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여성 CEO 강원FC 임은주(오른쪽) 대표는 '엄마된 심정'으로 강력하게 토로하는 것이었다. "선수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구단이 존재의 의미가 있나?".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그동안 너무 결과에만 치중해 왔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닭아야 한다. 재정이 튼튼해야 구단이 있다. 그리고 선수도 있는 것이다. 재정이 부실한데 1부 잔류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나.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그래서 모든 직원(프런트와 선수 전원)에게 '영업사원'이 될 것을 강조했다."

각종 비리혐의로 몸살을 앓았던 강원FC. 하지만 임은주 대표 부임 이후 강원은 달라졌다. '투명경영'이라는 칼날을 내세운 임 대표의 경영방침 아래 강원은 투명한 구단으로 거듭났다. 비리의 맥락도 깨끗이 정리됐다. 무려 68억이라는 구단부채도 절반 이상 해결했다. 힐끗거리며 비아냥대던 세상의 눈들도 다시 임 대표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하던 연간회원권 판매 실적이 올들어 (지난 해와 비교해) 열 배가 뛰었다. "전직원이 영업사원이라는 마음으로 '원 팀'을 이루는데 적극 협조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최윤겸 감독과 특히 '거침없이 벗어준'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감사하다."

 

 

'거침없이 벗어준' 선수들...?!

 

 

 패스 패스, 강 슛~

 

[강원은 현재 운동장 사정상 속초와 양양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아직은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일렁이는 '연어와 송이의 고장' 강원도 양양 남대천 체육공원 그곳에서는, 다가오는 21일 상주와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35명의 프로축구 선수단이 있었다. 강원FC였다.

아 앗! 이 분은...

- 보다 신속히 움직여야돼..

강원FC 사령탑 최윤겸 감독 즉,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 아빠'다. 알려진대로 샤이니 민호는 연예인 중 공을 가장 잘 차는 예의 '프로축구 선수급'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 감독은, 아들 민호가 축구선수의 길을 걷는 것은 적극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객관적인 판단으로, 아들 민호가 아빠보다 '잘 생겼다'. 감독님 쏘리!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 마감되고 의미심장한 포즈를 취하는 다섯 명의 선수가 있었다.

의미심장한 포즈라...

 

벗어!

- 네?

벗으라고~~~

몽땅 다 벗으라고!!

순간, 표정들이...

- 아니 여기서..

이완, 박용호, 백종환(왼쪽부터)이다.

- 어떻게 몽땅 다 벗어요..

이한샘, 신영준(왼쪽부터)이다.

하지만...

제일 맏형 박용호(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솔선수범해서 먼저 벗는데, 후배들이 안 벗을 수 있나. 더욱 재미났던 사실은..

'맏형' 박용호의 "느낌 강한" 한 마디였는데...

- 벗으라면 벗겠어요..

"벗으라면 벗겠어요". 느낌이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벗으라면 벗겠어요." 오 예~!

그러더니...

너도, 나도..

으 으 음..

지난 1일 오후...

강릉시 노암동에 위치한 강원FC 클럽하우스 '오렌지하우스'.

그랬다...!

바로 이곳에서..

임은주 대표가 강조한, 강원FC 전직원 영업사원 프로젝트 '벗어, 다벗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연간회원권판매에 적극 참여한 강원 선수들의 스튜디오 촬영컷이었다. 중요한 건, "벗을거면 속옷까지 다벗어!".

> 백종환...!

"표정 풀고.."

"다 좋은데. 바지는.."

바지는?

- 바지는 차마 못 벗겠어요. ㅠㅠ..

"이런 쑥맥같으니. 그래서 영업을 할 수 있겠어". '맏형' 박용호의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박용호..

> 박용호...!

박용호의 의미심장했던 바로 그 한 마디..

- 벗으라면 벗겠어요~

그러더니, 진짜...

오호!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옷벗은 남자들은 왜 아래를 확인할까? 응?

따라서...

수비수 겸 코치인 '맏형' 박용호의 솔선수범 완전탈의에 이어진 후배들의 탈의는 일사천리였다. 박용호는 "연간회원권 홍보를 위해서 우리 선수들도 나서야하지 않겠냐. 앞으로 선수단도 구단 일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닫형답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 신영준...!

- 바로 벗겠습니다..

- 음..

- 으 음..

"뭐야, 문제가 뭔데?". 주변에선 웃음이 빵빵 터졌다.

포즈 마지막에서, 신영준...

- 벗으니까 행복해요~~~

> 이완...!

- 사랑합니다. 여러분~

- 저도 바로 벗을게요..

- 연간회원권..

- 많이 많이 사주세요~~~

이완 또한 "구단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한 몸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구단의 다양한 재능기부 행사나 마케팅 활동에 선수단도 적극 협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께 움직일 때 감독님이 늘 강조하는 '원 팀'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이한샘...!

     

강원FC '마당쇠' 이한샘..

'마당쇠'란, 옛부터 '힘이 아주아주 좋은 사람'을 일컫는 힘의 대명사였다.

그런 이유였을까...

위, 그리고..

아래, 이한샘..

마당쇠 이한샘이 글쎄...?

- 푸하하하하하~~~

어떤 자신감이었길래, 이한샘이 위·아래를 확인하고 저리 크게 웃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마당쇠 같은 녀석, 이한샘! 으음..".

> 최승인...!

흡사 '파이터' 추성훈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남 최승인.

그 역시...

바로 벗긴했는데..

앞선, 이한샘의 웃음이 너무 컸나..

- 아이, 창피~

자, 그렇다면...

연간회원권, 오늘의 판매왕은 누구?

당연히...??

- 마님, 저 한샘이라굽쇼~~~

'뻔할 뻔자' 힘 좋은 마당쇠 이한샘의 몫은 아니었을까. 기특한 사실은, 선수들의 이 '누드 마케팅'에 힘입은 강원FC 연간회원권 판매량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애초 임은주 대표의 이 '누드 마케팅' 아디디어 제안에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었으나 결과에 모두들 놀랐다는 후문이다."벗으라면 벗겠어요" 프로젝트는 성공!

한편, 강원FC는...

이번 주말인 21일 오후 상주 상무와의 시즌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 속초종합운동장에서 홈개막 경기를 치루게 된다. '오렌지군단' 강원FC의 도약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끝으로. 임은주 대표는...

"구단의 부채는 6월말 쯤 완전해결이 가능하다. 아울러 강원도와 강원랜드로부터의 지원금이 이제 곧 도착한다. 부채해결은 물론, 7월 이후부터는 공격적인 투자로 1부리그 재입성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며 "선수 경험으로 볼 때 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빠진 우리 구단의 1부리그 재입성은 어려운 일이 결코 아니다"는 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빠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속사정을 반영하고 있었다. 일각에선 이미 강원FC의 1부리그 재입성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게 축구관계자들의 평판이다. "무턱대고 1부리그 입성만이 능사가 아니다. 선수들에게 약속한 날짜에 제 때 월급을 줄 수 있어야 그게 프로구단이다". 임 대표의 확고한 의지였다. '엄마된 마음'이 곧 '올누드 아이디어' 즉, 영업사원 프로젝트로 이어진 것이었다.

대한민국 프로축구단의 숫자는 모두 16개 팀...

그 중, 불과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의 작금의 재정상태와 운영실태는 과연 어떨까. 각 구단마다 그 사정을 낱낱이 밝혀야 속이 시원할까. 부채없는 투명한 구단으로 거듭나려는 축구단(특히 시도민구단들)은 과연 몇개 팀이나 될까. 아니 몇팀이나 될 수 있을까. 여성 CEO 임은주 대표가 표방하는 '저간의 노력과 행보'는 그야말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니 할 수 없다.

"벗으라면 벗겠어요" 강원FC '올누드 프로젝트'...?!

그리고 그 성공적 마케팅 실천의 현장과 비하인드 스토리, 지난 13일 강릉이었다. 지난 2년간 거듭되던 '1부리그 재입성'에 대한 불확실한 약속과는 그 근본이 달랐던, 믿음직스런 2015년의 시작이 아닐 수 없었다. 강원FC의 '따뜻한 겨울'을 뜨겁게 기원해 본다.

강릉 / 강명호 기자(디스패치 객원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