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노 개런티 상관없이, 꼭 하고 싶었던 작품입니다."(정일우)
배우 정일우가 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를 선보인다. 치매 노모, 발작을 잃으키는 아들, 타지에 떨어져 지낸 자식까지… 눈물샘을 자극한다.
정일우는 한국과 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감독 모홍진)에 출연했다.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할 만큼,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빠져들었어요. 워낙 좋은 작품이었고, 베트남에서 받았던 마음이 기억에 남아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는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날 모홍진 감독도 함께 자리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베트남의 거리 이발사 '환'(뚜언 쩐 분)의 이야기다. 치매 모친(홍 다오 분)을 돌보는 효자지만, 건강이 악화된다.
그는 결국 한국에 사는 형 '지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몸 상태를 인지하고, 엄마를 버리기로 결심한 것. 한국을 찾는다.
정일우는 극중 '정민' 역을 맡았다. 치매 모친의 전 남편이다. 과거 회상 신에 등장했다. 풋풋한 열애 장면부터 자상한 아버지까지 소화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시나리오부터 빠졌다"면서 "베트남에서 받은 마음도 기억에 남아있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심지어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 "워낙 좋은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새로운 타이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알렸다.
모 감독은 "정일우는 베트남에서 인기 많은 배우다. '과연 출연할까' (걱정했는데) 출연료도 받지 않고 흔쾌히 출연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주인공 뚜안 쩐은 베트남의 스타배우다. 현지 흥행 1위 영화 '마이'(MAI)에 출연했다. 홍 다오는 베트남에서 '인민 엄마'로 불리는 유명 배우다.
이들은 극중 치열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엄마, 그런 엄마를 묶어서라도 함께 하려는 아들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뚜안 쩐의 극적인 감정 변화가 인상적이다. 길거리에서 신나게 가위 춤을 췄지만, 어머니와 떨어진 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정일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같이 호흡을 맞추고, 연기했는데 정말 열정이 가득한 배우들이었다.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그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았다.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감동을 크게 받았다. 정말 대단한 배우들이라고 느꼈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칭찬했다.
영화는 특별한 장치 없이, 스토리에만 집중했다. 모 감독은 "기교나 세련됨을 걷어냈다. 본질에 충실하게 잘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남겼다.

작품은 베트남과 한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개국 언어가 등장한다. 준비할 때 어려움은 없었을까. 모 감독은 특별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는 "유일하게 통역이 필요 없는 언어는 마음의 언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에 대한 의미는 같았다. 마음을 다해 만들었다"고 전했다.
정일우는 베트남 부인(줄리엣 바오 응옥 분)과 가정을 이룬다. 그는 베트남어를, 줄리엣은 한국어를 한다. "언어가 어렵긴 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소통하며 합을 맞춰나갔다. "사랑에 빠지는 사이이기에 베트남어로 최대한 많이 대화했다. 의미 전달을 위해 (노력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장에서도 베트남어를 많이 배웠다. 상대 배우에게는 한국말을 많이 알려드렸다"면서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연기했다"고 미소 지었다.
모 감독은 "베트남에서 지체장애인 관객이 5번째 영화를 관람했다. 그날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를 들었다. 큰 감동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베트남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첫 주 100만, 셋째 주 200만을 돌파했다.
정일우는 "베트남을 여행할 때 좋은 기억이 있었다. 배우로 활동하면 좋겠다 느꼈는데,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잘 돼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인사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베트남 아들'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이번에 '사위'로 바뀌었다"고 웃었다.
정일우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챙겼다. "주인공이 아닌데 (시사회에) 대표로 나왔다. 베트남 배우들의 마음도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다. 가족, 연인과 함께 (보기 좋고), 마음 따뜻해지는 작품이니 많이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다음 달 5일 국내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