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기대'보다 '논란'이 컸던 드라마였다. '차칸남자'라는 제목 표기가 논란이 되면서 시청자의 눈은 드라마보다 맞춤법에 쏠렸다. 자연히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첫 회가 끝난 뒤, 논란은 가라앉고 기대는 증폭됐다.
KBS-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이하 차칸 남자)가 웰메이드 드라마를 예고했다. 연기는 빛났고, 전개는 LTE급이었다. 얽힌 갈등도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배우의 변신은 기대됐고, 작가의 '글빨'은 여전했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다. 첫 방송에서 두 자리 시청률을 기록했다. 10.5%(이하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로 동시간대 2위다. 수목극 1위를 차지한 MBC-TV '아랑 사또전'(14.1%)와도 3.6% 차 밖에 나지 않는다. 언제든지 역전 가능한 수치다.
'차칸 남자', 잔혹멜로의 교과서가 될 수 있을까. 명품멜로의 징후를 살펴봤다.
◆ 착한연기='착한' 연기로 채워진 1회였다. 송중기, 문채원, 박시연 등 주연 3인방은 향상된 연기력을 뽐내며 드라마를 이끌었다. 이미 캐릭터와 한 몸이었다. 극 중 인물에 녹아 든 눈빛과 표정, 목소리 등으로 시청자의 눈을 끝까지 붙잡았다. 이들 3명만으로도 드라마가 가능했다. 주연의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그 중 송중기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2명의 여자 주인공을 리드한 것은 기본이었다. 그는 착한남자와 나쁜남자를 동시에 소화했다. 비로소 청춘스타에서 성인 연기자로 탈바꿈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채연의 연기도 업그레이드됐다.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특히 매번 지적받았던 발성이 크게 나아진 모습. 어색함없는 연기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였다.
◆ 완벽변신=배우들의 완벽한 이미지 변신도 이뤄졌다. 송중기는 기존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180도 뒤집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일명 다크중기로 변신, 숨겨뒀던 카리스마를 내세웠다. 날카로운 눈빛과 낮은 목소리 등으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남성미를 마음껏 드러냈다. 변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문채원은 청순가련에서 벗어났다. 전작에서 주로 선보였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녀는 없었다. 대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꼬마에게도 독설을 퍼붓는 냉혈녀로 돼있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문채원은 와일드한 이미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 본인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 폭풍전개=눈 돌릴 수 없는 폭풍 전개였다. 1회 안에 6년의 시간을 넘나 들었다. 강마루(송중기 분)가 한재희(박시연 분)의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행을 선택하는 모습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 6년 후의 모습도 한 번에 보여줬다. 그 사이 강마루는 착한남자에서 나쁜남자가 됐고, 한재희는 서은기(문채원 분)의 계모가 돼 버렸다.
시간끌기는 없었다. '차칸 남자'는 첫 방송에서 주요 인물의 성향과 관계를 정리했다. 마루와 재희가 6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도 아끼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빠른 속도로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굵직한 에피소드만으로 스토리를 전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군더더기없는 전개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 갈등예고=아직 1회에 불과했지만 강마루, 서은기, 한재희 세 명의 등장인물의 갈등이 한껏 증폭됐다. 특히 엔딩에서 보여준 강마루와 한재희의 불꽃튀는 눈빛 대결이 압권. 한재희를 향한 강마루의 복수를 상상하게 했다. 더불어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닌 잔혹한 멜로도 예상할 수 있었다.
2회 예고편은 더했다. 서은기와 한재희는 모녀 관계. 앙숙이다. 1회에서는 한재희가 서은기에 맞추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2회 예고편에서는 달랐다. 한재희가 서은기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갈등을 예고했다.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주는 동시에 스토리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 작가파워=이경희 작가가 또 한 번 실력을 발휘했다. 완성도 있는 짜임새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였다. 각각의 캐릭터와 에피소드의 조화와 균형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졌다. 전작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을 잇는 명품 드라마 탄생을 기대케 했다.
김진원 PD와의 호흡도 좋았다. 김 PD는 단만극 '마지막 후뢰시맨', '보통의 연애'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실력파. 첫 호흡이었지만 불협화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경희 작가가 만든 캐릭터와 스토리는 김진원 PD의 손을 거쳐 생기를 더했다. 새로운 명콤비 탄생를 점쳐볼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