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한이 쌓일대로 쌓였어요." (강민)
2년 7개월. 베리베리에겐 길고 무거운 시간이었다. 무대는 없었고, 팬들의 함성이 멀어질 때. 마음 한편에는 한(恨)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 사이 엠넷 '보이즈 2 플래닛' 무대에도 섰다. 이미 데뷔했지만,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했다. 공백이 만든 절박함이 컸다.
이후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새 앨범은 그 시간의 기록이다. 삼키고 버티며 견뎌낸 감정을 노래로 승화했다. 이번엔 숨지 않고, 눌러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
"저희가 생각한 목표에 못 미치는 것이 한이었고, 그 상태에서 공백기를 갖게 된 것도 한이었습니다. 그걸 풀고 싶고, 한 단계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연호)
베리베리가 7년 차, 새로운 챕터를 여는 4번째 싱글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를 발표했다. '디스패치'가 최근 베리베리를 만났다.

◆ 2년 7개월의 恨
베리베리가 2년 7개월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멤버들은 긴 공백에 대해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확신이 안 생기고 계속해서 현실을 깨닫게 되는 상황들이 힘들었습니다. 겁이 났던 거죠. 컴백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기간 저희를 업그레이드 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했습니다." (강민)
공백의 계기는 리더 동헌의 군입대였다. 계현은 "동헌이 형이 군대에 가고, 저희의 의지가 완전히 꺾인 상태는 아니었다"며 "각자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에 집중해서 개인 활동을 하는 시기였다"고 떠올렸다.
연호는 뮤지컬, 용승은 연극, 강민은 웹드라마에 도전했다. 개인 활동에 집중하면서 배운 점도 많지만, 결국은 함께했을 때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귀결됐다.
용승은 "멤버들 각자 배워오는 게 달랐다. 늘 숙소에 돌아와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에는 이것들을 베리베리로서 펼쳐내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 보플2, 전환점이 됐다
동헌, 계현, 강민은 엠넷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동헌은 군대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고사했었다.
동헌은 "군 복무 중이었고, 당시에는 업계와 동떨어진 느낌이 컸다"면서 "그런데 멤버들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줘서 제대하자마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 업계와 떨어져 있다는 걸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옆에서 동생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동헌)
프로그램에서 최고령자이기도 했다. 동헌은 "그럼에도 어린 동생들에게 많이 배웠다. 자신을 프로모션 하는 모습에서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실제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강민은 데뷔 문턱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최종 9위까지 올랐다. "파이널 때의 감정은 아직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아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초반 악마의 편집 희생양이기도 했다. 강민은 "사실 악플도 좋았다. 모든 댓글이 힘이 됐고 자극제가 됐다"며 "이 악플들을 선플로 바꾸겠다는 각오가 컸고, 오히려 승부욕이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파이널 이후 부담감은 심했습니다. 팬들마다 원하는 행보가 다르니까요. 어떻게 하면 다 충족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과로 증명해야겠다. 누군가는 원하지 않는 행보이더라도 내가 증명하면 좋아해 줄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강민)

◆ 한과 두려움, 그럼에도….
강민까지 합류해 업그레이드된 귀환을 예고했다. '로스트 앤 파운드'는 '잃어버리고 찾은'으로 직역되지만, 통상적으로는 '분실물 보관소'를 의미한다.
베리베리가 그동안 분실했던 것을 되찾겠다는 뜻을 담았다. 되찾음에 대한 집착과 간절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긴 기다림으로 피어난 '한'을 이야기한다.
연호는 "사랑받고 싶다는 한이 쌓이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한이 있었다"며 "그걸 풀고 싶고 한 단계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앨범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멤버들이 생각하는 베리베리의 분실물은 무엇일까. 연호는 "팬분들과 만나지 못한 시간"이라며 "무대가 없고 소통하지 못한 게 분실물이고, 이번 앨범으로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민은 "저희가 목표했던 것보다 관심과 사랑을 더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그걸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두려움도 크다. 동헌은 "앨범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항에서 아직도 고민이 많다"면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 veryvery 업그레이드
타이틀곡은 '레드(베긴)'(RED, Beggin')이다. 더 포 시즌스의 명곡 '베긴'을 인터폴레이션한 곡이다. 이전 세대와 숏폼 세대를 아우르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했다.
브레이크 비트에 강렬한 베이스와 긴장감 넘치는 스트링을 더해 원곡과 다른 매력으로 승화했다. 밤에도 피어나는 꽃처럼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열망과 끝내 꽃을 피우려는 의지를 담았다.
강렬한 곡 분위기에 맞춰 역대급 난도의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강민은 "이번 무대를 보면서 정말 '한이 맺혔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헌은 "2분 50초 동안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쉬어갈 수 있는 구간도 콤팩트하고 압축시켰다"며 "이번 퍼포먼스는 힘들다. 그만큼 화려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활동의 포인트는 개개인의 개성이다. 계현은 "7년 동안 개인의 개성을 죽이고 팀의 멋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각자의 멋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매특허 칼군무는 그대로 가져간다. 용승은 "칼군무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특성은 잃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연습했다"며 "여기에 춤, 음색 등 각자의 매력 어필을 더했다"고 말했다.
"계헌이 형의 서정적인 음색을 가감 없이 넣었고, 연호 같은 경우도 파워풀한 보컬을 마음껏 내뱉습니다. 저는 메인 댄서로서 제 파트에서 잘하는 걸 뽐낼 수 있었고요. 각자 무대에서 어떻게 보일지 능동적으로 의견을 내며 완성했습니다." (용승)

◆ 우리는, veryvery
베리베리는 2년 6개월 만에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보이즈 2 플래닛'로 팬들이 많이 유입된 만큼, 팬미팅 공간(서울 공감센터 공감홀)이 협소하다는 반응이 컸다.
강민은 "사실 회사에서 더 큰 곳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가 저희를 못 믿었다. '보플2'에서 탈락하고 의기소침해져 있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회사에서 제안해 주신 그 공간을 못 채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 회사에 말씀드렸죠. 근데 좀 후회가 돼요. 더 욕심내 볼걸." (강민)
그렇다면 베리베리의 다음 공연장은 어디가 될까. 강민은 "일본에서 한 팬미팅이 그간 서 본 공연장 중 제일 컸다. 그랬더니 팬분들이 100층짜리 공연장 지어주겠다고 하더라"며 "100층까진 아니지만, 제일 큰 공연장에 꼭 서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 목표도 전했다. 연호는 "커리어 하이를 찍고 싶다. 그리고 오래 롱런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며 "이번 활동으로 한이 다 풀릴 것 같진 않다. 또 다음 스텝을 갈망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민은 "지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관심이 사랑으로 바뀌고, 베리베리라는 팀을 증명하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7년 동안 정말 많은 무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것 같아요. 아직도 이 친구들에게 새로운 모습이 있구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성장할 수 있는, 멈춰있지 않다는 걸 각인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동헌)

▲동헌

▲강민

▲용승

▲계현

▲연호
<사진제공=젤리피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