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정원엔 특별한 동상이 있습니다. 바로 퀸의 영원한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 동상인데요.
최근 로저 테일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원을 걸으며…내 오랜 친구에게 인사를 한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에는 프레디 머큐리의 거대한 동상 앞에 서 있는 로저의 모습이 찍혀있습니다. 뒷모습만 봐도 그리움이 물씬 묻어났죠.
이 동상은 사실 처음부터 로저의 정원에 세워진 것은 아닙니다. 이 동상은 지난 2002년 영국 도미니언 극장에서 개최된 퀸 뮤지컬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동상은 20피트(약 6m)로 매우 거대했고요. 화려한 황금색으로 도배돼 그의 위엄을 한층 드러냈습니다. 해당 뮤지컬은 1,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죠.
하지만 지난 2014년, 해당 뮤지컬이 막을 내리게 되며 동상도 철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 또한 철거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로저는 프레디의 동상이 부서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철거를 반대하며 프레디의 동상을 자신의 맨션으로 직접 데려왔죠.
단순히 동상일 뿐인데, 그는 왜 이렇게 프레디의 동상을 소중하게 생각한 걸까요? 그들의 과거사를 알아보면, 로저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레디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뮤지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유색인종에 성소수자였습니다. 각종 매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들을 썼죠.
퀸의 노래 가사나 뮤직비디오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억지를 잡거나, 프레디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내 가십 기사를 쓰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심지어 프레디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직후에도, 매체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에이즈라는 병명을 내세워 사람들이 혹할 만한 자극적인 기사들을 써내려갔죠.
상처를 받는 건 프레디의 가족, 그리고 남은 퀸 멤버들이었습니다. 특히 로저는 프레디를 떠나보낸 뒤 극심한 우울증을 앓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퀸 활동 시절 프레디와 가장 성격이 잘 맞는 소울 메이트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의 악의적인 기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그는 브라이언 메이와 TV-am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에 출연해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당시는 1991년 12월 2일,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 지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당시 로저는 "프레디 머큐리와 관련된 몇몇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비참해지는 것 같다"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프레디를 지켜낼 것이다. 왜냐면 그는 더이상 스스로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로저는 프레디 머큐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친구의 모습을 한 동상이 파괴되는 건 더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이었죠.
이후 '프레디 머큐리'라는 회고록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레디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다. 그의 죽음은 나는 물론 퀸 멤버들 모두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거다. 프레디의 죽음을 빨리 받아들이려고 애쓰지만, 그건 그의 죽음이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거다. 아직도 그의 죽음을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프레디가 없는 현재와 미래는 생각하기 힘들다. 나는 지금도 매일 매일 프레디 머큐리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