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김수지·김미겸기자] "내(A)가 甲이야"

 

모든 일에는 배경이 있다. 목적이 존재한다. 박시후 사건 역시 마찬가지. A양의 신고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억울한 잠자리였다면, A양은 당연히 법적 처벌을 바랄 것이다. 반대로 마음을 나눈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양의 행동에는 노림수가 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금, '배경'은 사건을 판단할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에 '디스패치'는 2월 15일 3시 이후, A양의 행적을 집중 취재했다. A양이 지인 B양과 나누는 문자 메세지를 단독으로 입수했고, B양이 지인 C씨와 나눈 음성 파일을 확보했다.

 

둘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B양은 경찰행을 촉구한다. "전화받지 마라", "몸을 씻지 마라"고 지시한다. A양은 '합의금' 이야기를 꺼낸다. "재산이 3,000억이다", "그는 더이상 갑이 아니다" 등의 말을 한다.

 

사건에 대한 언론 플레이도 모의했다. B양은 "합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기사를 내야한다"고 말한다. 이어 평소 알고 있던 C씨에게 "내가 '박시후 강간'이라는 기사를 냈다. 그러니 우리를 건들지 마라"고 경고한다.

 

배후에 대한 암시도 나온다. 사건을 조언한 제3의 인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B양은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로부터 얻은 정보를 A양에게 전달했다. 예를 들어 " 기사를 먼저 내는 게 맞대", "그 사람들도 챙겨주는 게 좋아"라는 식이다.

 

2월 15일 오후 3시. A양이 박시후의 집에서 나온 시각이다. 5시간 뒤, 그는 원스톱지원센터로 향했다. 인근 산부인과에서 소변과 혈액, 모발 채취 등 성폭행 피해검사를 요청했다. 새벽에는 서부경찰서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사건 진술을 마쳤다. 

 

관계에서 신고까지, 모든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졌다. 무엇이 A양의 심경을 변화시켰을까. 신고센터로 가기 전, 경찰조사를 받은 후, 기사가 나오기 전, A양과 B양이 나눈 대화를 살펴봤다. '벌'보다 '돈'에 대한 의지가 강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 A양과 B양, 사후 공모했나?

 

사건 당일, 박시후의 숙소에서 나온 A양은 '원스톱센터'로 향한다. 강남에서 마포까지, 그야말로 '원스톱'이다. 이런 배경에는 지인인 B양의 조언이 있었다. B양은 A양에게 서둘러 경찰서로 갈 것을 재촉했고, A양의 B양의 지시에 따른다.   

 

'디스패치'가 단독으로 입수한 대화내용에 따르면, B양은 이날 저녁 "절대 몸을 씻지마라", "모발, 소변 등 받을 수 있는 검사를 다 받아라" 등의 메세지를 연달아 보낸다. A양은 "응"이라는 대답과 함께 성폭력 신고센터를 찾아 상황을 알린다.

 

A양이 사건을 접수한 그 시각, B양은 연예계 인맥이 있는 지인을 찾아갔다. 이날 C씨는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B양은 다짜고짜 "아는 동생이 박시후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놀란 C씨가 전 소속사 대표인 D씨에게 전화를 하게 만든 것.

 

B양은 박시후 측의 반응을 A양에게 전달했다. A양은 박시후 측이 겁을 먹었다고 판단, 조사에 이용했다. 게다가 걱정하는 어머니에게는 "박시후는 갑이 아니다. 문제가 없다면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지 않는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 언론 플레이, 누가 계획했나?

 

2월 18일, <박시후 강간혐의>가 세상에 드러났다. 사건 접수 3일 만이다. 16, 17일이 주말임을 고려할 때, 초고속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건, 이 역시 A·B양의 작품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대화내용에는 언론 플레이를 모색한 정황이 들어있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언플'이 합의금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 언론 보도 하루 전인 17일, 둘은 기사 플레이를 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실제로 B양은 "기사를 먼저 내면 박시후는 치명타를 입고, 그럴 경우 합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B양과 C씨의 통화 내용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C씨와 D씨가 동시에 A양을 의심하자, B양은 "D대표가 아버지에게 합의를 하자고 해서 상황이 안좋게 됐다. 그래서 내가 강간했다는 기사를 냈다"면서 "그 정도로 '기획'하고 있으니 건들지 마라"고 경고했다.

 

물론 최초 보도가 B양을 입에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사건 보도 이후 B양이 특정 매체를 통해 꾸준히 인터뷰에 응한 사실이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B양이 "나도 A양에게 속았다"고 입장을 바꾸었지만, 그 전까지는 박시후와 전 소속사 대표인 D씨를 공격했다.

 

 

◆ 또 다른 배후세력, 존재할까?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다. 신고부터 언플까지, 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디스패치'는 취재 도중 또 다른 배후 세력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B양은 제 3자에게 의견을 구했고, 이를 A양에게 재전달했다.

 

예를 들어, A양은 16일에 경찰서를 찾을 계획이었다. "내일 가면 안될까"라고 묻는다. 이에 B양은 "안돼. 지금 가야 된대"라며 누군가의 의견을 전한다. 언플도 마찬가지. "기사를 내야 합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대"라며 보도를 촉구한다.

 

배후에 대한 암시는 합의금 부분에서 다시 등장한다. A양이 "왠지 합의금 받아서 그 사람들이 달라고 하는 게 아니겠냐"고 의심하자, B양은 "그런데 합의금 중 일부는 좀 챙겨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커미션'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둘의 뒤에는 누가 있는 걸까. C씨와 D씨(전 소속사)는 혐의점이 전혀 없다. 확인 결과, C·D씨는 A양이 신고를 한 이후 B양과 처음 통화했다. 또한 경찰에 제출한 통화 및 문자 내역을 보면, C와 D씨는 A양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내며 합의를 부탁한다.

 

 

◆ A양, 처벌 이외의 목적있나?

 

A양과 B양의 대화는 확신에 차 있다. 강간의 경우 당사자의 진술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무작정 밀어 붙인걸까. 약물을 의심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B양은 "최음제가 아니라 프로포폴이다"며 "A가 술을 잘 마시는데 소주 2병에 취할리가 없다"고 맹신했다.

 

약물을 추측하면서 합의금에 대한 기대치도 커졌다. A양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는 "갑자기 호주로 유학을 갈거라고 말했다. 돈이 있냐고 물었더니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면서 "나중에 사건을 접하고 나니 어떤 계획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고 증언했다.

 

A양은 가족에게 박시후의 재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박시후 재산이 3.000억 원이다. 경찰도 막을 수 있는 돈이다"면서 "근데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보면 지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자신했다.

 

'처벌'보다 '합의'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는 것도 의심가는 대목이다. B양이 "돈 말고 처벌할까"라고 1차례 말했을 뿐, 시종일관 합의금을 이야기했다. 단, 국과수 약물검사가 음성으로 나오자, B양은 돌아섰고 합의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번 사건은 '강간'이다. A양의 배경 역시 본질을 맴돌 뿐이다. 경찰 또한 사후의 '의도'보다 당일의 '강제성'을 중요시한다. A양이 변함없이 '의식불가', '항거불능'을 호소하면 박시후는 준강간 혐의를 벗기 힘들다. 하지만 도덕적 판단은 다르다. A와 B의 행동에 목적이 있을 경우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