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불륜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지?”(김혜수)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금 불륜’)는 뻔하디뻔한 치정극이 아니다.
불륜이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궁금해하는 순간 허를 찌른다. 미친 속도로 질주하고, 미친 반전으로 당혹감을 안긴다.
모처럼 찾아온 (도파민) 미친 드라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불륜의 존재감은 옅어진다. 대신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이들의 결말이 궁금해질 뿐이다.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경희(김혜수 분)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재홍(이지훈 분)과 수정(조여정 분)은 위험한 만남을 계속 이어갈까.
그리고, 그날의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4회 엔딩까지 아무도 예상 못했던) 사건의 진실은 이대로 묻히게 되는 걸까.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금 불륜’은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인플루언서 부부와 이웃집 의사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로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OTT 시대, 맞춤형 드라마다. 소재부터 자극적이다. 연예인의 불륜 찌라시로 출발해 실제 외도를 다룬다. 철거촌 시체, 뺑소니 사고까지 나온다.
이창희 감독은 속도감 있는 연출로 광기 어린 블랙 코미디를 완성했다. 고급 주택에 입성한 인플루언서 부부의 성공 여정에 단 3분을 할애했다.
앞집 부부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경희의 대사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한다.
“그 집 남편 도망갔다잖아.”, “몇 개월째 별거 중이래.”
재홍과 수정의 관계도 피부과 벽면에 걸린 협찬 사진으로 암시한다. 수정 남편 보성(김재철 분)의 여자 문제 역시 몇 컷의 영상으로 압축한다.
설명 대신, 장면을 던지는 식이다. 시청자가 그 빈칸을 채우게 한다.
다중 플롯 구조는 극의 묘미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수렴하는 것. 각자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장면이 경희 부부가 수정의 집에 초대돼 식사하는 순간이다. 와인을 엎지른 경희가 화장실에서 이를 수습하는 사이, 재홍과 수정은 불장난을 저지른다.
같은 시각, 아이들에게도 일탈의 시간이 주어진다. 어른들 몰래 술을 마시고 비밀을 공유한다. 단둘이 있던 방에선 아찔한 스킨십도, 위험한 약속도 오간다.
그 약속의 결과는 ‘쾅’. 예기치 않은 사고가 터진다. 급박한 수습 뒤엔 뜻밖의 협박범이 나타나고, 급기야 (진짜) 살인자까지 등장한다.
불륜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살해 사건으로 번진다. 이쯤 되니 제목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정말, 불륜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이 잔혹극의 맛을 살리는 것은 배우들이다. 김혜수가 인플루언서 경희로 분했다. “차라리 불륜이면 좋았을 텐데”라는 대사처럼, 혼돈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캐릭터다.
김혜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춤옷을 입은 듯하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계층 사다리를 올라간 자신만만한 경희. 그 단단함을 흔들림 없이 화면에 구현했다.
하지만 인생 최대의 위기 앞에선 달라진다. 가족을 위해 시체 처리도 감수하는 엄마의 의지. 동시에 인간으로서 느끼는 죄책감. 김혜수는 두 감정 사이 간극을 핏발 선 눈으로 표현했다.
조여정은 의사 수정 역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남편과 이혼 소송에서 오는 좌절, 자녀에 대한 실망, 재홍을 향한 욕망 등 상반된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김지훈의 변신도 눈에 띈다. 불륜의 당사자에서 불륜보다 더 큰 사건에 휘말리는 재홍 역을 맡았다. 가족의 위기 속에도 수정과 밀회를 이어가는 모습으로 복합적인 면모를 그렸다.
김재철이 연기한 보성은 후반부의 변수다. 경희와 우연히 마주친 뒤 번호를 교환하는 장면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예고한다. 그의 활약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금 불륜’이 흥미로운 건 불완전한 인간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완벽해 보였던 가족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관계엔 욕망이 끼어들고, 가족 때문에 넘지 말아야 할 선마저 넘는다.
그래서 불륜은 목적지가 아닌, 사건의 출발점이다. 개인의 선택이 타인을 흔들고, 각자의 비밀은 하나의 사건으로 얽힌다. 급기야 모두가 감당해야 할 거대한 파장을 만들어 낸다.
두 가족에겐 불륜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았다. 그리고 그 문제는 이미, 이들의 손을 떠났다.
한편 ‘지금 불륜’은 총 8부작이다. 매주 금요일 1편씩 공개된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