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감독님께서 오디션을 선호하지 않아서 우선 면접을 하지만….” (조연출)

배우 A씨는 2016년 3월 24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디션이 (필요) 없는 오디션. 경력은 짧지만, 이런 1차 합격은 처음이었다.

A씨는, 그래도 프로필을 보냈다. 곧이어 답장이 왔다. 면접 날짜와 시간, 장소가 적혀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면접 장소. 오피스텔 주소였다.

그리고 문제의 4월. A씨는 오피스텔 앞으로 갔다. 연출부에 전화를 걸었다. 이 스태프는 “안으로 들어가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그 안, 더 정확히 오피스텔 안에는 한 사람만 있었다. 바로, 조근현 감독이다.

조근현 감독은 ‘미끼’를 던졌다.

“그 유명한 B배우 있지? 결국 감독 자빠뜨려서 주연이 된거야. 여배우는 그래야 해.” 

신인배우 A씨는 ‘디스패치’에 오디션의 악몽을 전했다. 그는 지금 다른 드라마에 출연중이다. 아직, 실명을 밝힐 용기는 없다고 말했다.

‘디스패치’는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조근현의 오디션법>을 정리했다. 총 4단계로 압축됐다. 이는 다른 배우의 ‘미투’ 고백과도 상당히 일치했다.

우선 ① 영화 출연을 명목으로 배우를 모집한다. ② 오디션 핑계로 면접을 실시하고, ③ 캐스팅 빌미로 관계 유도한다. ④ 그러다 실패하면, 불합격 통보.

다음은, A씨가 말하는 ②번 과정이다.

“오피스텔은 7~8평 정도였습니다. 방이 1개 있었고요. 거실 겸 주방으로 쓰이는 좁은 공간이 따로 있었습니다. 카메라와 스태프는 없었고요. 조근현 감독 혼자만 있었어요.” (A씨)

A씨는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조근현 감독은 오직 성적인 이야기만 했다. 새 작품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덧붙여, A씨가 기억하는 상식 밖 멘트 몇 가지.

“너 얼굴에 사연이 있어 보인다”, “내가 도와주면 잘 되지 않겠냐”, “다음 작품엔 신인을 쓸 거다”, “네가 될 수도 있다”

A씨는 “(오디션에서) 연기가 아닌 면접을 보는 것도 이상했다. 그런데 면접이 아닌 관상을 봤다”면서 “관상 이야기가 끝나자 섹스 이야기로 넘어갔다”고 폭로했다.

A씨는 ③번 과정 전개 방식도 설명했다. 

“연애를 얼마나 해봤냐고 묻더군요. (남자와) 많이 자봐야 연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배우는 남자를 자빠뜨릴 줄 알아야 한다고 정의하더군요.” (A씨)

‘자빠뜨려’는, 조 감독의 전매특허 배우론이었다. 앞선 ‘미투’ 고발자도, ‘녹취록’ 폭로자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또 하나, 톱스타 B양의 성공 사례도 마찬가지. 조 감독은 B배우의 (근거없는) 성상납을 2종 세트로 묶어 말했다.

“여배우 B씨를 꺼냈어요. 감독들 술자리 마다 참석해 자빠뜨렸다고. 그러다 주연을 꿰찼고, 최고의 배우가 됐다고 말이죠 . 그게 바로 배우라고 정의했습니다.” (A씨)

A씨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 경우, ④번으로 직행.

조근현은 A씨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메시지도 보냈다. “같이 술을 마셔야 서로를 알 수 있다. 내가 널 알아야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겠냐”는 문자였다.

A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거부였다. 그러자 또 문자가 왔다. “왜 답을 안하냐”는 것. A씨는 다시 씹었다. 그러자 연출부의 통보가 배달됐다.

“A씨는 이번 조근현 감독 영화 ‘ㅇㅇㅇ'(가제)에 불합격했습니다.”

A씨는 당시 일을 겪으며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정말 그렇게 해야 내 꿈을 이룰 수 있는건가,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이 일을 그만두는 게 맞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문 건 아니에요.” (A씨)

조근현 감독. 그는 (영화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약자의 아픔을 돌봤다.

1980년 5월의 아픔을 위로했고(26년),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치유했다(봄). 더 나은 조선을 꿈꾸는 소시민을 그려내기도 했다(흥부).

그러나, ‘미투’ 고발자들이 기억하는 조근현 감독은 달랐다. 그는 권력자였고, 가해자였으며, 사회의 부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