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박혜진기자] 회장님의 취향은 확고하다.
킬힐 : 키가 큰 여자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마르고 큰 여자.
헤어 : 머리를 묶으면 안 된다. 춤을 출 때, 머리가 휘날려야 한다.
CJ그룹은 오디션의 산실이다.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 '아이돌학교', '걸스플래닛', '보이즈플래닛' 등 34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I.O.I', '워너원', '아이즈원', '케플러', '제로베이스원' 등이 CJ 오디션이 배출한 아이돌이다. ('프듀 X 101'은 조작 논란으로 얼룩졌다.)
그리고, CJ의 회장님도 (개인적으로) 오디션을 즐긴다. 유흥업소 접대부, 아프리카 BJ, 인플루언서, 무명 연예인 등을 불러 비밀 파티를 열었다.
이재현 회장이 크고 마른 여성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스패치'가 회장님의 은밀한 오디션을 취재했다. 그의 취미(?)는 불법의 경계에 있었다.
# “파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마치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처럼, DM으로 의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DJ파티에 참석하겠냐"는 문자였다.
A씨는 직감적으로 생략된 '주어'를 간파했다. 이재현, CJ그룹 총수가 주최하는 DJ파티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A씨는 '디스패치'에 "회장님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도 007 작전을 하듯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디스패치'는 매니저가 보낸 초대 문자를 확보했다. (파티에 참석한 여성들은 모집책을 매니저라 불렀다.)
"안녕하세요. 내일 미팅 확인차 연락드립니다. 변동 사항 생기시면 연락 부탁드려요. 청담동 XXX에서 시간 맞춰 뵙겠습니다."(매니저)
# “외모 평가하겠습니다”
B씨는 이재현 회장의 DJ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4가지 단계를 거쳤다. 우선, 페이스 미팅. 청담동 M카페에서 매니저와 접선, 외모 평가를 받았다.
B씨는 '디스패치'에 "파티 참석자를 고르는 자리였다"면서 "동시에 4~6명 정도 면접을 봤다. 얼굴, 키, 몸매 등을 훑어봤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B씨는 과거 이재현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즉,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의미. 페이스 미팅은 단순히 몸매를 확인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미팅을) 2~3분 했나? 외모 점검 수준이었죠. 나머지는 카톡에서 진행돼요. 닉네임도 정하고, 페이도 조율해요. 날짜, 장소 등도 문자로 옵니다."(B씨)
# “Time, Place, Occasion”
A씨가 받은 파티 초청 카톡이다. 먼저, 시간 (Time).
매니저 : 저희가 주말까지 파티 인원을 체크해야 합니다. 못 오시나요?
A씨 : 아니요. 갈 수 있습니다.
그다음, 장소를 공지했다.
매니저 : O월 O일. 도산대로 XXX, OO빌딩 1X층으로 와주세요.
마지막으로, 드레스 코드를 안내했다.
A씨 : 옷 스타일 추구하는 건요?
매니저 : 거의 블랙 많이 입어요. 다리 예쁘면 검스 신으세요. 마르고 화려한 거 추구하세요.
매니저 : 힐은 꼭 높은 것. 9cm 이상으로 신어주세요. 머리는 묶지 말고, 풀어서 와주시고요.
# “코로나 검사, 감염자는 탈락"
'디스패치'는 카톡에 나온 주소지를 찾아갔다. 강남구 도산대로 XXX, OO빌딩 1X층. 이재현 파티 참석자들의 첫 번째 집결지였다.
그곳은, 과거 병원(피부과) 자리였다. 현재는 공실 상태였다. 병원과 파티,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 해답을 C씨에게 들을 수 있었다.
"파티 장소를 보내줬어요. 가보니 병원이었습니다.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검사가 끝나면, 다시 다른 주소가 (카톡으로) 와요."(C씨)
'디스패치'는 해당 병원 관계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크고 늘씬한 여성들이 자주 왔다"며 "모델인 줄 알았다. 코로나 검사만 받고 갔다"고 전했다.
"기억이 날 수밖에 없죠. 여러 명이 동시에 킬힐을 신고 왔으니까요. 검사를 받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요. 차를 불렀다는 이야기도 들렸고."(병원 관계자)
# “장소->이동->변경, 007 첩보 파티”
C씨에 따르면, 파티 도착까지 3번의 장소 이동이 있었다. 병원->S갤러리->파티장. 그리고 이동 과정은 철저히 보안 속에 이루어졌다.
'디스패치'는 A씨의 문자와 C씨의 진술을 크로스 체크했다. 참고로, A씨와 C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 하지만 둘의 동선은 정확히 일치했다.
먼저, A씨가 받은 문자다. ① 도산대로 XXX. 병원이었다. ② 그다음은 청담동 XX. S갤러리 앞이었다. ③ 다음 좌표는 주소 대신 사진 6장.
"사진 순서대로 걸어서 오시면 돼요."(매니저)
A씨가 사진을 따라 걸어간 곳은 S갤러리에서 160m 떨어진 패션 브랜드 매장. 이재현 회장의 파티는 그 건물 6층 루프탑에서 열렸다.
이곳은, C씨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장소와 일치했다.
"처음 받은 주소는 병원이었어요. 코로나 검사를 하고, 다음 주소지를 받았죠. S갤러리 였어요. 그 앞에서 3번째 주소를 다시 받았고요." (C씨)
# “나는 CJ의 황후가 될 거야!”
D씨도 이재현 파티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회장의 눈에 들지 못했다. 그러다 다시 초대장을 받았다. (예쁜) 친구 1명을 데리고 나오라는 조건이었다.
D씨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1차 목표는 고정. 이재현 파티 멤버는 '고정'과 '뉴페'(뉴페이스)로 나뉜다. D씨는 이번 '오디션'에서 고정으로 뽑히길 간절히 바랐다.
'디스패치'는 D씨가 지인에게 보낸 카톡을 입수했다. 눈물겨운 노력이 엿보였다. 동시에, 파티장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D씨 : 내일은 꼭 고정돼야지.
D씨 : 중전에서 황후까지 올라갈 거야.
D씨 : 오늘 춤 연습해야 해. 파티는 내가 점령
D씨 : (킬힐) 진심 높아. 나 키 170cm는 된 듯!
하지만 D씨는 고정의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또다시 오디션 탈락. 그는 지인에게 "싼마이 춤 X나 추는 언니들만 옆에 두더라"며 불평했다.
D씨는 하소연을 이어갔다.
"동생은 애인롤(역할)을 맡아서 춤도 안 췄어. 고정이 되면 금요일 파티도 나간다는데… 고정만 부르는 모임도 있대. 3일 동안 1,000만 원이라고 (동생이) 그러더라."
# "회장님 오십니다! 일동 기립"
'디스패치'는 지난 2개월 동안 이재현 회장의 DJ파티를 집중 취재했다. 파티에 참석한 여성 및 지인, 측근 등 8명 이상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파티의 종류는 다양했다. 또, 테마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는 전언도 있다. (소수의 진술은 제외, 일치하는 부분만 공개한다.)
이재현 파티의 교집합은 다음과 같다. # 회장님 오신다, # 일동기립, # 스몰토크, # 휴대폰 반납, # 엑셀댄스, # 회장님 디제잉, # 현금 봉투.
A, B, C, D씨 등은 5개의 문을 넘어 파티장에 입성했다. 페이스 미팅, 코로나 검사, 좌표 지정, 좌표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쳐 회장님 앞에 섰다.
A씨는 "고정 멤버가 '회장님 오신다'라고 말하며 달려갔다"면서 "1명이 부축을 했고, 나머지 1명이 '일동기립'을 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 "휴대폰을 반납해 주세요"
파티의 시작은 스몰토크였다. 멤버들은 전원 휴대폰을 반납했다. 이재현 회장은 자주 보는 고정 멤버들과 근황을 주고받기도 했다.
2교시는 다른 층에서 진행됐다. 디제잉 부스가 마련돼 있었고, 노래방 기계가 연결돼 있었다. 그리고 1명씩 나와 경쟁적으로 춤을 췄다.
A씨는 "엑셀 방송 19금 댄스였다"고 묘사했다. B씨는 "BJ가 별풍을 받는 수위"라 했고, D씨는 "싼마이 저질 댄스였다"고 평했다.
하이라이트는, 이재현 회장이 장식했다. '디제이 부스'에 몸을 기댄 채 1시간 동안 기계를 만졌다. 환호성 또한 1시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A씨는 "고정 멤버들이 (뉴페에게) '너무 잘한다', '너무 재밌다', '너무 멋지다'는 식의 호응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게, 파티가 끝났다. 마지막은 셰프의 만찬. 이재현 회장과 파티 멤버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 유명 셰프가 준비한 저녁을 즐겼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B씨는 "그날 가장 춤을 잘 추던 멤버 1명을 남기더라"면서 "나머지는 돈을 받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 "150만 원, 현금으로 나갑니다"
파티 참석 인원은 대략 7~8명. 고정 4~5명에 뉴페 3~4명이 모인다. 고정은 언제든 잘릴 수 있으며, 뉴페도 언제든 승격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이재현 회장 마음이다.
그렇다면, 파티 멤버들은 얼마를 받을까? 이재현 회장은 멤버 1명당 200만 원을 내려준다. 파티 매니저가 50만 원을 떼고, 멤버들이 (인당) 150만 원을 갖는다.
'디스패치'는 이재현 측과 참석자 사이의 현금 거래 흔적을 포착했다. 하얀 봉투 안에는 5만 원권 지폐 30장이 있었다. 세금계산서나 원천징수 없는 무자료 거래였다.
파티 여성들은 대략 8명 내외. 그 돈만 1,600만 원이다. 고급 와인을 세팅하고, 유명 셰프가 디너를 차린다. 장소를 대여하고, 경호원을 고용하며, 진행 요원도 쓴다.
CJ파티에 정통한 관계자는 "파티 한 번에 최소 2,000만 원 이상 나간다"면서 "일주일에 2~3번을 한 적도 있었다. 개인 유흥에 엄청난 돈이 지출된다"고 귀띔했다.
# “여성에게 팔고, 여성을 산다”
CJ그룹의 핵심 고객층은 여성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도 여성이 많고, 올리브영의 고객도 여성이 압도적(76%, 24년 기준)이다.
이재현 회장은 여성에게 물건을 팔면서, 정작 본인은 여성을 샀다. '슬랜더', '검스', '킬힐'…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성을 도구로 전락시켰다.
그의 위선은 CJ가 추구하는 기업 윤리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에서는 건강한 여성을 응원하고, 뒤에서는 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시켰다.
-> 성 대상화 :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상이나 도구로 취급.
-> 성 상품화 : 성적 매력을 상품처럼 사고팔며 경제적 교환의 대상으로 만드는 행위.
그저, 재벌 회장님의 유별난 취미 정도로 퉁칠 수 있을까. 이재현 회장의 비밀 파티는 개인적 일탈이 아닌, 기업의 책임 문제다.
Only One. CJ그룹의 최우선 가치다. 기업 운영과 개인 욕망이 충돌한다면, (온리 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는 매출 43조를 일으키는 그룹의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