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한 마리의 원숭이가 등장한다. 그 다음 장면은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 이어 새빨간 사과가 나왔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간 건 사과' 가사를 이미지로 보여줬다.
그 다음 등장한 건 현아였다. 손에는 빨간색 하이힐을 들고 있었다. 곧 사과를 하이힐로 깨부셨다. 그리고 나서 나온 화면은 'HYUN-A'. 사과가 없어지면서, 빨간건 사과가 아닌 현아가 됐다.
현아의 신곡 '빨개요' 뮤직비디오가 베일을 벗었다. 원숭이들은 '시'도 없이 나왔고, 현아는 '때'도 없이 변신했다. 당당한 여왕부터 우울한 소녀까지.
"현아에 의한, 현아를 위한, 현아의 뮤비입니다" (홍원기 감독)
현아가 '빨개요' 뮤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빨개요' 뮤비의 연출한 홍원기 감독을 통해 숨은 메시지를 들었다. 한 마디로 '빨개요' 사용 설명서, '큐앤디'(Question & Dispatch)다.
① 원숭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현아는 1992년생이다. 12간지 중 원숭이 띠에 해당한다. 그런 원숭이는 현아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빨강'이다. 노래 가사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가 나온다. 그리고 그 '빨강'이 곧 현아라는 것을 보여준다.
② 사실, 빨간 건 사과인데?
그렇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빨간 건 사과다. 하지만 현아는 사과가 아니라 자신이 빨갛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하이힐로 사과를 깨부순다. "빨간 건 현아~"라면서. 이어 자신의 이니셜인 'HYUA-A'가 등장한다. 곧, 빨간 건 사과가 아니라 현아라는 의미다.
③ 현아가 꼬리를 무는 건 어떤 의미인가?
도입부에서 현아는 '원숭이=빨강=현아'를 완성하고 싶어한다. 현아가 빨간 스윔수트를 입고 꼬리를 무는 장면이 있다. 자세히 보면 원숭이 꼬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 그리고 빨간 꼬리의 주인이 현아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④ 원숭이 부분은 이해됐다. 그럼 클레오파트라는 무엇인가?
멜로디에서 힌트를 얻었다. 곡 후반부, 신비로운 이집트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이집트하면 또 클레오파트라 아닌가. 긴 생머리, 서클릿, 비즈로 장식된 드레스, 호위 무사 등으로 클레오파트라를 표현했다.
⑤ 그러다 뜬금없이 아마존 여왕이 나오는데?
이건 연상작용의 하나다. 흔히 끝말잇기 같은 것인데. 클레오파트라로 여왕을 표현했다. 그러다 또 다른 여왕이 떠올랐다.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다. 섹시하고 당당한 전사들의 여왕. 그래서 야자수 사이에 화려한 의자를 놓고 현아의 독무를 연출했다.
⑥ 결국, 메시지는 빨강인가, 여왕인가?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빨강은 현아를 형상화한 색깔이다. 전체적인 톤으로 표현했다. 여왕은 현아의 자신감이다. 솔로 아이돌 중에서 독보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강력해진 자신감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아가 솔로 퀸이라는 뜻이다.
⑦ 파티신으로 넘어가면, 현아 혼자 동떨어진 분위기다.
현아가 동떨어진 게 맞다. 그런 느낌을 내고 싶었다. 모두가 미친 듯이 놀 때, 현아는 정색을 하고 노래를 한다. 어울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아가 가진 다른 포지셔닝을 말하고 싶었다. 현아에겐 현아만의 세계가 있으니까.
⑧ 현아만의 자신감을 표출한 다른 장면도 있나?
철창에 카메라맨 등을 가두고 노래를 부르는 신이다. 현아는 자신 있게 춤을 췄고, 강렬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편견과 시선에 굴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진짜 현아를 보여주겠다는 거다.
⑨ 모두가 잠든 사이 장난치는 현아는 또 무엇인가?
그건, 시쳇말로 '똘끼'라 보면 된다. 실제로 현아는 톡톡튄다. 그런데 그게 천진난만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립스틱을 바르며 즐거워하는 것, 모두가 잠들었을 때 혼자 일어나 장난치는 모습 등이다.
⑩ 우울한 분위기의 현아도 등장한다.
이건 보여지는 현아와 다른, 실제의 현아다. 사실 현아의 겉모습은 강하다. 그러나 현아는 상당히 여리다. 외로움도 잘 탄다. 이를 방에 쪼그리고 앉아 '날 두고 떠나지마'라고 노래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⑪ 결국, 3가지 변신이다. <군림하는 여왕→장난치는 소녀→외로운 여자>다.
시종일관 빠른 비트로 흐를 수 없다. 변곡점이 있다. 그 때 포인트로 변신 키워드를 넣었다. 여왕, 소녀, 여자의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줬다. 현아의 다채로운 이미지를 사용, 귀가 루즈할 때,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⑫ 뮤비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현아에 의한, 현아만을 위한, 현아의 뮤비다. 현아가 돋보일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배경 자체도 굉장히 심플하다. 화이트, 레드 등으로 구성, 현아가 돋보일 수 있게 했다. 섹시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누워있을 때도 현아의 S라인을 살리기위해 노력했다.
<사진='빨개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