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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불호마저, 무기다"…연상호, '얼굴'의 실험

[Dispatch=정태윤기자] 연상호는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감독이다. 그의 작품은 사회나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래서 어떤 관객에겐 매력으로, 또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영화 '얼굴'도 마찬가지다. 미(美)와 추(醜)라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을 주제로 다룬다.

우리는 왜 아름다움과 추함을 정의하고 싶어 하는가. 날카로운 질문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누군가는 흥미롭고 누군가는 찝찝할 것이다.

사실 상업 영화에서 호불호는 금기와 같은 요소다. 모남을 줄일수록 안전해지고, 대중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모든 영화가 비슷해져 버린다는 것이다.

연상호는 "영화계에서 호불호를 줄이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이 10년 이상 지속되어 온 것 같다. 저는 그게 재미없더라. 이제 바꿀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모난 구석이 있어야 뭔가 던져지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무언가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팬덤 문화가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뾰족한 게 없으면 '극호'가 생길 수가 없는 시대인 거죠."

◆ "웰메이드가 아니어도 된다"

연상호 감독은 지난 2013년, '얼굴'의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이제서야 영화로 제작된 이유는, 투자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픽 노블 형태로 먼저 작업했다.

그 후에도 영화화를 위해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잘 안됐다. 그러다 딸이 보는 유튜브를 보고 제작을 결심했다. 제작 규모도 작고 퀄리티도 부족했지만, 의외로 재미있었던 것.

그는 "애들이 왜 유튜브를 보는지 알겠더라. 퀄리티는 재미만 있다면 크게 상관없어하더라"며 "그간 내가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어느 날은 아내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데,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어요. 영화에 비하면 적은 예산으로 제작하는데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는 거죠. 영화감독이 아닌, 콘텐츠 창작자로서 그들과 경쟁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가 존경하는 아시아 거장들의 작품도 트리거가 됐다. "에드워드 양, 구로사와 기요시도 적은 제작비로 걸작을 만들었다. 그 작품들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 "예산 2억, 스태프 20명"

연출부와 제작부는 각각 2명뿐이었고, 현장 편집조차 없었다. 모니터 작은 거 한 대와 의자 한 개를 가지고 촬영했다. 소규모 영화의 장점은 기동성이 좋다는 것이었다.

연상호는 "대부분 한 두 테이크로 갈 수밖에 없었다. 테이크를 더 가고 싶으면, 다른 앵글에서 찍을 때 한 번 더 가는 식으로 했다. 큰 영화는 앵글을 바꾸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는 곧바로 전환하며 찍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의 예산을 위해 가장 많이 압축한 건, 회차였다. 그는 "보통 50~80회차를 하는 게 기본이다. 인건비보다 회차를 줄였을 때 절감되는 돈이 많았다. 공간을 합칠 건 합치고 최대한 압축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저예산에도 퀄리티 높게 1970년대 세트장을 완성했다. 영화 '피와 뼈'(감독 최양일, 2004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청풍피복' 골목거리를 만들었다.

"'피와 뼈'를 보면 어묵 공장이 있는 그 골목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곳에서 몇십 년의 서사가 다 보여요. 저도 그 골목만 있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공장의 경우, 세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장소를 찾았고요."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예산 때문에 포기한 부분도 있었다. 백주상(임성재 분)과 임영규(권해효 분)가 술을 마시는 장면. 원작에선 70년대 단란주점이 배경이다.

연 감독은 "로케를 다니는데 거의 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더라. 예산이 있었으면 뜯거나, CG로 지웠을 텐데, 그럴 수 없었다. 백주상의 사무실에서 마시는 걸로 수정했다. 영화적으로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치 영화 제작 동아리처럼"

영화의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의 컨펌은 필수적이다. 설정 하나를 바꾸더라도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예산이 넘어가면 경위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연상호 감독이 이번 작품을 찍으며 가장 많이 한 말은 "중독될 것 같다"였다. 그는 "상업영화로 못 돌아갈 것 같더라. 배우들, 스태프들과 영화 동아리처럼 저희끼리 만들어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배우들과의 대화에서 바뀐 설정도 있다. 임동환과 임영규의 과거를 1인 2역으로 연기하자는 제안은 박정민의 아이디어였다.

연 감독은 "원작에선 임동환이 엄마를 닮았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아빠를 닮는 게 영화가 주는 시니컬함에는 더 맞을 것 같아 수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민의 1인 2역 연기에 대해 "젊은 임영규와 아들 임동환의 대비를 잘 해줬다. 임영규는 그 시대의 풍미를 묘하게 잡아서 연기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임동환은 리스너로서 리액션만 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리액션이 다 달라서 감정의 진폭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박정민은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감독 이상으로 잘 읽는 배우예요."

신현빈 역시 하드캐리했다. 그가 맡은 정영희는 영화 내내 얼굴 한 번 나오지 않는다. 연 감독은 "신현빈 배우가 정영희를 표현할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하면서 '손이나 어깨를 많이 쓸 것 같다'고 했다. 그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잡아 찍었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신현빈도 점점 목소리를 컨셉추얼하게 변화를 주더군요. 영화 중반부터는 얼굴이 안 나오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배우가 잘해준 덕분이죠."

◆ "생각보다 대중성 있네?"

'얼굴'의 제작비는 2억, 스태프는 20명, 촬영 회차는 13회차로 끝냈다. 심지어 배우 박정민은 노게런티로 출연했다. 상업적이지 않은 소재와 저예산 제작에도, 흥행을 예고했다.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다. 해외에선 157개국에 선판매 됐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실험 모델을 제시했다.

연상호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장 구매율이 높다고 하더라. 현장에서 사신다는 건 입소문이 나고 있다는 방증 같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대중성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대중성이 있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투자사도 가능성을 보고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계' 하면, 위기라는 말이 뒤따라온다. 회복세이긴 하나, 여전히 한국 영화 점유율은 낮다. 연상호는 그 속에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한국 영화가 다른 형태로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모두가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이 모델이 정답이 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줄 수 있는 형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출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영화이든 아니든 어떤 방식으로든 창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책을 쓴다거나 다른 것들도 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음 작품은 일본 넷플릭스와 함께하는 '가스인간'입니다. 감독이 아닌 대본과 프로듀서를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도전이었어요. 번뇌보단 일단 해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습니다.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벌써 반응이 궁금하네요."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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