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제 작품인데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이준익 감독)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영화가 나왔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집밥'을 매개로, 서로 다른 세대와 인물들이 살아온 방식과 그 안에 쌓인 감정을 풀어냈다.
매일 가족의 끼니를 책임져 온 어머니는 지쳤다.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는 뒤늦게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자식 세대는 당연하게 여겼던 집밥 뒤에 숨겨진 부모의 세월을 마주한다.
여기에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 박지연 등 배우들의 깊은 내공이 더해졌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깊은 감정선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족극을 완성했다.
영화 '아버지의 집밥' 측이 서울 잠실구 롯데시네마 잠실점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감담회를 열었다. 이준익 감독, 이정은, 정진영 등이 참석했다.
'아버지의 집밥'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평생 부엌에 가지 않았던 고하응(정진영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요리를 할 수 없게 된 아내 안순애(이정은 분)를 위해 처음으로 집밥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세로형 시네마에 도전했다. 그는 "인물의 감정을 보다 깊이 있게 담아보고 싶었다"며 "초상화를 떠올렸을 때, 어쩌면 세로형이 가로형보다 효과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화려한 사건 대신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이 감독은 "특히 과거 세대의 일상을 가져온 이유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어서다. 숏폼 세대가 아닌 분들도 이 작품을 보셨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회당 러닝타임은 약 2분.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완성해야 했다. 이 감독은 빠른 호흡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심리극의 방식을 끌어왔다.
그는 "인물 간의 관계성을 보여주기보다 각 인물의 내면과 입장을 중점적으로 담았다"며 "투샷이나 쓰리샷보다는 인물들을 빠르게 교차시키면서 심리를 드러내려고 했다"고 짚었다.
이정은이 안순애 역을 맡았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평생 남편과 아들들의 밥을 차리며 살아온 인물이다. 어느 순간 자신이 차려온 밥상에 회의를 느끼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정은은 전작 '좀비딸'에서는 코믹하고 화끈한 할머니로 활약했다. 이번에는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푸근한 엄마이자 아내의 얼굴을 꺼냈다.
캐릭터 구상의 출발점은 자신의 부모님이었다. 이정은은 "과거에는 아버지들이 가정의 주도권을 갖고 계셨다면, 이제는 어머니들이 주도권을 쥐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어머니도 집안에서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며 "그때 어머니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떠올리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전했다.
특히 엔딩 장면에 공을 들였다. 이정은은 "빠르게 회차가 넘어가는 형식이다 보니,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정진영은 고하응 역을 맡았다. 고하응은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가장이다. 가족을 위해 쉼 없이 일해왔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밥상 앞에서 풀어왔다.
정진영은 무뚝뚝한 겉모습 뒤에 가족을 향한 애정을 품은 가장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인물의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도 컸다. 그는 "처음에는 고민이 많아서 AI에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로 숏폼 연기와 영화 연기는 다르다고 알려주더라"라며 웃었다.
촬영 현장 환경도 달랐다. 카메라와 스태프가 불과 네 걸음 남짓한 거리에 자리했다. 정진영은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AI가 알려준 연기법보다는 늘 해오던 대로 했다"며 "연기 자체를 잘하는 데 신경 쓰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정은은 "영화 자체의 이야기를 따라가 주셨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숏폼이라 작게 보이는 화면도 크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영은 "흥행 여부를 떠나 관객들이 재밌다는 생각 하나만 해주시면 만족할 것 같다"며 "함께 온 분들과 편안하게 재미있는 감정을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아버지의 집밥'은 오는 9월 9일 개봉한다.
<사진제공=레진스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