. 작은 규모의 영화들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었다. 

 

인기와 흥행을 바라고 시작한 작품들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캐릭터, 그리고 작품을 먼저 봤다. 사람들이 공식화했던 '로코퀸' 이미지는 당분간 접어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송혜교에게는 도전과 모험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관객과 팬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캐릭터에 몰입해야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을거라고요. 그렇게 선택한 작품들이었어요. 당시 말랑한 캐릭터는 제 흥미를 끌진 못했거든요. "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었다. 송혜교는 속을 채워 넣는 댓가로 흥행퀸 타이틀을 내려 놓아야 했다. 개봉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잊기도 했다. 쉬지않고 카메라 앞에 섰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몇 없었다. 배우로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 "연기가 고플 때 만난 노희경, 그리고 오영"

 

그 때 만난 작품이 SBS-TV '그 겨울, 바람이 분다'다. 노희경 작가가 손을 건넸다. 쉬운 역할은 아니었다. 시각 장애인, 게다가 처절하게 외로운 캐릭터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연기였다.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송혜교는 한 판 제대로 도전하기로 했다.

 

"연기를 너무 하고, 연기가 너무 고픈 순간에 '그 겨울'을 만났어요. 그런데 참 다행이에요. 만약 다치고 아팠던 지난 시간이 없었다면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거에요. 그랬다면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임하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시간은, 절 성숙하게 만들었더라고요."

 

그의 말대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송혜교는 출연진 중 그 누구보다 빛났다. 특히 절제된 감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매일 화제의 중심에 섰을 정도였다. 이 뿐 만이 아니었다. 매순간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서로 주고받는 대사에서 오는 감칠맛도 느낄 수 있었다. 

 

"20대 때는 제 욕심만 앞섰었어요. 내 연기만 봤죠. 내 몫을 채우는데 급급했어요. 한데 지금은 아니더라고요.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생겼고 상대방의 연기도 볼 수 있게끔 시야가 넓어졌어요. 이제서야 연기 호흡이 어떤건지 알겠더라고요. 참 좋았어요."

 

 

 

◆ "2013년, 다시 출발점에 선 송혜교"

 

지금 송혜교는 그 어느 배우 부럽지 않은 위치에 올라와 있다. 미모, 연기, 흥행 모두 거머쥐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지금 이 상황을 즐기기만 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송혜교는 또 다시 도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첫 시작은 오우삼 감독의 '생사련'이다.

 

조금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번 "왕가위 감독처럼 오래 찍는 스타일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 용기를 묻자 "'그 겨울'이 잘된 덕"이라며 "다음 작품은 흥행을 신경쓰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모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고 설레했다.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송혜교. 스타로 시작해 배우로 자리잡기까지 꼬박 17년이 걸렸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한 길만을 걸어서 일군 결과다. 이제 그의 나이 서른 하나. 아직 못 다 보여준 것도, 남은 시간도 많다. 송혜교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갈 수록 작품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어떻게하면 제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절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잖아요. 저, 그러긴 싫거든요."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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