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홋카이도(일본)=서보현·나지연기자] 그녀의 이름은 카토우 유카(28). 친구들 사이에선 '우나기'로 통한다. 우나기, 장어를 뜻하는 이 징그러운 별명에 그녀는 꽤 만족하는 눈치다. 이유를 물었더니 '근짱'(장근석) 때문이란다. 자신이 근짱에게 힘이 되니 어찌 즐겁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디스패치'가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을 찾은 건 지난 3월 10일. 인구 35만의 '아사히카와시'는 대한민국에서 넘어온 '사랑비' 촬영팀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에서 10년 이상 택시를 운전했다는 노무라 씨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온 적은 처음이란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의 입에서도 '근짱'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동물원입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팀이 온 이후로 동물원에 사람이 없어요. 전부 근짱, 유나짱을 보려고 몰려가니까요. 저야 즐겁죠. 다들 택시를 타고 따라 다니니 말입니다."
일본, 한 작은 마을을 강타한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 드라마 '사랑비' 현지 로케를 디스패치가 다녀왔다.
◆ 근짱의 일거수 일투족?…팬들끼리 분업, 정보공유
유카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미키(32)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시내 로드숍에서 촬영을 준비중이라는 것. 혹시 친구 중에 드라마 스태프가 있냐고 물으니 고개를 흔든다. 대신 자가용으로 뒤를 쫓은 한 '우나기'가 정보를 줬다고 귀띔했다.
일본팬의 정보공유는 확실했다. 분업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우선 장근석을 쫓는 건 차를 렌트한 팬이었다. 기동성을 바탕으로 장근석의 동선을 따라 잡은 뒤, 나머지 팬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식이었다. 그럼 뚜벅이 팬들은 버스나 택스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뒤따른다.
대신 차량 진입이 불가한 곳에서는 뚜벅이 팬들이 활약했다. 그들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장근석의 뒤를 밟고, 위치가 확인되면 자차 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렇게 팬들은 24시간을 철통으로 지켰다. 촬영이 끝나면 식당으로, 밥을 먹으면 호텔로, 빈틈없이 쫓아 다녔다.
◆ 혹한에도 상관없어…구름인파와 치명적 팬서비스
아사히카와시 중심가에 위치한 한 쇼핑몰. 다시 유카와 미키, 아이미(39)를 만났다. 이날은 장근석과 윤아가 길거리 데이트 신을 찍는 날. 촬영장 주변은 둘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 200~300여 명의 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촬영장을 구경하는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컷이 끝날 때 마다 '근짱', '유나짱'을 외쳤다. 불혹을 앞둔 아이미 역시 그 어떤 팬보다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삿포로 출신의 그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한번 근짱의 이름을 마음놓고 불러보겠냐"며 소리를 질렀다.
장근석과 윤아의 팬서비스 역시 남달랐다. 혹한의 날씨를 견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홋카이도 전체가 흔들릴 살인미소를 날리기도 했다. 24시간 따라붙는 팬들에 파뭍혀도 찡그리는 기색은 없었다. 팬들이 있기에 스타가 존재함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 왜 근짱에 빠졌냐고?…일본 역사상 처음 본 캐릭터
동경에서 온 미키에게 장근석의 매력을 물었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접한 新 캐릭터의 출현이라는 게 그의 답이다. 장근석처럼 활달하고, 친근한 스타는 없었다는 것. 근엄하던 한류스타와 180도 다른 모습에 처음에는 낯설었고, 지금은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영화 '너는 펫' 촬영 현장이었어요. 대부분의 스타들은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세트 안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지요. 한데 장근석은 달랐어요. 촬영 중간 밖에 나와 팬들과 이야기를 해요. 대화를 하며 감정을 공유하죠. 이런 스타를 안좋아할 사람이 있나요?"
당시 함께 촬영한 김하늘 측 관계자에 따르면 장근석의 팬서비스는 늘 상상을 초월했다.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 틈만 나면 밖으로 빠져 나갔다고. 그는 "쉬는 시간 팬들과 대화하고, 사진찍고, 심지어 춤까지 추는 걸 목격했다"며 장근석의 놀라운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다.
◆ 장근석과 윤아의 시너지…재미 없어도 '본방사수'
드라마 '사랑비', 한국에서의 반응은 기대 밖이다. 장근석과 윤아라는 최강 조합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사랑이 너무 익숙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윤석호 PD가 구사하는 멜로가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일본 팬의 반응은 또 달랐다. 배용준과 최지우, 송혜교와 송승헌이 했던 이야기를 장근석과 윤아가 다시 반복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 유카는 "엄마는 '겨울연가'를 보며 배용준에 빠졌다. 난 장근석을 보며 엄마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미는 장근석과 윤아의 역발상에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장근석은 트렌디한 모습만 보여줬다. 그런 그가 1970년대의 감성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였다. 윤아 역시 마찬가지. 화려한 걸그룹의 무대와 반대되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다만, 유카는 한 가지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그의 말은 한류의 시작과 끝을 관통했다.
"한류는 스타가 만든 게 아닙니다. 좋은 컨텐츠가 일본인의 마음을 움직인 겁니다. 드라마에 빠지면서 주인공에게 감정이 전이된거죠. 그래서 스타만을 앞세운 한류용 드라마는 안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좋은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거든요.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사진=홋카이도(일본) | 이승훈·민경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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