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구기자] '마음 울적 한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가수의 운명은 노래따라 간다고 한다. 1990년대 '칵테일 사랑'이란 경쾌한 곡으로 사랑받은 그룹 '마로니에 프렌즈'가 17년만에 새 앨범을 선보였다.
멤버들 스스로가 이번 일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기적은 '칵테일 사랑'에서 느껴지는 긍정의 힘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앨범 테마 역시 기적을 의미하는 '미라클'이다. 마로, 파라, 김정. 마로니에 프렌즈 멤버 세명을 만나 그들이 경험한 삶과 음악의 기적에 대해 들어봤다.
[기적1] 김정은 "결혼 10년만에 득남"
'널 사랑해' '칵테일 사랑'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었다. 하필 그때 심각한 성대결절이 왔다. 2년이상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완치가 되지 않아서 음악을 할 수 없었다.
성대결정을 치유하고 새로 팀이 뭉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또하나의 기적은 아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남편과 20년을 만났고 결혼생활이 10년이나 됐지만 아이가 없었다.
신기한 것은 이번 '미라클' 앨범 가사를 쓰는 중에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아들을 출산한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기적은 멀리만 있고 남의 일인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새 나에게 다가왔다.
[기적2] 파라 "1년 넘는 투병생활 극복"
허리디스크가 갑자기 왔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1년이상 투병생활을 했다. 걷지도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불행은 나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었다. 마로 오빠는 2008년에 맨홀에 빠져서 부상을 입었다. 척추뼈가 3개나 금이 갔다.
사건사고가 멤버들에게 너무나 많았다. 마로니에를 다시 하겠다는 엄두도 못냈다. 안되겠다, 못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모든 문제들이 사라졌다. 2010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기적3] 마로 "헛소문 무성 결혼 결심"
이미 알려진 것처럼 파라와 지난 10월28일 결혼을 했다. 솔직히 결혼을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원래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 헛소문이 너무 많았다. 앨범작업을 하다가 셋이 진지하게 회의를 했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더는 미룰수가 없었다. 사귄지 17년 정도 됐으니 어쩌면 너무 늦은 결혼이었나보다.
'미라클' 앨범 작업을 하면서 생각한 나의 기적은 결혼이다. 음악동료와 인생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기적인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멈추는 그룹이 아니라 영원한 그룹이 됐으면 좋겠다.
마로니에 프렌즈는 2009년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한 것이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다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는 KBS '열린음악회'에 16번이나 출연하면서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들의 음악적 색깔은 이제 많이 성숙해 있다.
최근엔 '네오케이락'을 추구한다. 느낌 자체가 희망차고 파워풀하고 힘이 넘치는 음악이란다. 분업 역시 어느팀 보다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다. 김정은은 파워풀한 특유의 애드립으로 소울느낌을 불어넣는다. 파라는 성악을 전공한만큼 담백하면서도 순순한 목소리를 담당한다. 이들의 음악을 만들고 융화시키는 몫은 마로의 역할이다.
마로니에 프렌즈의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널 사랑해'는 장혜진, 조규찬, 장윤정, 백지영, 란 등 10명 이상의 가수들이 불렀다. '칵테일 사랑' 역시 김연우, 서영은과 씨야, 다비치 그리고 거북이가 리메이크 했다.
기적을 이룬 마로니에 프렌즈는 '걱정 말자'는 것이 요즘 좌우명이다. '미라클'이란 곡에 담은 메시지도 희망이다. 가수 심신, 여행스케치와 함께 '심여마'(심려마라는 중의적 뜻도 있다)라는 콘서트도 오는 17일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