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Now I'm ready for the whole sea"(이제 바다 전체를 마주할 준비가 됐어)
방탄소년단이 거대한 바다 위에 '방탄호'를 띄웠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앨범이다. 4년을 기다린 그리움,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시작을 담고 싶었다.
멤버들은 전역 전부터 모여 새 앨범을 구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베이스캠프와 세션을 꾸렸다. 2달 동안 함께 먹고 자며 곡을 썼다.
시작부터 도전이었다. 언어의 한계를 느낀 것. 멤버 간에도 이견이 많았다. 각자의 취향과 의견이 모두 갈렸다. 교집합은 하나였다. 7명 모두 한국인이고, 모두 새로운 전환점을 원한다는 것.
방탄소년단은 해외 프로듀서들의 새로운 작업 방식과 비트를 빠르게 흡수했다. 미국에서만 120곡을 넘게 썼다. 녹음까지 마쳤지만, 휴지통에 버려진 곡들도 수십 곡이다.
"저희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사실) 새로운 장을 펼치기가 무척 겁났거든요.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니까요.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울림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겁났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RM)
방탄소년단은 "우리다운 앨범이 나왔다"고 말했다. 솔로곡과 유닛곡 없이, 14곡 모두 단체곡으로만 채웠다. 방탄소년단의 챕터 2를 들어봤다.

◆ 뿌리 | 아리랑 그 너머
'아리랑'은 그리움을 담은 민요다. 단순한 노래를 넘어, 한국인의 정서, 한(恨), 희망을 상징한다. 하지만 앨범의 주제로 '아리랑'을 만났을 때는 말이 달라졌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멤버들은 당황했다. 한국의 한과 정서를 감히 노래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게다가 아리랑은 이미 수없이 샘플링됐다. 듣지 않아도, (한국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아리랑의 가사와 곡조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향수와 애수가 있으니까요. 아리랑을 2026년에 우리 식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세계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우리의 뿌리를 세계에 외치고 싶었어요."(RM)
방탄소년단식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아리랑 그 너머의 의미를 담자는 것. 그리움, 사랑, 연대, 애환, 저항 등 여러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디 투 바디'는 그렇게 나왔다. 아리랑 선율에 2000년대 팝을 섞었다. 전통 타악기 연주와 '아리랑'을 삽입했다. 구슬픈 가락에 힘찬 북소리, 거기에 현대 기계음을 결합했다.
단순히 노래만 빌려온 게 아니다. 지민, 정국, 뷔, 진이 부르는 멜로디 라인은 아리랑의 특징인 5음계(도레미솔라)를 뼈대로 두고, 발전시켰다. 전통 가락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한국어 가사의 절대적인 비중은 적지만,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한 정서를 멜로디로, 연주로, 메시지로 녹였다. 그래서 이 곡이 앨범의 첫 곡이 되어야 했다. 멤버들은 전 세계 스타디움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순간을 고대하면서 작업했다.

◆ 근본 | Back to the 방탄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은 힙합에 있다. 지금까지 방탄소년단 음악의 큰 기둥이 됐다. 지난 2013년 첫 타이틀곡 '노 모어 드림'도 정통 힙합이었다. 신보도 힙합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풀었다.
'훌리건'은 방탄소년단 데뷔 초기처럼 거친 분위기를 담았다. '에일리언즈'는 힙합과 알앤비를 섞었다. 자신을 외계인이라 표현한다. 소외된 존재로서가 아니라, 서구 팝 시장을 흔든 침공자로서의 정체성을 담았다.
'박수 쳐, 흔들어, 중모리', 'From the 가나 to the 하. 우리 보고 배워놔', '신발은 벗어놔', '해는 동쪽에서 risin', '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 등의 가사로 그들이 느끼는 문화의 자부심을 표현했다.
'FYA'는 질주하는 듯한 댄스 트랙이다. 하이퍼 저지 클럽 장르의 곡. 한마디로, 빠른 비트에 고자극 사운드다. 디플로, 플룸, 제이펙마피아 등과 작업한 결과물이다.
제이홉, RM, 슈가가 초창기 스타일의 랩핑을 쏟았다. 아웃트로에서 잘게 쪼개지는 비트, 공간감을 주는 소리, 멤버들이 한계치까지 몰아붙인 듯한 거친 숨소리가 열기를 더했다.
'2.0'은 트랩 곡이다. 리듬을 계속 변주한다. 멤버들의 톤도 다양하게 표현했다. 랩 파트는 더 저음으로, 보컬 파트는 더 하이톤으로 노래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표현했다. 'Had your little fun, fella? / Came back for what's mine, we don't Stop, ride'(그동안 즐거웠니? 내 것을 되찾으러 왔어. 우린 멈추지 않아, 달려) 등. '학교 3부작' 시절의 패기를 엿볼 수 있다.
'No.29'가 앨범의 전환점이 되어준다. 대한민국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담았다. 1번부터 5번 트랙까지 랩 위주의 공격적인 에너지를 담았다면, 'No.29' 이후 곡들은 보컬 위주로 부드럽고 여린 정서를 다룬다.

◆ 의지 | Keep swimming
'스윔'은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다. 멜로디도, 악기도 다양하지 않다. 특별한 탑라인 없이, 소리가 흘러간다. 듣자마자 꽂히지 않고, 들을수록 서서히 스며든다. RM은 "평양냉면 같은 곡"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메시지에 더 집중했다.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담았다. 거친 파도 앞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나아가겠다는 것. 그저 하루하루 헤엄쳐나가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담았다. RM이 대부분의 가사를 썼다.
'라이크 애니멀즈'로 길들여지지 않을 자유를 노래했다.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사이키델릭 트립 합(Psychedelic Trip Hop) 장르의 곡이다. 거친 밴드 사운드가 특징이다.
느릿한 비트에 몽환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선보이는 스타일이다. 스산하고 날 것의 보컬이 악기로서 기능한다. 후반부, 찢어지는 듯한 사운드의 기타 솔로가 백미다.
'플리즈'는 아미에게 닻을 내리는 곡이다. 화려한 사운드를 걷어내고, 진솔한 가사에 집중했다. 멜로디는 여리지만, 고백은 강렬하다. 가장 비참한 날에는 더 세게 안고, 함께라면 지옥일지라도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인투 더 선'(Into the Sun)으로 찬란한 피날레를 선보였다. 뷔가 주요 멜로디를 쓴, 소울 팝 장르의 곡이다. 어두운 날들을 지나,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마치 함께 일몰을 보는 것 같은 입체적인 사운드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올 때, 함께 맞이하겠다고 맹세했다. 멤버 전원이 화음을 층층이 쌓았다. 수록곡들에서 절제해 왔던 감정을 이 곡에서 터트렸다.

◆ 전환 | BTS 2.0
방탄소년단이 복귀를 알렸을 때 (대중은) '버터'와 '다이너마이트'를 기대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들과 함께하는 작업, 히트곡 공식을 준수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공식에 따른 정답보다 또 다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더 피력했다. 그래서 전곡을 들어야,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음악에 설득된다.
사실 방탄소년단은 원래 그런 팀이었다. 늘 거친 사막을 걸었다. 그 속에서의 방황과 혼돈, 갈등을 가감 없이 풀었다. 아미가 그들의 메시지를 삶으로 받아들였던 이유다.
"우리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
방탄소년단의 2막은 바다와의 싸움이다. 물론 거친 파도에 휩쓸릴지 모른다.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꺼이 전진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은, 항해의 일기다.

"방탄소년단이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가 앨범 곳곳에 디테일하게 엮여있다. 방탄소년단은 하나의 현상으로, 글로벌 정상을 향한 여정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그에 걸맞은 서사적 규모의 앨범을 선보였다" (美 롤링스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명확히 각인시켰다. 그들이 해외에서 누구나 아는 이름(Household name)이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美 블룸버그)
"'버터'같은 히트곡이 서구 주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라면, '아리랑'은 그들이 직접 차린 식탁에 전 세계를 초대한 격이다. 안주하지 않고, 가장 방탄소년단다울 때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英 가디언)
13년 전, 미국 거리에서 공연에 와달라고 전단을 돌리던 소년들은 이제 전 세계 스타디움을 채운다. 콜롬비아, 페루, 칠레에서도 아리랑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이들의 거대한 항해를 지켜볼 이유는 그것으로도 설명이 된다.
'방탄호'는 이제 전 세계로 항해를 시작한다. 다음 달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23개국, 34개 도시에서 월드투어 '아리랑'을 펼친다. K팝 최대 규모로, 전 세계 아미 약 522만 명을 만난다.
<사진출처=송효진기자(Dispatch), 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공동취재단,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