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도쿄(일본)=정태윤기자] "피어나와 함께라면 또 다음 꿈이 생기겠다는 희망이 피어나는 것 같아요." (은채)
르세라핌이 도쿄돔에 첫 입성했다. 전날 열린 첫번째 공연에서 210분을 쉼 없이 채웠다. 19일 무대 전 만난 멤버들은, 입을 모아 피어나(팬덤명)를 떠올렸다.
팬들이 있어 가능한 꿈의 무대였다. 피어나에게 잊지 못할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셋리스트부터 모든 걸 새롭게 구성했다.
디스패치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5 이지 크레이지 핫'(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앙코르 공연을 앞둔 르세라핌을 만났다.
멤버들은 전날 피어나와 3시간 넘는 시간을 보냈다. 채원은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면서 책임감도 생겼다. 정말 많은 분들이 객석을 채워주셔서 놀랐다"고 털어놨다.
데뷔 3년 6개월 만의 도쿄돔 입성이다. 가수들에게 상징적인 공간인 만큼, 멤버들의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사쿠라는 2년 전, 시상식으로 섰던 무대를 떠올렸다.
그는 "시상식으로 도쿄돔 무대에 섰었다. 그때 '객석에 피어나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을 했었다. 2년 만에 현실이 돼 너무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인인 사쿠라와 카즈하에게는 의미가 더욱 깊다. 특히 사쿠라는 11년 만에 일본 그룹이 아닌, K팝 아티스트로 도쿄돔을 채우게 됐다.
사쿠라는 "그때는 16살이라 아무것도 몰랐다"며 "오랫동안 아이돌 활동을 하며 멤버들과 이 무대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 인생의 큰 한 페이지를 채운 기분"이라고 전했다.
카즈하 역시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에서 가수로 무대에 오른 순간을 되새겼다. 그는 "도쿄돔이라는 곳은 정말 멀리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의미 있는 무대에 설 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멤버들과 응원해주신 피어나 덕분이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멤버들은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연 '이지 크레이지 핫' 인 재팬' 마지막 공연에서 도쿄돔 공연 소식을 직접 전했다. 멤버들은 당시 일제히 눈물을 터뜨렸다.
은채는 "무대에서 다 같이 울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5명 모두에게 간절했던 꿈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르세라핌은 최근 발표한 싱글 1집 타이틀곡 '스파게티' 인기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채원은 "재밌게 준비한 저희의 마음이 닿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허윤진은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떳떳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르세라핌과 피어나는 더욱 끈끈해졌다. 공연 전 만난 팬들은 "(르세라핌의 도쿄돔 입성이) 내 일처럼 기쁘다. 자부심이 생긴다"며 벅차했다.
르세라핌도 같은 마음이다. 허윤진은 "저희 수록곡 중에 '펄리스'(My oyster is the world)가 있다. 데뷔곡에 수록된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라는 곡을 반전시킨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데뷔 때는 '세상은 나의 것이다. 내가 정복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면, 이번엔 그걸 반대로 해서 '내가 가진 것이 곧 세상이다'라는 의미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게 피어나를 위한 곡이에요. 조개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고통 끝에 진주가 만들어지듯, 어떤 일이든 좋은 경험이 되고, 결국 나에게 좋은 진주가 될 거라는 마음으로 가사를 썼어요. 그 진주가 바로 피어나입니다."
팬들이 있기에 더 큰 꿈을 바라본다. 은채는 "다음으로 어딜간다는 수치적 목표보다는, 피어나와 함께라면 또 다음 꿈이 생기겠다는 희생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르세라핌은 금일 오후 5시 도쿄돔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사진제공=쏘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