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크리에이터 크루'와 '영크크'는 다를까. 2026년 코르티스의 활동을 보면 다른 것 같다. 젊은 창작자 무리라는 이름으로 자주 활용됐던 전자의 단어는 지난해 코르티스가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COLOR OUTSIDE THE LINES)'로 데뷔했을 때부터 그룹을 수식하는 단어였다. 2년 동안 300곡 넘는 후보곡을 만들며 송캠프에서 옥석을 고르고 뮤직비디오와 안무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곡에 담긴 메시지에 집중해 달라고 했던 패기 넘치는 신인 그룹 말이다. 이러한 개념과 태도를 노래로 자신감 있게 풀어내기 위해 코르티스가 만든 곡이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영크크'만 남았다. 코르티스가 스스로를 그렇게 불러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올드 제너레이션 우릴 불러 쟤네 영크크, 요를레이히 말고 영크크.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K팝 신인 그룹은 아직 자신을 알리기에 바쁘다. 이름에 심은 정체성과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콘셉트를 다양한 단계와 콘텐츠로 표현해야 한다. 신곡을 발표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코르티스는 단 두 장의 EP만으로 그 번거로운 설명의 단계를 건너뛰었다. '그린그린(GREENGREEN)' EP는 발매 첫 주에만 231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올렸고, 타이틀곡 '레드레드(REDRED)'는 K팝 보이그룹이 결코 다다를 수 없다고 여겨졌던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의 일간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5년 내 데뷔한 보이그룹 중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최다 팔로워 수를 확보했다.
거대한 성공과 함께 위화감도 따라온다. 그 근거는 코르티스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2026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를 낸 그룹은 벌써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해외 페스티벌 무대를 돌고 있다. 그 공연의 이름을 '휴대폰 내려놔(PUT YOUR PHONE DOWN)'라 지으면서 12곡 노래로 100분을 채우며 K팝 팬들이 기대하는 아이돌 콘서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무대를 꾸며 논란을 불렀다. 그룹은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으라고 거듭 소리치며 전문적인 댄서들을 동원해 원을 그리고 몸을 부딪치는 모쉬 핏을 연출했다. 지난 24일 발표한 확장판 앨범의 수록곡 '머니머니머니(MONEYMONEYMONEY)'도 투어 도중 세상에 나왔다. 기획사는 돈에 대한 멤버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곡이라 소개했지만, 대중은 '통장에 0에 0을 더해 마치 한로로'라는 노랫말만 기억한다. 화제가 꼭 긍정적이라는 법은 없다.
성과와 논란을 함께 설명하기 위해서는 코르티스가 부르짖는 새로운 개념의 K팝 자체 제작 형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으레 K팝에서 자체 제작이라 하면 데뷔 전부터 창작에 소질을 보유하고 있던 앙팡테리블을 주축으로 팀을 만들거나,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연습생들에게 음악 생산의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의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의 과정을 뜻한다. 그러니까, 자체 제작은 멤버 스스로가 음악을 만든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아이돌 그룹에 좀처럼 주어지지 않던 음악적 신뢰를 쌓고 증명하기 위한 수식이었다.
코르티스는 다르다. 이들은 자체 제작을 하게 된 아이돌이 아니다. 자체 제작을 전제하고 설계된 아이돌이다. 실패를 넉넉하게 용인할 수 있는 초대형 기획사가 자본과 시간을 들여 재능의 육성 가능 여부를 실험하고 있다. 창작하는 아이돌을 처음부터 길러낼 수 있다는 확신 위에서 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음악으로 옮기는 훈련을 받았다.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십 대의 포부가 프로듀서 수프림 보이, 그리고 내로라하는 전 세계 젊은 창작가들과의 송캠프를 통해 부지런히 생산된다. 그 과정에서 멤버 각자의 취향이 생기고 자기가 하는 작업이 진짜라는 신념이 생긴다. 미국 유명 레코드 숍 아메바 뮤직에서 앨리스 인 체인스, 오아시스, 픽시즈 등 아이돌의 입에서 좀체 들을 수 없는 록 밴드의 이름이 나오고, 무대 위에서 트래비스 스콧과 같은 유명 힙합 스타들의 과격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런 그룹에 K팝은 취사선택의 영역이다. '최애'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고 싶어 촬영 기기를 내려놓지 못하는 팬들에게 휴대폰을 내리라고 말한다. 첫 단독 콘서트에는 으레 등장할 법한 타 아이돌 커버 무대나 솔로 코너, 애교와 챌린지 등으로 이어지는 팬서비스 구간과 같은 팬미팅적 요소가 없다. 코르티스는 유사 연애라는 개념 아래 아티스트의 감정 노동과 서비스로 유지되는 K팝의 기묘한 사랑을 독립적이고 쿨한 우정으로 바꾸고자 한다. 그 취사선택이 아이러니한 까닭은 이들이야말로 정말 극단에서 뽑아낸 K팝 기획의 가장 최신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의 프로덕션과 수많은 해외 작업 인력, 거친 뮤직비디오 원안을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로 뽑아내기 위한 예산, 데뷔 1년 내 단독 월드 투어와 해외 페스티벌을 돌릴 수 있는 물량이 코르티스의 창작 자유를 지탱한다. 엉성한 노랫말과 방조에 가까운 표현에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해도, 속칭 음악이 별로인 결과물이 나와도 창작의 기회는 계속 주어진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잔뜩 쌓아놓고 게임을 하는 아이와 동전 하나로 '원 코인 챌린지'를 해내야만 하는 도전자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확보한 자유는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영크크'의 어법은 사실 새롭지 않다. 코르티스의 노랫말에 대경실색하는 K팝 팬들은 과거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후크송 시대의 의성어 반복과 세상에 없던 단어 나열을 잊어버린 듯하다. 놀랍게도 이 어법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가장 젊은 창작가들로부터 동시에 작동하는 최신 유행 중 하나다. 코르티스가 음악 동료로 여길법한 자비에르소베이스드(Xaviersobased), 페이크밍크(fakemink), 에스디키드(EsDeeKid), 넷스펜드(Nettspend)와 같은 음악가들이 선보이는 절크(jerk)라는 음악 스타일이다. 정신없는 전자음의 폭격 위에 정신없는 말을 내뱉는다. 이들의 노래는 길어야 2분가량으로 매우 짧고 가사는 분열적이다.
이제는 언더그라운드라 부를 수도 없다. 스트리밍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 집계에 의하면 영국 언더그라운드 랩 청취량이 지난 1년간 297%나 늘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힙합 페스티벌 롤링 라우드의 올해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들의 이름이 돈 톨리버, 플레이보이 카티, 켄 카슨과 같은 슈퍼스타들의 바로 아래에 있다. 한국에서나 무명이지 세계 메이저 레이블 사이에서는 이미 대세이자 새로운 음악 공급처로 떠오른 스타일이다. 대형 기획사가 이러한 흐름을 포착하는 건 당연한 순서다. 이 시대 가장 젊고 독특한 창작가를 자칭하는 코르티스가 유행을 따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 멤버가 아직 10대인 친구들에게 대단히 깊은 수준의 노랫말을 쓰라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가혹할 수 있다.
그러나 코르티스의 '창작'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절크는 결핍의 흔적이다. 사회가 전시하는 정상성으로부터 소외된 소수자들이 초연결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따로 또 같이 삶을 담아낸 창작이다. 짧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붙잡으려니 자극적이고, 길게 만들 필요가 없다. 코르티스에게는 경험이 없다. 전자 음악, 힙합, 록을 모조리 씹어 삼킬 수 있는 엘리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거쳤고 음악 장비 사용법을 배웠다. 그들이 동경하고 표현하는 음악도 인터넷에서 '배웠다'. 차별받거나 고통받거나, 힙합 스타의 공격적인 레이지 비트 위 이성을 잃고 몸을 부딪쳐 본다거나 하는 직접 경험이 아니다. 그걸 전시하는 쇼츠와 유튜브 브이로그의 간접 경험, 그리고 데뷔 이후 어렴풋이 흉내내는 삶이 바로 코르티스 창작의 요람이다. 에픽하이 타블로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들이 코르티스에 사랑 노래가 없는 까닭을 '연습생 생활을 거쳐 바로 데뷔했고, 실제로 살아온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라 밝힌 이유다.
코르티스에 가해지는 비판 가운데 타당한 점도 많으나 허세나 가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마틴, 성현, 주훈, 성현 건호의 태도는 분명하다. 소셜 미디어가 전시하는 힙의 목록을 나열하며 무엇이 되고 싶고 나는 어떤 음악가며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거다. 그 태도가 구분 짓기와 거부, 느끼지 못하면 네 손해라는 노랫말로 쏟아져 나온다. 짧은 영상이 무한히 이어지는 세계 안에서 깊이 이해하고 오래 생각하려는 의지가 사라진 열화된 현대 사회에 썩 잘 어울리는 테마곡이라고 본다. 코르티스의 음악이 얄팍하게 들린다면 그것은 지금 대다수가 공유하는 감각을 옮겨 적은 결과인 탓이다. 다만 그 결과가 그토록 그룹이 거부하고 있는 K팝의 신제품 프로토타입이라는 정체성의 혼란과, 태도 이외에 다른 설득의 언어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 때문에 코르티스를 둘러싼 아이러니는 더욱 커진다. 재미에 묻혀 잊힌 '조이라이드(Joyride)'나 '룰라바이(Lullaby)', '블루 립스(Blue Lips)' 같은 곡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영 크리에이터 크루와 영크크는 다를까. 다르다. 그 간격을 좁히는 게 코르티스의 과제라면, '좋은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창작에의 열중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실패를 용납하며 현실에 재미를 공급하는 기획사가 결코 내어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여유와 시간일지도 모른다. K팝에서 분열적인 자기 위치를 흥미롭게 파악하고, 그들이 흥미롭게 느끼는 여러 요소를 풍성하고도 정제된 단어로 풀어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말보다 세상의 무엇을 보았는지를 말하는 코르티스를 듣고 싶다. 그때야 '영크크'는 멸칭이 아니라 애칭이 될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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