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저희가 유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무티)
엑스러브라는 팀은 이 믿음에서 출발했다. 자신들이 좋아한 음악과 춤, 아름답다고 느낀 스타일,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 그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도 분명 닿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젠더리스'에 도전했다. 성별의 경계를 넘어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선택. 하지만 K팝을 꿈꾸며 자라난 이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갈망했던 콘셉트였고, 하고 싶은 음악이었다.
엑스러브는 젠더리스를 자신들만의 색으로 풀어냈다. 음악은 쉽게, 퍼포먼스는 강렬하게, 스타일링과 세계관은 화려하게 쌓았다. 스스로 기준을 만들며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갔다.
그 결과, 의구심을 기대와 환호로 바꾸며 K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디스패치'가 지난 23일 엑스러브를 만났다. 이들만의 이야기를 들었다.

◆ "왜 안 되지?"
엑스러브는 우무티가 기획한 그룹이다. 그에게 젠더리스는 새로운 장르가 아니었다. 재즈 펑크, 왁킹, 힐댄스 등 어릴 때부터 좋아한 장르를 뽐낼 수 있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연습생 시절, 그 바람은 자주 제한됐다.
"월말 평가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장르를 선보이면, 늘 '우리 회사의 추구 방향과 맞지 않는다', '대중적인 면에서 어렵다'는 피드백이 돌아왔어요. 그런데 왜 안 되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우무티)
결국 선택지는 셋이었다. 원하지 않는 콘셉트로 데뷔하거나, 아이돌의 꿈을 포기하거나, 진짜 원하는 모습으로 한 번이라도 소리쳐 보는 것. 우무티는 마지막 선택지를 골랐다.
우무티만 그랬을까. 루이는 특기인 발레와 무용을 마음껏 뽐내고 싶었다. 하루는 '어떤 모습이어도 다 나'라는 그룹의 메시지에 끌렸다. 현은 새로운 느낌과 해방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우무티가 멤버들을 직접 모아, 도전을 택했다.
하지만 젠더리스 콘셉트에는 뚜렷한 레퍼런스가 없었다. 엑스러브가 곧 선례가 되어야 했다. 우무티는 자신이 원하는 세계관을 펼치면서도,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향을 고심했다.
우무티는 "우리의 세계관이 자칫 깊고 난해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화려한 스토리를 앞세우되, 음악은 최대한 이지리스닝으로 선정했다. 안무에도 기억에 남을 만한 포인트를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저희는 K팝을 동경하며 자랐고, 그만큼 기준도 K팝에 맞춰져 있거든요. 그런 저희가 봤을 때 우무티 형이 그린 젠더리스 콘셉트와 세계관은 분명 멋있었습니다. 대중들도 충분히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루)

◆ 상처에서 시작된 세계관
엑스러브의 세계관은 우무티가 직접 쓴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이 소설은 4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이 되는 옴니버스 구조다. 분량도 방대하고, 설정도 세심하다.
"우무티 형이 세계관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한 소설책의 오디오북을 듣는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이걸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막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연습을 통해 두려움을 한 번 깨고 나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더라고요." (현)
지금까지의 세계관은 불완전한 존재의 성장을 그렸다. 사랑의 결핍에서 출발해, 각자가 지닌 고유한 존재 가치를 이야기했다. 지난달 발매한 미니 2집 '아이, 갓'에서는 멤버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신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타이틀곡 '서브' 뮤직비디오에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녹였다. 멤버들 모두 오드아이로 등장했다. 오드아이는 미완성의 표식이자, 각자가 지닌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멤버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신으로 성장했다.
루이는 완벽주의와 미적 강박을 넘어 '미의 신'이 됐다. 우무티는 사랑에 대한 위협을 딛고 '생명의 신'으로 거듭났다. 하루는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상상과 꿈의 신'이 됐다. 현은 성공과 성적에 대한 압박을 넘어 '이성의 신'으로 나아갔다.
멤버들은 각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현은 "앨범 자체가 트라우마도 이겨내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그만큼 신이 된 이후의 모습에 집중했다. 무대 위에서 이성의 신다운 카리스마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짚었다.
"뮤직비디오 스토리보드가 책처럼 두껍게 왔어요. 외국인인 제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설명도 많았죠. 그래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스토리를 최대한 깊이 이해하려고 했어요. 제 캐릭터에 어떻게 몰입할지, 헤어와 메이크업은 어떻게 변주를 줄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루이)

◆ "상상이, 곧 무대가 된다"
멤버들의 고민은 무대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타일링이다. 우무티가 전반적인 콘셉트를 주도하고, 다른 멤버들은 디테일을 더한 결과물이다.
"제가 먼저 키워드를 던져요. 예를 들어 중세 바이브, 멧 갈라 느낌, 청량하지만 섹시한 요정 등이죠.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다음, 각자 의상에 대한 멤버들의 피드백을 더 하는 식으로 스타일링을 구현해 나갑니다."(우무티)
활동을 거듭할수록 멤버들의 상상력은 과감해지고 있다. 루이와 우무티는 '원앤온리' 활동 당시 각각 핑크색 피스와 중단발을 선보인 바 있다. '서브' 활동부터는 본격적으로 가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저와 우무티 형은 가발 때문에 헤어 준비에만 1시간이 걸렸어요. 메이크업 시간까지 더하면 3시간이었죠. 멤버 전원 준비 시간이 약 5시간이 걸릴 정도로 섬세하고 화려한 스타일링까지 도전하게 됐어요." (루이)
긴 머리에는 불편함도 따랐다. 퍼포먼스도 일부 수정해야 했다. 루이는 "드라이 리허설을 하며 가발 고정 상태에 따라 안무를 바꿨다"며 "예를 들어 손을 앞으로 뻗고 고개를 한 바퀴 돌리는 동작은 머리를 잡고 돌리는 식으로 조정했다"고 전했다.
멤버들은 구체적인 퍼포먼스 아이디어도 직접 낸다. 특히 '서브'에서는 루이가 유연한 동작으로 시작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루이는 "우무티가 인트로에 무조건 루이의 테크닉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퍼포먼스 디렉터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 "이블이라는 확신"
이들의 노력은 곧 대중의 반응으로 돌아왔다. 미니 2집은 초동 20만 장을 돌파했다. 데뷔 2년 만에 글로벌 투어에도 나섰다. 올해 이미 유럽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등의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멤버들은 벅찬 순간을 떠올렸다. 하루는 "신기했던 건 어느 나라에 가도 이블만의 에너지가 있었다"며 "이블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 같이 놀고 있는 느낌이었다. 공연장 밖에서도 이블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에너지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블은 엑스러브가 걸어가는 길에 확신을 더해주는 존재다. 늘 가족 같은 응원을 보낸다. 현은 "팬들이 우리가 뭘 하든 '너네 하고 싶은 거 다 해', '너네가 누구야, 엑스러브야'라며 기를 세워주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블과 엑스러브는 서로 응원을 주고받는 사이인 것 같아요. 우리가 힘이 됐다는 댓글을 보면 오히려 제가 힘을 받거든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구나 싶어서,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강해지곤 합니다."(하루)
엑스러브가 꿈꾸는 길에는 무한대의 갈래가 있다. 이들이 말하는 젠더리스는 정해진 답이 아니라,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엑스러브는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젠더리스 자체가 틀이 없다는 뜻이에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죠. 긴 머리도, 짧은 머리도, 치마도, 바지도 보여드릴 수 있어요. 높은음, 낮은음, 장르 등에도 제한이 없죠. 유일하게 정해진 기준은 가수로서 좋은 음반과 음악을 들려드리는 거예요. 그때그때 저희가 느끼는 모든 유행과 아름다움을 담은 음반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우무티)
<사진제공=알비더블유, WM엔터테인먼트, 257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