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김지호기자] "아.쉽.다"
지난 20일 불금의 11시. '디스패치'의 두 기자는 동시에 '아쉽다'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김지호 기자 (이하 김) : 벌써 끝나다니 너무 아쉽네요.
서보현 기자(이하 서) : 그러게. 이렇게 끝나다니.
김 : 금요일 밤의 즐거움이 사라졌네요.
서 : 재밌게 봤구나. 난 보여준 것도 없이 끝나서 아쉽다는 말이었는데.
지난 20일, KBS-2TV '프로듀사'가 종영했다. 2015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 17%의 시청률을 찍고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기대를 불렀고, 실망을 안겼으며, 재미를 줬고, 허무함도 남겼다.
물론 시청률로 따졌을 때, 드라마는 뜨거웠다. 하지만 완성도 부분을 본다면, 엇갈린다. 드라마를 향한 온도차는 극과 극이었다.
'프로듀사'를 둘러 싼 극단의 반응. '막방'(마지막 방송) 수다로 풀었다.
◆ 꿀잼 vs 노잼 : 매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졌다. 공효진과 김수현의 만취 연기는 훌륭한 볼거리였다. 윤여정, 박진영, 고아라 등 카메오들도 웃음을 유발했다.
김 : 12회 본방사수 완료했습니다. 재미있지 않았어요?
서 : 음…, 왜?
김 : 에피소드들이 완전 대박. 역시 '별그대' 작가랑 '개콘' PD답더라고요. 공효진과 김수현 만취 연기나 김수현네 가족들 에피소드가 진짜 웃겼어요.
서 : 그건 오히려 아쉽지 않아? 스토리가 아닌 에피소드에 의존했으니까. 시트콤이 아닌데 순간의 장면에만 힘을 쏟더라고. 그 마저도 뻔한 것들이었고.
김 : 선배, 에피소드가 재미없는 드라마도 많아요.전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박지은 작가의 장점이죠. '별그대'도 그랬잖아요. 천송이 술주정처럼요.
서 : '별그대'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고 봐. '별그대'는 에피소드를 양념으로 사용했지. 스토리 라인 위에 잠깐의 재미를 더한 정도. 그게 드라마의 정석아닐까.
김 : 그럼 '프로듀사'는요?
서 : 그 반대였지. 에피소드가 드라마를 압도했어. 굉장히 소모적이라 생각해. 그럴거면, 1분 하이라이트를 보고 말지. 5분의 재미를 위해 55분을 버티는 꼴이었지.
김 : 선배는 노희경 '빠'라서 그래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거 아니에요? 전 부담없이 보기 좋았어요. 적당히 달달하고 적당히 웃기고.
서 : 이런 작가와 이런 배우로? 그래,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이야기를 하는거야. 김수현과 아이유가 '알까기'를 해도, 이 정도의 재미는 나올 걸?
김 : 그건 그렇죠. 박지은이 김수현으로 시트콤을 만들었으니….. 그런데 말이에요, 어떻게 모든 드라마에서 의미를 찾아요? 이번 드라마는 그냥 팝콘같은….
김 : 선배, 분석하지 않으면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에요. 그냥 그 순간을 소비한다는 자세로. 아~ 박진영 버퍼링은 다시 생각해도 웃겨요.
서 : 박진영 버퍼링은 진짜 웃기더라. 근데 내 생각은 말이야, 드라마는 삶을 투영해야 하지 않을까? 에피로 떼우고, 카메오로 채우면, 드라마는 발전하지 않을거야.
◆ 배우 활용=차태현과 공효진은 분명 '프로듀사'의 주연배우다. 하지만 활용도는 아쉬웠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코' 배우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아니 둘의 연기를 감상할 기회 조차 드물었다.
서 : '프로듀사'가 아쉬운 건, 배우들의 활용이었어. 차태현, 공효진 등 그 좋은 배우를 갖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배우들을 담을 그릇이 너무 작았어.
김 : 그건 그래요. 심지어 저는 '차태현과 공효진이 제작진에 속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두 사람을 방치한 느낌이 들었죠.
서 : 두 배우, 정말 연기 하나 똑 소리나게 잘하는데. '로코'의 국가대표? 그런데 둘의 능력을 볼 수 없었어. 차태현은 특별 출연한 느낌?
김 : 공효진이 남긴 건 술주정 정도? 차태현은 그 마저도 없었죠. 배우가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없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너무 빈약했으니까. 지.못.미.
서 : 공효진과 차태현을 110% 활용했다면 좋았을텐데. 정말 어떤 색깔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이니까. 그냥 기존 드라마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소모하는 느낌?
김 : 그래도 김수현은 살았잖아요. 솔직히 백승찬이라는 캐릭터도 약했죠. 너무 뻔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새롭더라고요.
서 : 김수현은 정말 연구를 많이하는 배우더라. '니마이' PD를 '니마이' 스럽게 표현하더라고. '김수현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다'를 확인시킨 드라마였어.
김 : 캐릭터보다 연기력에 시선이 더 갔어요. 백승찬이 나올 때 마다 '김수현 연기 잘한다' 그런 생각만 들었던 것 같아요.
서 : 이러니 배우들의 케미가 나올 수 있겠니? 자기 캐릭터를 커버하기 바쁜 느낌. 기대했던 시너지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어.
김 : 그나저나 아이유는 어땠어요? 전 괜찮았어요. 초반 3회까지는 어색했는데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서 : 글쎄. 난 '실제로 저런 가수가 저렇게 말을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어. 아직은 드라마 주연을 하기에 이른 것 같아. 스토리의 중심에선 힘이 부족했어.
김 : 그래도 '프로듀사' 출연진 중에서 아이유가 가장 수혜를 입은 것 같은데요. 신디라는 캐릭터가 가장 확실했잖아요. 사연도 풍부했고요.
서 : 그건 맞아. 그런데 그것이 이 드라마의 패착아닐까? '프로듀사'가 아닌 '프로가슈'로 전락해버렸으니까.
◆ 스토리=예능국의 현실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취지는 실종됐다. PD들의 이야기 대신 신디(아이유 분) 에피소드에 집중했다. 톱스타 여가수의 아픔, 사랑, 성장 등을 꼼꼼하게 그렸다.
김 : 하긴 '신디를 좋아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강요하는 느낌 마저 들었어요. 그만큼 신디 스토리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요.
서 : 한 마디로 기승전신디.
김 : 하지만! 역시나, 재미 측면에서 본다면 나쁘진 않았어요. 방송국 이야기에서 가수와 PD의 썸은 흥미롭잖아요. 10년차 아이돌의 명암도 궁금할 수 있고.
서 : 스타와 대표와의 갈등처럼? 그렇게라도 구심점이 되는 이야기가 있는 게, 솔직히 다행이라고 봐.
김 : 사실 신디 이야기는 상당히 비현실적이죠. 업계 사람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을…. 그래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면에서는 가장 분명했던 것 같아요.
서 : 신디의 성장을 그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들러리로 전락했지. 그 부분이 안타까워. 특히나 마지막회는 정말이지….
김 : 신디 일병 구하기?
서 : 제작진이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생각해. 스토리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김 : 백승찬, 탁예진, 라준모 등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다면?
서 : 물론 '그사세' (그들이 사는 세상)를 기대한 건 아니야. 그건 노희경이라서 쓸 수 있는 이야기니까…. 비교하지 않는걸로.
서 : 다만, 그들의 삶과 고민을 좀 더 섬세하게 담았다면, 웃다가 울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은 그저 신디가 악덕 대표에게서 벗어났다, 그 뿐이잖아.
김 : 저도 그 부분은 아쉬워요. '탁예진과 라준모는 10년 지기 친구라더라', '백승찬은 허당에서 완소가 되어 가더라'가 그냥 한 줄 요약처럼 정리됐으니까.
서 : 그래서 난 드라마를 볼 때 마다 의아했어. 이게 왜 '프로듀사'인지. 또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말이야.
서 : 특히 방송국 이야기는 더더욱. 시쳇말로 비싼 제작비 들여서 찍은 KBS 홍보물같았어.
김 : 선배가 '의미'를 찾으니까 '짜증'이 나는 게 아닐까요.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현실이 꿀꿀하니 90분은 웃고 즐겨라?
◆ 러브라인=신디에게만 친절했다. 짝사랑의 아픔 등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나머지 러브라인은 '카더라' 통신이었다. 우선 백승찬의 감정 변화는 개연성이 떨어졌다. 라탁커플도 마지막 회에 급하게 연결됐다.
김 : 이 드라마는 그저,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서 : 그래 그래. 잘 이해했어. 그런데 방송국 연애를 말할거면, 러브라인이라도 탄탄하면 얼마나 좋니.
김 : 너무 뻔하긴 했죠? 4각 러브라인이.
서 : 물론 새로운 인물관계를 바란 건 아냐. '프로듀사'에 그걸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긴장감이 없어도 너무 없으니까.
김 : 맞아요. 러브라인의 묘미는 밀당인데…. 그 흔한 위기 조차 없었죠. 잔잔해도 너무 잔잔했어요.
서 : 차라리 백승찬과 신디, 탁예진과 라준모의 관계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4명의 감정선을 평행선으로 다루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그림이 됐어.
김 : 백승찬이 갑자기 탁예진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이상했어요. 둘이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었는데. 신디를 애타게 만드는 억지 4각관계?
서 : 차라리 신디와 승찬의 관계가 더 진전됐다면 더 아슬하지 않았을까. 각 커플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커졌을테고.
김 : 실제로 그 둘의 러브라인만 화제였잖아요. 시청자들도 그 둘을 더 응원했고요.
서 : 그래서 아쉽지. 김수현과 아이유의 러브라인을 그렇게 밖에 풀지 못했으니. 그 흔한 '케미'라는 단어를 쓸 수도 없는 상황….
김 : 탁예진과 라준모도 마찬가지에요. 둘 이야기가 너무 단조로웠어요. 사실 보여줄 게 많은 관계인데.
서 : 그치. 둘은 20년지기에 동거(?)까지 한 사이잖아. 감정의 파고가 분명할텐데, 차태현을 그냥 '견우'로 만들었어. 알고보니 나 너 좋아했다?
서 : 둘은 그 누구와도 호흡을 잘 맞추는 배우들이야. 러블리함과 코믹함은 국가대표급이지. 그런 두 배우로 '전봇대신' 하나 남겼으니.
김 : 전 맹세코, 백승찬과 탁예진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한 적 없어요. 그래서 공효진을 보는 백승찬도, 백승찬을 보는 아이유도, 조마조마하지 않았어요.
서 : 그래. 누군가는 '밀당이 없어서 좋다'는 평가를 내놓았더군. '막장이 없는 청량한 드라마'라나? 꿈보다 해몽이 좋은 드라마였어.
김 : 그래서 시즌2 요청이 나오는 건가요?
서 : 아무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게 없으니까. 오히려 종영한 이후에 서로의 관계 진전이 궁금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