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봐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 느낌 맞나요?"

 

 

"연습, 연습, 연습"

 

 

안녕하세요. 류태오, 아니 이제 이준입니다. 지난 21일 종영한 '갑동이', 다들 본방사수 하셨나요? 결국 류태오의 처절한 죽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오마리아(김민정 분) 선생님께 "끝을 봐줘서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한 뒤 눈을 감았죠. 

 

사실 이 대사는, 시청자 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류태오 연기의 끝을 봐줘서 감사하다고요. 사실 '갑동이'를 찍으면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초반에는 '엠블랙' 앨범 활동과 겹쳤고, 후반에는 남미투어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졌죠.

 

마지막 장면에는 류태오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촬영했죠. 미숙한 연기로 실망을 안길까봐 걱정했는데,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 '채찍'보다 '당근'에 길들여지는 스타일인가봐요.

 

숨가빴던 류태오의 최후 24시간, 다시 가보실래요?

 

 

지난 18일 파주 세트장입니다. 짜잔! 이것이 바로, '갑동이' 마지막회 대본입니다. 차도혁(정인기 분)을 만나는 장면인데요. 진짜 갑동이와 리틀 갑동이의 만남. 역대 촬영 중 가장 기대되고 긴장됐던 신이었습니다. 

 

시쳇말로 '레알' 갑동이를 만나는데 그냥 갈 수 없겠죠?

 

 

"반갑다 갑동아X2"

 

 

"일단 소오름 표정~"

 

 

"어때, 무섭준?"

 

 

"이번엔, 조커입술"

 

 

"자!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드디어 갑동이, 차도혁을 만났습니다. 정인기 선배님은 마동석 선배님의 소개로 사석에서 뵌 적이 있어요. 당시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끝낸 뒤였습니다. 부족한 연기까지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본방을 놓친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 나갑니다.

 

# 교도소 안.

 

 

류태오 : 한 때 나의 신, 나의 영혼. 차도혁씨. 내가, 이제 당신을 뛰어 넘었어.

 

차도혁 : 뛰어넘어?

 

류태오 : (차도혁에게 돌진하며) 내가 당신의 목을…. 

 

류태오 : 그러니까 9413 이제 찌질한 당신이 아니라 내가 진짜 갑동이야.

 

 

집중하고 또 집중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차도혁을 보고 조롱한 후, '내가 진짜 갑동이다'고 말하는 장면이었죠. 단 한 컷도 쉬운 장면이 없었어요. 연습만이 살길이었습니다. 다행히 정인기 선배님이 여러 번 대본을 맞춰 주셨어요. 

 

가장 공들인 건 표정입니다. "어떻게 죽이실 건데요?"라며 공포에 찬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이렇게 엿되신 분이 어떡해?"하며 비웃는 신이죠. 표정에 따라 대사 톤에도 변화를 줬는데요. 저음과 중저음을 바꿔가며 소리를 내봤습니다.

 

 

걱정과 달리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정인기 선배님에겐 이 신이 '갑동이' 마지막 촬영이었습니다. 조수원 감독님의 'OK' 사인이 떨어지자, 스태프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는데요. 저도 아쉬운 마음에 함께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선배님 꼭 다시 만나요"

 

☞이번엔 마지울(김지원 분)을 만나러 갈 차례입니다.

 

 

이 장면도 빼놓을 수 없겠죠? 마지울에게 감정수업을 받는 장면입니다. 마지울은 사이코패스인 류태오에게 사소한 감정을 가르쳐 주고 싶어했습니다. 류태오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죠.

 

이 장면도 다시 살펴볼까요?

 

# 카페 안.

 

 

류태오 : 참 이상해.

 

류태오 :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왜 꼭 엄마같지?


마지울 : 이거 주려고 보자고 한거니까, 그만 갈게.


류태오 : 왜 나한테 이렇게 해주는데? 내가 불쌍해?


마지울 : (말을 잇지 못하고) 실은 똘중이 어려운 수술을 해.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좋은 일이라도 하면 대신 똘중이 복받을지도 모르잖아.

 

 

지원이는 현장에서 유일한 동생입니다. 사실 성동일, 정인기, 윤상현, 김민정 선배님이 아무리 편하게 대해주셔도 어려운 부분이있었거든요. 반면 지원이는 만날 때 마다 장난을 쳤던 것 같아요. 제일 편한 친구죠.

 

 

"마지울 이제 울지마"

 

 

"우리 케미 괜찮았죠?"

 

 

지원이와 촬영을 마친 후 한 꼬마를 만났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두발 킥보드를 타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에게 살짝 접근(?)을 했습니다. 다행히 절 알아보더라고요. 선뜻 킥보드도 내어줬어요. 오랜만에 킥보드를 타는데, 제 실력 죽지 않았더라고요.

 

 

 

"앗! 갑동이형이다"

 

 

"갑동이 형, 킥보드 타볼래?"

 

 

"나 완전 무섭게 잘 타지?"

 

 

"따르릉~ 비키세요"

 

☞ 이번엔 하 형사님(윤상현 분)을 보러 가야 하는데요.

 

 

여기는 동작구의 한 병원 앞 입니다. 천하의 류태오도 갑동이와 마지울을 한 번에 만나서 그런지 체력이 방전됐더라고요.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를 할 동안 의자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쪽잠을 자는 순간에도 류태오의 대사가 떠나질 않더라고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대본을 분석했는데요. 이번 신은 류태오가 갑동이를 만나고, 스스로 자유를 얻었다고 착각하는 장면이었어요. 오마리아 선생님께 "지금 이 기분이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만 같아요. 멈추는 것도, 끝내는 것도"라고 이야기 했죠.

 

하지만 류태오의 바람과 달리 완전한 자유는 없었어요. 자신을 쫒아온 한 남성을 보고 곧 죽음을 예감했죠. 아직도 이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너무 까불었나봐요. 갑동이한테. 역시 멈출 수 없는 거였어. 죽기전에"라는 부분이요.

 

극적인 캐릭터 변화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갑동이' 초반에는 악랄한 류태오를, 중반에는 사람이 되고 싶은 류태오를 연기했잖아요. 후반부터는 연민을 받고 싶어하는 류태오에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모든 걸 내려 놓은 듯한 느낌으로 연기했죠.

 

# 병원 밖.

 

 

"류태오의 최후"

 

 

조금 잔인하죠? 류태오가 두 킬러에게 앞, 뒤로 칼을 맞는 장면이에요. 가짜 칼이지만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 여러 차례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후배 연기자 이승호와 칼 맞는 위치까지 디테일하게 설정했습니다.

 

쓰러지는 장면은 조수원 PD님과 상의를 했습니다. 비밀인데요, 촬영 초반에는 PD님이 동선을 다 짜주셨거든요, 하지만 후반부터는 제게 모든 걸 맡기셨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죠. 덕분에 연기의 재미를 또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나 이제 죽는거야?"

 

 

"칼을 잘 찔러야해"

 

 

"고통 연기 자신있지"

 

 

과거에는 표정 연습을 따로 하고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한 마디로 짜여진 연기였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즉흥적으로 표정 연기가 되더라고요. 이 장면도 그랬어요. 일부러 표정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저 바닥에 누워 대본을 보면서 실전처럼 연기를 했습니다. 

 

 

"역시 멈출 수 없는 거였어"

 

 

"죽기전엔"

 

 

"이 부분을 강조해볼까"

 

 

"혼자서도 잘하죠?"

 

 

드디어 김민정 누나가 달려왔어요. 이번 장면은 태오의 바람대로 오마리아 선생님이 끝을 봐주는 신이었어요. 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누나의 눈물 연기에 마음이 아팠어요. 누나의 열연 덕분에 더 절절한 장면이 된 것 같아요.

 

그럼 류태오와 오마리아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볼까요?

 

 

류태오 : 어쩐지 이상했어요.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게. 너무 꿈만 같잖아요. 이 자유가.

 

류태오 : 나 지금 아웃인거죠? 

 

류태오 : 끝을 봐줘서 너무 고마워요. 등 뒤가 아니라 옆에서.

 

 

김민정 누나는 촬영 내내 좋은 말만 해주셨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제가 대사를 받아 칠 때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신인인데 잘 한다고요. 누나의 칭찬을 들을 때 마다 더욱 용기를 냈습니다. 고마워요, 민정 누나~.

 

 

"진짜, 오브리가도~"

 

☞ 사실 제가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 장면 기억나세요? 류태오가 추방되기 전, 임시 감옥에서 외국인과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 저의 '갑동이' 마지막 촬영신이었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죠. PD님의 컷 사인이 떨어졌는데도, 머뭇머뭇 거렸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서….

 

 

"정말 촬영 끝났어요?"

 

 

"류태오 수고했어"

 

 

"우리 사진 찍어요"

 

 

"꽃다발도 받았어요"

 

 

"이제 종방연으로 고고씽"

 

 

너무 아쉬웠던 종방연 모습이에요. 영화 '손님' 촬영 때문에 날을 새고 갔는데요.  스케줄 상으로는 참석이 힘든 상황이었죠. 그래도 꼭 가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촬영 때문에 술은 마시지 못했지만, 선배님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남겼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들 궁금하셨죠? 하 형사님과 마지울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요.

 

음, 만약 제가 진짜 류태오였다면요….

 

하무염 : 묻고 싶네요. 정말 멈출 생각이 있었는지.

 

이준 : 아마 멈출 수 있었을 거에요. 태오는 죽기 전 살인을 그만 둘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갑동이를 찾아가 조롱했던 거고요. 결국 죽게 됐지만, 태오는 행복했을 거에요. 늘 바라왔던 자유를 찾았으니까요.

 

마지울 : 전 그걸 물어볼래요. 꼭 그렇게 나빠야 했냐고.

 

이준 : 지울이에게는 마지막까지 나빠서, 미안했다고 사과했을 것 같아요. 태오가 지울이에게 가위 바위 보를 시킨 걸 후회했거든요. 그리고 '미안했어'라는 문자를 지우지 않고 보냈다면... 지울이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까요? 태오가 늦게라도 미안한 감정을 깨우쳤으니.

 

오마리아 : ...........

 

이준 : 태오는 늘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힘들어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부탁한 게 끝을 봐달라는 거였죠. 다행히 선생님이 옆에 있어줘서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했을 거에요.

 

 

제게 '갑동이'는 모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실험하는 기회였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발전하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지금은 새 캐릭터를 만나 류태오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시청자 여러분들은 오래~오래 류태오를 기억해주세요. 

 

아, 그리고 새로운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제가 '제13회 미쟝센 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감독님들이 저를 추천해주셨다고 하는데요. 정말 민망하고,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영화제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글=이준

정리=김수지기자(Dispatch)

사진=제이튠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