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징계혐의자는 친근함의 표현이 불쾌감을 줬다는 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양성평등위원회)

청주대학교 교원징계위원회가 내린 주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징계혐의자의 해명을 서두에 배치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도, 그를 구하진 못했다. 청주대학교는 <인사규정 제44조 3호> 위반으로 판단,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교원인사규정 제44조 3호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돼 주문과 같이 의결한다.” 

여기서 말하는 징계혐의자는, 조민기(52).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학부 부교수다.

배우 조민기가 성추문에 휘말렸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결코, 의도치 않았다는 것.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오해’다.

반대로, 일부 제자들은 ‘미투'(Me too)를 외치고 있다. 결코, 원하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추행’이다.

청주대학교는 연극학과 학생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피해 사례를 모았다. 조민기도 불렀다. 관련 입장을 물었다.

‘디스패치’는 청주대 징계 의결서를 입수했다. 피해 사례는 5가지. 제자는 무엇을 토로했고, 교수는 어떻게 반박했을까.

◆ Me 5

2017년 10월, 성추문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 졸업생이 교육부 국민신문고에 피해 사례를 고발한 것. 교육부는 해당 민원을 청주대로 전달했다. 조민기 성추문의 시작이다.

청주대는 11월, 양성평등위원회를 소집했다. 1차와 2차에 걸쳐 총 44명에게 질문했다. 무기명 설문조사였다.

양성평등위원회는 피해 주장을 검증했다. 조민기를 불렀고, 해명도 들었다. 그 과정에서, 피해 사례는 아래 5가지로 압축됐다.

① 자신의 오피스텔로 학생들을 불러 같이 술을 마셨다고 자고 가게 했다.

② 언어적 성희롱으로 느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했다.

③ “가슴으로 해라”는 연기 코멘트를 하며 해당 학생과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

④ 학생들 앞에서 “남자 친구와 헤어지라”고 말했다.

⑤ 노래방에서 헤어질 때 여학생에게 뽀뽀를 강요했다.

청주대에 따르면,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예를 들어, 카톡 ‘프사'(프로필)를 문제 삼아 불쾌감을 줬다는 것. 하지만 “(프사가) 야하다고 지적한 건, 학생 지도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피해 사례에서 뺐다.

◆ 오해

조민기는 강력 부인했다.

우선, 5가지 사례는 인정했다. 실제로 (저런) 일은 있었다고 말했다.

① 오피스텔에서 (학생들과) 종종 어울렸다. 술도 마셨다. 강요는 없었다.

② (다수의 학생 앞에서) 성희롱을 의도한 발언이 아니었다.

③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목 아랫부분을(가슴 위) 친 것이다.

④ 그것이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⑤ 친근감의 표현이었다.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과도 뽀뽀했다.

하지만 의도는 부정했다. 추행 또는 희롱의 뜻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성희롱을) 의도하지 않았기에, (성희롱이라) 짐작하지 못했다”는 논리다.

“교육 방법이며, 친근감의 표현이었다. 일부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언행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조민기, 징계의결서 中)

◆ 다시, 의혹

청주대학교는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2조 제1항>에 근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의성이 없다”는 (조민기의) 주장을 고려해도,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성추문은 일단락됐다? 아니, 재점화됐다.

‘미투운동’이 불씨를 댕겼다. 일부 제자들이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나섰다. “침대에 강제로 눕혔다”, “속옷에 손을 넣었다”, “부비부비를 했다”….

이는, 성희롱의 경계를 넘어섰다. (익명의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성추행’에 가깝다. 물론, ‘팩트’라는 전제하에서다.

조민기 측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조민기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피해사례가) 계속 등장한다. 회사는 조민기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적이 없다고 하니까. 정말로 억울하다고 하니까.” (소속사)

적어도 20일 늦은 밤까진, 그랬다.

◆ 미투

그리고, 21일 자정. 실.체.있.는. 피해자가 나타났다. 이름과 얼굴을 밝혔다.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였다.

‘연극배우’ 송하늘은 잊고 싶은 기억들을 꺼냈다. 피해 사실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오랜 속담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마라.

어쩌면, 이번 추문은 단순하다. 오해라면, 오해받을 곳에 가선 안 됐다. 그래도 오해라면, 오해 만들 곳에 불러선 안 됐다. 결국, 그가 만든 논란이다.

성희롱 논란에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까진, 단정 지어선 안 된다. 그는 여전히 경찰 조사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 거짓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