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진심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정원)
6인 체제로 마주하는 첫 월드 투어였다. 걱정도, 기대도, 무거운 책임감도 뒤따랐다. 하지만 무대와 팬들을 향한 엔하이픈의 진심은 뜨거웠다.
멤버들은 단 한 순간도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았다. 메인 보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라이브를 고집했다.
6인으로 다시 서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전매특허 칼군무는 더욱 격렬해졌고, 보컬의 빈틈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우, 제이, 제이크 등은 폭넓은 음역대를 넘나들며 숨겨 왔던 기량을 뽐냈다.
그 진심은 엔진에게 닿았다. 팬들은 역대급 함성으로 응답했다. 공연장을 집어삼킬 듯한 환호가 쉼 없이 터졌다. 멤버들의 얼굴에는 계속해서 독기와 벅찬 감정이 교차했다.
엔하이픈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월드 투어 '블러드 사가'의 막을 올렸다. 3일간 3만 2,250명의 엔진이 함께했다. '디스패치'가 그 두 번째 날을 찾았다.

◆ VANISH
첫 번째 섹션의 주제는 '진정한 피의 서사'. 무대 위로 거대한 붉은 천막이 드리워졌다. 스크린 속 정원이 날카로운 검으로 천막을 갈라냈다. 그 틈 사이로 멤버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곡은 '나이프'. 거대한 불꽃 기둥이 솟아오르고, 거친 밴드 사운드가 휘몰아쳤다. 마지막에는 니키를 중심으로 한 댄스 브레이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엔진(팬덤명)의 반응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3분 내내 쉬지 않고 함성을 쏟아냈다. 무대 위 멤버들의 에너지와 객석의 열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오프닝의 전율을 극대화했다.
열기는 '데이 드림'과 '아웃 사이드' 무대로 이어졌다. 특히 '아웃 사이드'에서는 니키, 제이, 제이크로 이어지는 랩 파트가 돋보였다. 멤버들의 랩이 귀에 꽂힐 때마다 객석에서는 또 한 번 환호가 터졌다.
분위기는 계속해서 달아올랐다. 성훈은 "어제보다 오늘 더 신나게 놀아보겠다. 가봅시다"라고 힘차게 외쳤다. 선우 역시 "오늘 한번 재밌게 놀아보자"고 소리쳤다.
이어진 '노 웨이 백'에서는 스탠딩 마이크를 쥐고 노래했다. 니키의 동굴 저음이 한층 선명하게 들렸다. 멤버들은 공허하면서도 치명적인 표정 연기로 객석을 압도했다.

◆ HIDEOUT
두 번째 섹션에서는 엔진과 함께할 미래를 그렸다. 강렬한 비트가 울려 펴졌다. 캐주얼한 의상으로 환복한 멤버들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들은 한층 단단해진 실력을 뽐내며, 팬들의 출구를 완벽히 봉쇄했다. '빅 걸스 돈 크라이와 '노 다웃'은 제스처, 표정, 보컬, 안무 등 모든 부분에서 여유가 넘쳤다.
"후반부에 달려야 하니까, 지금은 살짝 쉬어갑시다." (제이크)
제이크의 멘트와 함께 분위기에 반전을 줬다. 무대 위로 아름다운 숲 세트가 펼쳐졌다. 그 속에서 '슬립 타이트'와 '빌스' 등 감미로운 곡들을 이어갔다.
'문 스트럭'은 엔하이픈의 감성적인 음색이 돋보였다. 멤버들은 두 눈을 감고 애절함을 담아 노래했다. 특히 선우가 후반부의 고음을 안정적으로 터뜨리자, 객석에서는 감동 섞인 감탄이 터졌다.
찬란하고 신나는 미래도 노래했다. '파라노말', '블록버스터', '모 아니면 도'를 연달아 소화했다. 본무대와 돌출 무대를 오가며 열기를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퓨처 퍼펙트'에서는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폭발적인 성량으로 라이브를 했다. 중간에 이를 꽉 물고 칼군무까지 선보였다. 엔진들의 떼창 역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 LOST ISLAND
엔하이픈은 다시 뱀파이어로 분했다.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같은 연출이 압권이었다. 망토를 두른 정체불명의 추격대가 객석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들은 객석을 휘젓고 본무대로 내달리며 순식간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스틸러'와 '드렁크 데이즈드'를 셋리에 추가했다. 특히 '드렁크 데이즈드'에서는 고풍스러운 만찬 테이블을 활용했다. 뱀파이어 콘셉트를 극대화했다.
멤버들은 식탁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은 채 농염한 웨이브 안무를 선보였다. 그 순간, 엔진의 함성은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바이트 미'는 대표곡답게 떼창이 가장 컸다. 라이브 밴드 세션이 더해져 비트도 한층 강렬했다. 그 위에 얹어진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멤버들의 퇴폐적인 매력을 더 돋보이게 했다.
"여러분, 피 맛 볼 준비 됐어요?" (제이)
'페이트' 무대가 끝난 뒤 홀로 남은 정원이 무대 뒤로 낙하했다. 곧바로 그가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영상이 스크린을 채웠다. 다시 무대 위 관에 누워있는 모습이 잡히며 '크리미널 러브'가 흘러나왔다.
짜릿한 피 맛이 흐르는 퍼포먼스에 현장에는 전율이 감돌았다. 무대가 끝난 뒤 "와" 하는 탄성만이 공간을 채웠다. 약 15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 LOST ISLAND
마지막 섹션의 주제는 '긴 여정 끝에 마주한 미지의 섬'이었다. 하지만 이날 엔하이픈과 엔진이 마주한 해답은 명확했다. 정답은 결국, 서로를 향한 사랑이었다.
멤버들은 토롯코에 올라타 팬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로스트 아일랜드'를 부르며 쉴 새 없이 하트를 날렸다. 이어 '엑스오', '멀어', '헬리움'까지 지치지 않고 달렸다.
노래가 끝나도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앙코르를 외쳤다. 멤버들은 "아직 공연 안 끝났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니키는 "오늘 엔진에게 받은 에너지가 정말 크다. 오늘 이 시간이 짧게나마 여러분께 진심으로 행복한 기억이자,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원은 "엔진도 진심으로 공연을 즐겨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제이는 "걱정도 많았지만,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며 "엔진이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엔하이픈은 마이크를 꼭 쥔 채 진심을 담아 '샤웃 아웃'을 불렀다. 엔진이 떼창으로 화답하자, 인이어를 빼고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이후 앵앵콜로 '파라노말'과 '나이프'를 추가했다.
엔하이픈과 엔진의 진심이 뜨겁게 맞닿았던 밤, 퇴장하는 멤버들과 팬들의 얼굴에는 찬란한 미소가 번졌다. 그 행복한 온기는 공연이 끝나고도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
<사진제공=빌리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