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구기자] "인터뷰를 했는데 힙합 듀오 '긱스'라던가?"

 

집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고등학교 1학년 딸이 반색을 하고 나섰다. "노래 짱 좋은데, 작년에 완전 떴자나? 학교애들이 엄청 좋아해. 그것도 모르고 인터뷰했어?"

 

면박 보다 무지를 반성해야 당연한 일이었다. 소심하게 복수하고자 한다면 '긱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프리미어 리그 축구스타 라이언 긱스의 기사가 더 많이 나온다. 물론 영문 스펠링은 다르지만. 이 정도면 힙합듀오 긱스의 굴욕도 충분하지 않을까.

 

'긱스'(Geeks)의 멤버 릴보이(오승택, 항공대)와 루이(황문섭, 삼육대)는 한눈에 보기에도 푸릇푸릇한 청춘들이었다. 힙합의 전형적인 이미지도 없었고 화려한 가수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알고보니 가장 대단한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와 차별화된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작사, 작곡, 편곡까지 겸비한 아티스트형 아이돌!' 소속사가 준비한 자료에 있는 문구다. 그렇다면 음악수업은 어떻게 했을까? 두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랩이란 장르가 원래 스스로 녹음부터 시작해서 디렉팅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약 3년 전, 음악을 평가해 주는 외국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였다고 한다. 루이가 대학교 1학년, 릴보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이다. 힙합이 좋아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취미수준으로 시작한 두 사람이 어느새 두번째 미니앨범까지 내게 된 것이다.

 

데뷔곡 '오피셜리 미싱유' 2011 네이트 뮤직 연간차트 3위

 

여기서 첫번째 앨범을 짚고 넘어가자. '오피셜리 미싱유'(Officially Missing You)는 데뷔작이었지만 기대이상의 대박의 쳤다. 네이트 뮤직 2011 연간차트 3위를 기록한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 위에 2위가 아이유 썸데이, 1위가 현빈 그남자 였다면 비교가 좀 더 쉽다. 이로인해 '긱스'는 2011 싸이월드 '올해의 루키'를 수상하기도 했다. 

 

가요계를 좌지우지 독점하다시피 하는 대형기획사들.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 이들이 만들어준 밥상 위에서 승부하는 가수들과는 분명 출발점이 천양지차다. 그래도 이런 성과를 거뒀으니 기특한 대학생 가수 아닐까.

 

한번이라면 반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선공개 된 '그냥 가요'는 발표 후 네이트 뮤직 1위, 엠넷 2위, 벅스와 올레뮤직에서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힙합계의 끝자리에 이름을 새길 자격이 충분히 있는 셈이다.

 

'긱스'는 4월에 두번째 미니앨범 '아침에'를 공개했다. 모처럼 인터뷰 모드로 본인들 음악에 대해 물었다. 사실 음악 뭐 이런 이야기 보다는 엉뚱하게 청춘 그런 것들에 대해 묻고 싶게 만들었지만...

 

"데뷔할 때 미니앨범과는 많이 다르다. 첫곡은 외국곡 기반에 감수성 깊은 이별송이었고. '아침에'는 작사, 작곡, 편곡 모든 것을 다했다. 재기발랄한 우리의 재미있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루이)

 

"색다른 긱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조금 더 성숙했다는 느낌? 듣는 사람에게도 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면 좋겠다"(릴보이)

 

 

안티팬에 일침 놓은  곡 '숨이차' 방송부적합 판정

 

실망...너무 인터뷰 다운 모범답안이다. 결국 질문의 방향을 돌려 힙합듀오의 대학생활은 어떤가 물었다. 모범생 스타일과 힙합이 묘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다.

 

"결코 모범생은 아니다. 미대에 다니다 보니 여자 후배들이 긱스 선배라며 많이 따른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여자친구는 현재 있지만 더이상은 노코멘트다."(루이)

 

"아...공대라서 어쩔 수 없이 칙칙한 분위기다. 루이가 부럽다. 여자친구와는 헤어진지 좀 됐다. 현재는 즐기고 있는 중이다."(릴보이)

 

답변 듣는 입장이 한결 가볍다. 힙합듀오 '긱스'는 역사를 따져 보자면 힙합계에서 3세대 정도 된단다. 힙합 치고는 상징적인 무엇인가가 좀 빠진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번째 미니앨범에 수록된 '숨이차'라는 곡을 들이댄다.

 

안티에 대해 일갈하는 내용의 곡인데 KBS에서 방송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유는 욕설 등등이었다고. 이 대목에 이르자 두 사람은 '무작정 까려고 하는 부류,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무리'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했다. 힙합팬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로 집중되면서 오프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고 있다. 힙합문화는 방에서 혼자 하는게 아니다. 서로 많이 교류하는 음악이다. 굳이 우리 공연이 아니라도 힙합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