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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준형이는 진짜 반성했을까?"…이승규, '참교육'의 고민

[Dispatch=김지호기자] "너도 지옥에서 살아봐"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1회, 나화진(김무열 분)의 참교육이 강렬하게 꽂혔다. 상대는 1회에서 학폭을 주도한 류준형(이승규 분)이다. 그는 부친의 몰락에 이성을 잃고 교실에 기름을 뿌린다.

그러나 정작 불을 붙여버린 건 화진이다. 그가 낸 불은 기름을 타고 화르르 번지며 준형을 굴복하게 만들었다. 준형은 쓰러진 채 불을 피하며 공포에 오열한다.

"모두 CG인 줄 아시던데 진짜 불이었어요.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도, 기름도 진짜였습니다. 다리에 화상 안 입는 크림을 바르고, 천 같은 걸 덧대 촬영했어요." (이하 이승규)

준형 역을 연기한 배우, 이승규는 "현장에 구급대원이 대기했고, 소방차도 있었다. 안전히 촬영했다"면서도 "진짜 공포스러웠다. 마치 통구이가 되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디스패치'가 최근 삼성동 사옥에서 이승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참교육' 첫방을 장식한 빌런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라이징 스타다.

◆ "참교육은, 실전이다"

이승규는 지난 2021년 웹드라마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로 데뷔했다. 그로부터 5년, 느리지만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너무도 당연히, 기회에 목마르다.

디스패치(이하 'D') : '참교육'에는 어떻게 투입됐나요.

이승규 : 당연히 오디션입니다. 2달 정도 (오디션을) 진행했고요. 마지막 캐스팅 날까지 어떤 역인지 모르고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대본을 다시 보니까, 홍종찬 감독님께서 남자 배역들은 전부 열어놓고 테스트를 하셨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네 역할은 류준형이다"고 알려주셨죠.

D : 홍종찬 감독님이 왜 승규 씨를 류준형 역으로 낙점한 것 같나요?

이승규 : 감독님께서 '승규야. 넌 가해자 역이 끌리니 피해자 역이 끌리니? 넌 뭘 잘 할 수 있을 것 같니?' 하고 물어봐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가해자 역할을 소화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요. 감독님도 그 이야기를 듣고 결정해 주시지 않으셨을까요.

D : 드라마에서 1회는 너무나도 중요하죠. 그런데 그 1회의 메인 빌런이에요. 부담도 됐겠는데요?

이승규 : 역할을 배정 받자마자 바로 웹툰부터 다시 찾아봤어요. 학교의 우두머리 망나니로 나와서 아무래도 처음엔 부담이 컸죠. 어떻게 하면 저만의 색깔로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1회고, 초반의 메시지를 잡아야 하는 역이기도 하고요. 저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해자 형들과 같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 "빌런의 눈빛을 만들었다"

준형은 정치인 부친을 믿고 아이들을 괴롭힌 학폭 가해자다. 심지어, 학생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교화 불가 악역으로, 화진에게 (힘의) 참교육을 당한다.

D : 류준형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요?

이승규 : 항상 어떠한 인물을 만날 때, 그 인물의 불안정함과 결핍을 생각하며 접근합니다. 그게 제가 캐릭터를 해석하고 찾아가는 방식이에요. 이번에도 먼저 스스로 질문해봤습니다. 준형이라는 친구는 어떤 결핍을 가졌을까?

D : 준형은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부잣집 아들이고, 잘생겼잖아요. 결핍이 뭘까요?

이승규 : 준형이 아버지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면을 보며 자랐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매번 아버지에게 평가 받고, 사랑 없이 자랐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 역시 (부친의) 폭행 피해자일 수 있겠다는 전사를 상상했어요. (정신 연령이) 어린 시절에 멈춰 있는 거죠.

D : 준형의 그런 성격은 어떻게 연기에 담아내려 의도했나요.

이승규 : 연기를 준비할 때도, '무조건 세게 해야겠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불안함을 표현하려 했죠. 예를 들면, 나화진의 첫 등장. 준형이 반 친구들 눈빛을 많이 살펴요. 그 때 애들이 키득대며 웃기도 하고, '쟤 좀 봐' 하기도 하거든요. 준형이 자존심이 구겨지고 무너져내리는 모습, 그걸 많이 신경썼습니다.

D : 가장 궁금한 건 준형이의 마지막 감정이에요. 진짜 반성한 건가요? 아니면 압도적 공포로 인한 굴종인가요.

이승규 : 감독님도 제게 "너, 얘가 바뀌었을 것 같니 아닐 것 같니?" 하고 물어보셨어요. "정답이 없는데, 네가 그걸 열어줬으면 좋겠어" 하셨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대로 해볼게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원래는 반성의 느낌 없이 하고 싶었는데, 무열 선배님의 대사가 가슴에 꽂혀 저도 모르게 참회의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D : 그러면 준형이의 미래는 모범생?

이승규 : 음, 촬영을 모두 마치고 생각했을 땐 준형이는 또 다시 그런 길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생각이 다릅니다. 준형이가 어느 정도로 교화가 돼서, 자신 같은 아이들을 교육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요? 만일 '참교육' 시즌 2가 나온다면,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들어가는 상상도 해봤어요.


◆ "현장이 (연기) 참교육이었다"

D : 촬영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참고로 음식물 뒤집어 쓰는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승규 :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연기 면에서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이 상황에선 어느 정도 강도로 에너지를 줘야 할까', '더 줄여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많았고요. 음식물은 아주 빠르게 뒤집어 쓰고 끝냈습니다. 딱 한 테이크.(웃음)

D : 연기에 관한 고민은 어떻게 해결했어요?

이승규 : 다행히, 김무열 선배님과 감독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모니터링을 실시간으로 해주시면서, 에너지를 더 줘야 하는 포인트들을 피드백해주셨습니다. 제가 그걸 수용했고, 수용한 만큼 장면들이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합니다.

D : 김무열 선배에게 배운 게 많다면서요.

이승규 : 김무열 선배님은 주연이신데도 불구, 현장에 오면 항상 후배 배우들에게 안부 인사를 먼저 하세요. "연기가 지금 어떠니. 어렵거나 힘든 건 없니?" 이렇게요. 후배로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아요. 평상시에도 무열 선배님이 롤모델일 정도로 좋은 배우이자, 좋은 분이라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만나뵈었더니 더 좋으신 분이에요. 같이 작업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D : 작고하신 故 송영규 배우(류광필 역)와도 추억이 있을 테고요.

이승규 : 선배님께서 제게 "넌 이름이 뭐니? 어디 사니? 우리 딸이랑 나이가 비슷하구나" 하시며 엄청 잘 해주셨었어요. 대선배셔서 떨렸는데, 일부러 제 긴장을 풀어주시기도 하셨어요. 촬영이 끝나면 제게 "너 때리는 거 표정 좋더라?" 하는 칭찬도 건네주시고요. 그 칭찬을 받은 날, 진짜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던 기억이 나요. 후에 강원도 쪽에서 일하던 중이었는데 TV로 황망한 소식을 들었고, 바로 가시는 길을 배웅해드리러 서울에 왔었습니다.

D : 같이 촬영한 동료들과도 많이 친해졌겠는데요.

이승규 : 촬영 전부터 수 차례 만나 액션 스쿨도 가고, 연습실에서 합도 많이 맞췄고요. 드라마 끝나고 나서도 계속 만남을 가져요. 최근엔 종각 쪽에서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요.

◆ "세계가 열광하는 참교육"

'참교육'의 카타르시스는 전 세계를 사이다로 적시고 있다. 공개 2주차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1위 기록을 세운 것. 한국 포함 일본, 싱가포르 등 46개국 1위를 석권했다.

주연들 못지 않게, 조연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승규 역시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다양한 국가에서 해외 시청자 분들도 DM을 보내주신다"며 기뻐했다.

D : 이렇게까지 글로벌하게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이승규 : 꿈에도 몰랐죠. 다른 회차에 나오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학생들)는 1회 안에서만 잠깐 나오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D : 시청자 반응 중 재미있는 건 없었어요?

이승규 : 어떤 학생이 제게 DM을 보냈는데, 미래 꿈이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형이 연기한 걸 너무 감명깊게 봤고, 앞으로 연기를 준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나중에 같은 현장에서 보자'고요. 그 메시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D : '참교육'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승규 : 드라마가 잘 되든, 영화가 잘 되든, 모든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시대가 가지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소하고 싶어하는 포인트들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교권을 보호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을 제대로 타격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D : 그러고보니, 기부도 했잖아요.

이승규 : 평상시 저희 회사 대표님께서 기부를 꾸준히 오랫동안 해 오신 분이십니다. 여성 생리대(취약계층 청소년) 등도 기부하셨고요. 저도 그런 대표님을 보며 '멋지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D : 'BTF푸른나무재단'을 기부처로 고른 것도 뜻깊네요.

이승규 : '참교육' 촬영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학폭 피해를 입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사연을 보게 됐어요. 때마침 '참교육'을 만났고요.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금액은 제 상황상 많지 않아 송구스럽습니다.

◆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어린 나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실수하는 와중에, 관객들이 절 쳐다보는 순간이 영화 같았다. 시간이 정지하고, 나 혼자 그 공간에 있는 느낌"이라 떠올렸다. 그 순간이, 이승규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D : 이제, '참교육' 이야기를 마치고 배우 이승규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연기의 꿈은 어떻게 꾸기 시작했나요.

이승규 :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연기를 접했어요. 교회 어린이 뮤지컬 오디션에 참여했고, 무대에 올랐어요. 그 무대가 너무 좋아서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살았죠. 학창시절 부모님께 '연기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때는 반대하셨어요. 배우란 직업이 불안정하니까요. 그래서 그 길로 가진 못했죠.

D : 그래도 꿈을 접진 않았네요? 지금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이승규 : 군 생활 도중, '나중에 사회에 나가 행복한 일을 하고 싶은데 뭘 할까?' 뒤돌아봤어요. 불현듯, 어린 시절 교회 뮤지컬이 생각나더라고요. 전역 3일 전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고민을 했어요. 그렇게 뛰어들게 됐고, 다행히 아직까지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D : 돌고 돌아, 원래의 꿈을 이뤘군요.

이승규 : 그간 수도 없이 하고 싶었고, '안된다'는 (부모님) 반대에 부딪쳤죠. 그 바람에 욕구가 더 강해졌어요. '나 정말 살아있고 싶다, 생동감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연기 서적을 읽고, 연기를 공부하고, 연습했죠. 그러니까 더 집착이 커지고, 군대에서 빵 터진 것 같아요.

D : 그런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승규 : 오디션부터 무작정 봤어요. 프로필도 없이…. (웃음) 감독님께서 "프로필이 왜 없어?" 하고 의아해하실 정도로 무지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날 제 연기를 보시더니 새로운 대본을 주시며 "20분 동안 연습해와, 다시 볼게" 하시더라고요? 3일 뒤 캐스팅 연락이 왔고, 얼떨결에 합격했죠. 그게 제 첫 영화 '드림메이커'(2022년)입니다.

D : 시작이 좋네요!

이승규 : 첫 캐스팅에 너무 기분 좋아서 집에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 뒤로 웹드라마를 여러 개 출연했어요. 광고 같은 것도 하게 됐고, '이제 탄탄대로가 펼쳐지겠구나' 착각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제 뜻대로만은 안 되더군요. 절실히 깨닫고, 인고의 시간을 거쳤죠.

◆ "제가 꿈꾸는 미래는요"

연기가 좋아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러나 단숨에 톱스타가 될 순 없다. 과거는 험난했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영원을 꿈꾼다. "오래 오래 연기하고 싶다. 이 세상 떠나기 전까지"라고 말이다.

D : 슬럼프가 있었나 보군요.

이승규 : '참교육' 오픈 전까지 약 2년 정도, 힘들었어요. 작품도 많이 없었고, 집안 문제도 있었고, 복합적이었어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죠. 마냥 열정으로 버티기도 힘들었고….

D : 현대인들의 고민은 금전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들 하잖아요. 생활고도 있었나요.

이승규 : 돈은 늘 없어요. 항상 열심히 일하는 거죠. 촬영이 없을 땐, 잠을 줄여가며 하루에 일을 3건씩 했습니다.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공사, 물류, 수산시장, 화훼단지 꽃 나르기, 사료업체, 청소업체, 인테리어…. 자부하는 데, 제 또래보다 제가 직업에 관한 경험이 월등히 많을 것입니다.

D : 그런 경험이 좋은 배우의 양분이 되죠.

이승규 : 그냥 대본만 보며 연기할 때보다 사람들을 만나며 움직이고, 사회 경험을 할 때가 스스로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일을 할 때마다 직업에 관해 기록해두는 메모장이 있어요. 좋은 역을 만나면, 그 사람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모두 잘 소화할 자신이 있습니다.

D : 연기가 왜 그렇게 좋아요?

이승규 : 카메라 안에서, 그 프레임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죠. 나중에 죽고 나서, 제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들을 꺼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요. 지금은 없는 제 청춘이 살아 있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는, 육신은 죽어도 카메라 안에선 영원할 수 있어요. 영원을 살아낸다는 것, 정말 멋진 직업이에요.

D : 마지막으로, 자기 PR 한 번 해볼까요. 이승규라는 배우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이승규 : 제 MBTI는 INFJ 입니다. 상상을 많이 하는 MBTI인데요. 저는 N(상상)이 99% 나올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배우에겐 상상력이 중요하잖아요. 저는 같은 문장을 읽고 같은 대본을 보더라도, 조금 다른 시선의 해석을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뻔한 인물이 아닌, 새로운 나만의 인물을 창조할 수 있어요. 맡겨만 주세요. 뭐든지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사진=이호준기자,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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