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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그래미 출품 거부…"지역 아닌, 음악 자체로 평가받길"

[Dispatch=박혜진기자]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미국 그래미에 출품을 거부했다. 그래미가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방탄소년단은 29일 각각 개인 SNS에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래미 출품 기간은 다음 달 21일까지다.

그래미는 지난달 16일 개편 사항을 발표했다. 총 5개 신규 부문을 도입했다.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베스트 라틴 송',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퍼포먼스' 등이다.

특히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 상은 K팝, J팝(일본), C팝(중국)을 대상으로 한다. 아시아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한 작품이어야 한다.

아카데미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음악 커뮤니티가 새로운 장르를 기릴 기회를 더 달라고 요청한 결과"라며 "더 많은 창작자를 대표하고 더 포용적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정에는 모순이 있다. 아카데미는 "수상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음악 스타일이지, 가수의 인종이나 국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정작 언어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눴다.

아시아 음악을 별도 부문으로 만들면, 본상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K·J·C팝을 심사할 명분이 사라진다. 아시아 가수들에게 본상(제너럴 필드) 배제용 벽을 세운 게 아니냐는 것.

게토화(ghettoization)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 집단을 별도의 공간에 배정해 주류와 섞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스타를 다시 아시안 카테고리에 가둬버리는 일이라는 것.

흑인 음악이 그동안 알앤비와 랩 부문에 갇혀 본상에서 밀려온 전례가 그 근거다. 비욘세는 그래미 역대 최다 수상자(35회)다. 그러나 '올해의 앨범'을 단 한번도 받지 못했었다. 가장 많은 상을 받았지만, 가장 큰 상은 받지 못했다.

그의 남편 제이지는 2024년 "비욘세는 누구보다 그래미가 많은데, '올해의 앨범'을 한번도 못 받았다"며 "그래미 당신들 기준으로 봐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욘세는 지난해 24년 만에 이 상을 받았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2020년 베스트 랩 앨범을 받은 뒤 "우리 같이 생긴 사람들이 장르를 넘나드는 걸 하면, 늘 랩이나 어반 카테고리에 넣는다. 왜 우리는 그냥 팝일 수 없나"고 말했다. 더 위켄드도 2021년 "그래미는 여전히 부패했다"며 영구 보이콧을 선언했다.

신설 시점도 공교롭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아리랑'이 '올해의 앨범' 후보로 거론되는 시점이다. 아시안 아티스트에 대한 견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아시아 아티스트 수상이 매년 보장되기 때문. 아시아 언어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 K팝 가사의 영어 편중을 막는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미 후보에 오른 적 없는 J팝과 C팝에는 첫 문이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K팝은 이미 아시아 시장이 아닌, 팝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빌보드 메인 차트와 전 세계 스타디움에서, 서구 팝스타들과 똑같은 지표로 경쟁해왔다.

그래미는 영국 음악을 '유럽 팝'으로 묶거나, 호주 음악을 '오세아니아 팝'으로 묶지 않는다. 비서구 음악에만 적용되는 잣대 아닐까. K팝이 지난 10년간 미국 팝 시장을 뚫기 위해 달려온 건 아시아 가수가 아니라 팝 뮤지션으로 심사받겠다는 선언이었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꿈의 그래미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RM은 2021년 "그래미는 우리 미국 여정 전체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2021년, 2022년, 2023년 3년 연속 후보에는 올랐으나, 끝내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인종, 성별, 지역, 언어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을 해왔다. 2018년 UN에서도 "당신이 누구든, 어디 출신이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고 연설했다.

하지만, 지금 그래미의 분류 방식이 자신들이 해온 음악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가 되려고 할 때, 출품을 거부했다.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늘 함께해주시는 아미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에픽하이' 타블로는 부등호를 사용해서 '아리랑'이 그래미보다 크다는 걸 강조했다.

한국외대 이지영 교수는 "여러분의 결정에 찬성"이라며 "음악을 자신들의 이상한 기준으로 구분짓고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으려는 그래미는 이미 정당성과 권위를 스스로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아리랑' 투어로 전 세계를 돌고 있다. 다음 달 1~2일 미국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MetLife Stadium)에서 북미 투어를 이어간다.

<사진출처=그래미,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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