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뉴트로'(Newtro)는 이제 익숙한 트렌드다. 이미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과거의 유행을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왔다.
그렇기에 뉴트로에 도전한다면, '무엇을 가져오느냐'보다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키키는 그 지점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이들은 젠지함을 내세우며, 데뷔 때부터 과거의 유행을 현재로 끌어왔다. 데뷔 앨범 '언컷 잼'(UNCUT GEM)에서는 1980년대 신스팝을 택했다. '델룰루 팩'(Delulu Pack)에서는 1990년대 UK 하우스와 2010년대 중반 딥 하우스를 소환했다.
신보 미니 3집 '와이키키'(WhyKiiiKiii)에서는 2010년대 초반 일렉트로닉 팝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대도, 장르도 달라졌지만 키키의 감성은 더 강해졌다. 익숙한 사운드 위에 디지털 친화적이고 한층 더 자유로운 언어를 덧입혔다.
'디스패치'가 새 앨범 '와이키키'를 들어봤다.
'와이키키'는 여름의 24시간을 담은 앨범이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청량함부터 들뜸과 충동, 밤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감정까지 차례로 꺼낸다.
전반부는 여름날의 아침이 떠오른다. 첫 트랙 '에버2레이트!'(Ever2Late!)는 반복적인 4박자 리듬이 특징인 하우스 댄스 팝 장르다.
하우스는 1980년대 초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전자 댄스 음악이다. 디스코의 영향을 받았다. 4/4박자마다 킥 드럼이 일정하게 떨어지고, 리듬이 반복된다. 디스코의 풍성한 악기 대신 드럼머신과 신시사이저를 앞세워 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보인다.
'에버2레이트!' 역시 반복적인 리듬을 바탕으로 한다. 동시에, 튕기는 듯한 신스와 다이나믹한 비트가 더해져 청량한 분위기를 띈다. 몽환적인 색채는 유지하되, 전작에서 보여준 하우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풀었다.
이후 점차 다른 장르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첫 트랙이 하우스라면, 2번째 트랙 '헤이 하이'(Hey Hi)는 일렉트로닉 하우스다. 하우스 장르가 영향을 받았던 디스코를 끌어왔다.
디스코풍 드럼으로 경쾌함을 살리면서도, 가벼운 일렉트로닉 신스로 전자적인 색채를 더했다. 하우스에서 일렉트로닉 팝으로 장르의 범위를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게 한 것.
타이틀곡 '팝 오프 팝 오프'(Pop Off Pop Off)에서 그 흐름이 이어진다. 2010년대 초반 유행했던 일렉트로닉 팝의 문법을 정면으로 가져왔다. 팝스타 케샤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전자음에 EDM을 섞었다.
이러한 선택은 최근 해외 팝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재 슬레이터, 케이트 맥레이 등 젊은 팝스타들이 당시 디바들의 사운드와 스타일을 다시 끌어오고 있다. 키키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탔다.
코러스 탑라인은 단순하다. 계이름 '파'가 반복된다. 엄정화의 '디스코'(D.I.S.C.O)처럼 한 음이 반복된다.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로 흥을 돋웠다. 익숙한 만큼 빠르게 귀에 꽂힌다.
시대적 코드는 음악 밖으로도 이어진다. 포인트 안무는 '파티 록 앤섬'(Party Rock Anthem)으로 유행했던 셔플 댄스. 패션 역시 네온 컬러와 레깅스로 당시 스타일을 끌어왔다. 뮤직비디오는 2000년대 웹사이트를 연상시키는 레트로한 화면을 배경으로, 스테디셀러 게임 '더 심즈'의 감성까지 더했다.
그 위에는 젠지한 감각을 얹었다. 가사에서 현세대의 언어를 적극 활용했다. 인스타그램 필터 '리우데자네이루', 릴스에서 유행한 '귀여워서 미안해' 등이다.
김도헌 음악 평론가는 "서머송인 만큼 거창한 메시지보다 쾌락적 감각과 엉뚱하고 발랄한 콘셉트에 집중했다"며 "'야옹' 같은 표현과 사운드의 완급 조절 등을 더했다. 단순한 2010년대 사운드의 재현을 넘어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키키 특유의 4차원 감각이 짙어진다. '캔디 핑크 매직 홀 플립 폰'(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이 바로 그것. Y2K 감성을 끌어온 하이퍼팝으로, 전자 신스와 빠른 비트가 몰아친다.
가사는 인디 뮤지션 이피가 맡았다. "반창고 태닝 키티", "로우 픽셀 올려 틱톡 따라 하긴", "눈동자 안엔 전갈자리" 등 서로 다른 심상을 마구잡이로 나열한다. "지금 귀엽잖아요", "충격적인 소녀야"처럼 대화하듯 툭 던지는 문장도 섞어 엉뚱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박희아 음악 평론가는 "키키의 음악은 전자적인 사운드가 강해도 전반적으로 이지 리스닝에 가깝다"며 "팝콘 무비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완전히 새롭지도, 그렇다고 진부하지도 않은 지점에서 차별점을 만드는 게 가사다. 한두 마디는 반드시 뇌리에 남도록 포인트를 만든다"고 말했다.
K팝은 보통 여러 작사가가 한 곡에 참여하더라도 정해진 콘셉트와 화자에 맞춰 하나의 톤으로 가사를 완성한다. 하지만 키키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수민, 이피, 더 딥, 릴체리 등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한 뮤지션들을 작사가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표현의 폭도 넓어졌다. 서정적인 문장부터 직설적인 표현, 일상적인 단어까지 한 앨범 안에 공존하도록 했다. 키키는 서로 다른 성격의 가사들을 멤버별 개성대로 소화했다.
특히 '블루 아워'(Blue Hour)에서 잘 드러난다. "묻지 말고 저 별들을 따라가"라는 몽환적인 문장과 "뒤집어 이 여름에 이 밤을"이라는 거친 표현이 공존한다. 키키는 이를 각각 청아한 보컬과 묵직한 랩에 연결하며, 키키라는 이름으로 납득시켰다.
익숙한 멜로디와 한때 유행했던 장르를 왜 다시 '키키'로 들어야 할까. '와이키키'는 그 질문에 답한다. 과거의 사운드에 지금의 언어와 감각을 더해,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재미를 끌어냈다.
결국 키키에게 레트로는 재현이 아닌 재해석이다. 무엇을 가져왔느냐보다 어떻게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것. 이전까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와이키키'에서는 '왜 키키인가'(Why KiiiKiii)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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